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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네버랜드] 순식간에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적

다트존, 영화 속 '주인공 버프'를 경험하다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1.08.20 16:52:20
[프라임경제] 키덜트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전과 달리 '추억'에 기반한 제품 위주의 시장에서 '놀이'가 포함된 제품으로의 확대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SNS와 유튜브 등 스피커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이끌어 낸 키덜트 시장의 확대를 따라가기 위해 마련한 코너 '방구석 네버랜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에 진심인 어른의 시각으로 장난감의 가치를 평가해 본다.

홍콩느와르 영화의 대표 작품가운데 '영웅본색'을 빼놓을 수 없다. 저마다 감상은 다르겠지만 영화 내내 고민했던 부분은 '손을 씻으려는 주인공의 고민'과 '이를 허락하지 않는 과거'가 만드는 갈등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했는가다. 

또한 '의리'에 대한 처절할 정도의 집착이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목숨을 내던지는 의리의 결과로 위조지폐를 유통해 큰 돈을 버는 것이 과연 '의(義)'로운 행동인가. 

영화 말미 베풀었던 의리의 댓가로 대신 죽어가며 새 인생을 살라고 말하는 장면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여러 면에서 아직도 많은 의미를 던져주는 영화다.

다트존의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폼 블래스터 제품 (상)넥서스프로, (좌)에이온프로, (우)MKⅡ. = 강경식 기자


하지만 가장 생생한 기억은 주윤발의 쌍권총이다. 죽기 직전까지 총알을 퍼붓던 주윤발의 모습은 어린 시절 식당의 이쑤시개만 보면 이에 물려고 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당연히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었다.

오죽했으면 주윤발의 바바리코트가 우뢰메나 후레쉬맨보다 더 멋져보였을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조연이나 엑스트라는 한 발만 맞아도 죽는데 주인공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대사를 마칠 때까지 살아있는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영웅본색에 이어 '총질'이 멋져 보인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상품성을 알리기 시작했던 '로미오+줄리엣(1996)'이다. 머리가 조금 자랐기 때문인지, 마이애미 해변을 배경으로 완벽한 외모의 주인공이 펼치는 총격전이지만 의외로 멋진 총의 향연에 눈이 동그래진 기억이다.

이 영화는 홍콩느와르에 비해 한방에 죽는 배역이 적다는 차이를 보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주인공 버프는 이어졌다. 그 많은 총격전에서 로미오는 살아남는다. 

두 영화를 통해 주인공에게 총알이 아프지 않다는 사실은 재차 확인됐다. 사실 주인공이 한방에 죽지 않는다는 것은, 총격전이 표현된 대부분의 영화에 적용해도 통하는 진리다. 한방에 죽는다면 그건 반드시 영화 내용을 결정하는 한방일 것. 

'주인공버프'가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기준으로 '맞았을 때 아픈가'라는 질문이 우선한다. 이 질문은 사실 제품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법은 0.2J(줄)의 발사에너지를 기준으로 장난감 총의 규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총알이 무엇이냐는 고려되지 않았다. 작고 딱딱한 비비탄의 0.2J과 말랑한 폼의 0.2J는 피격시 체감 통증의 격차가 크다.

이런 생각은 해즈브로가 국내 유통을 시작한 너프(NERF)와 처음 접한 뒤 들기 시작했다. 이전에 맞아봤던 비비탄은 분명 멍이 들고 많이 아팠다. 예비군 훈련에서 맞아본 페인트탄도 꽤 아팠다. 

그런데 스펀지 총알을 맞아보니 맞을만 한 수준이다. 주인공버프를 현실에서 적용해 볼만한 아이템인 것. 업계에서는 이런 총알을 '다트'라고 부르며 발사용 제품을 '폼 블래스터'라고 부른다.

폼 블래스터가 충분히 맞아볼만한 제품이라는 부분은 확인됐다. 납득이 어려운 문제는 폼 블래스터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감과 미래지향적 디자인이다. 너프를 비롯한 대다수의 브랜드를 가볍게 접했을 때, 영화를 통해 접한 총질에 대한 향수를 모두 가져오기에 부족하도록 만드는 부분이다. 

총을 든 이상 느와르의 주인공을 원하지 개그만화의 주인공을 원하지는 않는다. 주윤발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바츄카포를 맨 저팔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완구류의 특성상 알록달록함이 최대한 실존 무기와 유사하지 않아야 하는 까닭이지만 유치한 디자인은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못했다.

때문에 새로이 접한 다트존의 제품은 신선했다. 물론 다트존의 8세 이상 제품의 경우에도 채도가 높은 원색 위주로 구성됐다. 

