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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주의 잡스토리] 우리 사회의 '취업남녀'

 

최명주 취업 컨설턴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8.20 13:48:30
[프라임경제] 몇 년 전 채용설명회에서 한 인사담당자가 '여성은 실리적이고 일은 잘하지만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직장에서는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직 안에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 부분은 여성이 좀 부족하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직장과 사회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한 근본적인 성향 차이와 해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차별도 존재하게 된다.

남녀의 성향 차이는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남녀를 구분하고 차등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차이와 차별은 다른 것이라는 전제하에 '차이'를 이해해 존중하되 '차별'을 인지하고 방지할 수 있다면 보다 조화로운 조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채용과정에서 느끼는 차별 

원칙적으로 채용공고에 특정성별을 우대한다거나 특정성별만을 구인한다는 공고는 금지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정하는 '차별'의 정의에 따르면, 성별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예를 들어 '직무 성격'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 '고용개선 조치' 등에 따라 허용할 수 있다. 

최근 한 취업포탈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구직자가 취업 시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성별은 남녀 응답자 모두 '남성'이라고 답했다. 남성은 60%가 남성이 유리하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90% 넘게 남성이 유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정성별을 우대하는 공고문, 취업 사례, 채용 불균형, 면접 경험 등에서 체감하는 차별의 정도가 여성이 훨씬 더 높았다.

서류전형에서는 남녀의 비율을 5:5로 맞추어놓고 정작 최종합격의 통계를 내보니 남성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자료도 있어 남녀평등을 가장한 성차별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또한 면접 질문에서 '향후 결혼 계획' '출산 및 자녀 계획' '애인 유무' '조직문화 적응' '출장 가능여부'와 관련된 질문들을 받을 때 성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생활에서의 다른 역할 

보통 남성들은 거시적이지만 여성들은 미시적이고, 남성들은 서열 중심적이고 여성들은 관계 지향적이다. 서열중심의 사고를 가진 남성의 경우 자신과 통일된 업무를 함께 수행할 있는 사람 자체를 보는 경향이 있고, 여성의 경우 본인의 성향을 