하지만 다트존의 맥스라인과 MKⅡ는 현실적 디자인이 반영됐다. 외견부터 성인을 위한 제품으로 보인다. 현실을 기반한 영화나 게임 속에서 봤음직한 외관은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만족도를 크게 높여준다. 

이런 장점이 반영돼 이미 미국 시장에선 너프를 위협하는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다트존은 최근 손오공이 유통을 시작하며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지만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성인 시장을 겨냥한 제품도 충실하게 가져왔다. 

바로 이번에 설명할 맥스라인과 MK시리즈가 저연령 제품의 성장까지 견인하며 성장세를 이끄는 성인 대상 제품군이다.
 
◆기관단총의 손 맛 '다트존 맥스 에이온프로' 

우선 맥스라인의 제품을 보자. 먼저 설명할 '에이온프로'는 전형적인 기관단총의 디자인을 띄고 있다. 오랜지색과 주황색, 검정색의 조화는 타깃 연령대를 명확하게 구분짓는다. 다시 말하지만 애들용이 아닌 것.

다트존 맥스 에이온프로. 기관단총의 전형적인 디자인을 최대한 반영했다. 하프다트는 정확도와 탄속이 뛰어나다. = 강경식 기자


그래서인지 검정색 장전슬라이드를 당기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몇 발 쏴보니 이쪽(?) 분야의 고수들에게 호평이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만일 그간 폼 블래스터와 인연이 멀었다면 맥스 라인의 멋진 외관에서 느껴진 큰 차이는 경험을 통해 확신으로 바뀔 것이다.

이미 사용자들은 에이온 프로에 대해 성능 개조가 필요없다고 입을 모은다. 발사속도와 정확도가 기대 이상의 제품이라는 것. 작은 타깃을 하나 구해봤다. 그리고 어느새 몇백발을 쏘게 됐다. 군생활 내내 특등사수는 꿈도 꿔보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타깃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손오공 관계자는 "하프다트와 범용다트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연사가 되지 않더라도 이를 상쇄할 탄속과 정확도를 갖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온프로의 외형은 기관단총의 기동력을 연상시킨다. 사격을 해 볼수록(가지고 놀면 놀수록), 쉽게 탄착군을 형성할 수 있는 수준의 높은 정확도를 갖춰 총싸움의 우위에 서게 만들 제품으로 느껴졌다. 

연사가 안되니 람보는 아니지만 체력과 날렵함을 갖췄다면 선택할만 하다. 이정도면 영화 중반 다수의 적을 물리치는데 적합해 보인다.

◆나도 모르게 군가가 나오는 '다트존 맥스 넥서스 프로'

그 다음 소개할 제품은 '넥서스프로'다. 흔히 개머리판으로 부르는 견착대를 갖춘 돌격소총의 디자인이다. 소총의 다양한 용도에 맞춰 기계식 조준기가 달려있는 수동 블래스터다. 에이온프로와 같이 12개의 다트가 들어가는 클립(탄창)을 사용한다.

다트존 맥스라인의 넥서스프로. 조준 사격에 유용한 개머리판 견착이 가능하다. PRI를 집안에서 다시 체험할 수 있다. 물론 권장하지는 않는다. = 강경식 기자


관련해 이쪽 분야 권위자들의 평가를 빌리면 국내 발매된 성인용 블래스터 가운데 가장 빠른 탄속을 보유한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마음에 든다. 

탄속만 빠른게 아니다. 꽤 먼거리에 표적을 두고 사격해도 이미 탄착군이 형성돼 있다면 놀라운 수준의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게 혼자 놀아보자며 카페트위에 자리를 잡고 PRI(Preliminary Rifle Instruction, 사격술 예비훈련)를 했다. 그럴싸 해보이지만 '피가 나고 알이 박히고 이가 갈리는' 훈련이다. 여기저기 아픈 기억이다. 

군대에서 재미없던 기억들이 밖에 나오면 즐거운 놀이가 되는 이유는 도무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다. 개머리판과 조준기가 있으니 그럴사한 그림이 그려졌다. 하지만 무거운 몸 만큼 엎드려쏴는 고비였다.
 
당연히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을 시도해봤다. 10M, 20M, 25M마다 물병을 세워 놓았다. 기대와 달리 기계식 조준기는 크게 효용이 없었다. 10M 과녁만 유일하게 만발을 시도해 볼만한 거리다. 

그럼에도 누군가와 내기를 해야 한다면 넥서스프로를 사용할 계획이다.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보니 어디선가 군가 대신 '헤드샷'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영웅본색의 짙은 향기 'MKⅡ'

마지막 제품은 맥스라인이 아닌 프로라인의 한정판 'MKⅡ'다. 그 어떤 폼블래스터보다 성인용 느낌을 진하게 풍기는 제품이다. 짙은 빨강색 몸통과 검정색 장전슬라이드는 영웅본색의 냄새가 난다. 제품을 들자마자 기둥 사이 몸을 숨긴 적과 대치하는 느낌이다.

폼 블래스터 매니아들의 마음을 뒤흔든 다트존의 MKⅡ. 납득이 가는 디자인과 압도적 성능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제품이다. = 강경식 기자


다트를 장전하고 트리거를 당길때 전해지는 반동도 남다르다. 6발의 다트가 보관되는 본체와 빠른 다트 투입을 위한 스피드로더 2개가 동봉되며, 본체와 스피트로더를 장착하기 위한 홀스터도 세트에 포함됐다.

허리에 총과 탄창을 찬 느낌과 다를것이 없다. 올림픽 시즌에 권총을 쥐었으니 김민정 선수가 되어 볼 차례. 시력보다 집중력이 더욱 중요하다던 메달 리스트의 소감과 같이 호흡을 가다듬고 타겟을 조준해본다. 올림픽은 끝났는데 타깃을 맞췄을때 짜릿함은 여전하다.

물론 정확도를 확보하는 건 노력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하지만 경험이 길어질수록 제품에 대한 신뢰도 늘어난다. 같은 곳을 겨냥했을 때, 발생하는 오차가 크지 않기 때문. 다트의 형태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면 10M 거리에서 넥서스프로와 비슷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였다.

백발백중이 아니라는 결과는 씁쓸하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순전히 사격에 재능이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김미정 선수의 수상을 축하하고 과정과 노력에 대한 존경을 표해본다. 

반면 해외 리뷰어들의 영상을 보면 뛰어난 정확도를 보다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진정한 주인공 버프를 체감하려면 한번에 한놈씩 마치 추풍낙엽처럼 적을 쓰러뜨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선에 가까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버프의 극대화를 위해 경험을 확대하자 신기함으로 번지기도 했다. 평소에 행동이 조심스러운 성인 남성 두 명이 넥서스프로와 에이온프로를 나눠갖자 서로 동시에 장전하고 총구를 겨누며 숨을 곳을 찾았다. 

순식간에 몇번의 교전이 오간 뒤 낄낄거리며 다트를 줍는 척 또 다시 서로를 향해 쏜다. 심지어 이전까지 서로 존대어를 사용하는 사이였다. 몇발씩 주고받은 다음 각각 다른 회사의 피고용인 두 명은 어느새 '야'와 '형'으로 호칭을 바꿨다.

유치한 총싸움을 하기 위해 손에 든 장비마저 유치했다면 그들의 대결에 일말의 부끄러움은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유치했던 "가까이서 쏘기 없기"를 당당하게 외치는 용기는 장비의 어른스러움이 제공했다고 본다. 일단 총이 멋지니 누가 봐도 덜 부끄러울 것은 예측이 가능하다.

평균연령 42세의 성인들을 순식간에 애들 놀음과 유사한 수준의 총격전을 펼치게 만들었다. 역시 한두발 맞아서는 안 죽는다. 맞았지만 아니라고 부정하는 자체로 신나는 시간이다. 한차례 총질이 끝날 무렵 타깃 앞으로 모여 사격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원티드의 스핀샷부터 존윅과 놈놈놈까지 등장했다. 팬데믹이 무엇이랴. 둘만 모여도 손에 쥐어주면 즐거움이 넘쳐난다. 

그간 성인들 위주의 폼블래스터는 매니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다. 막상 다트존 제품을 쥐어보니 매니악한 성향의 성인 소비자에게 호소력이 짙은 제품이란 사실을 체감했다. 나아가 준수한 성능은 처음 폼 블래스터를 접하는 성인에게도 커다란 만족도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당연히 다트존의 성인대상 제품들은 방구석 장난감 리스트에 오르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멋진 외관은 장식용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타깃을 세우고 쏘면 혼자 가지고 놀아도 충분히 재미있을 무궁무진한 방법이 생겨난다. 

물론 여럿이 모이면 더욱 즐겁다. 수십명이 한 공간에서 뛰어다녀도 좋을 시절이 오면 폼 블래스터를 사용하는 전쟁터에 다트존을 들고 꼭 참전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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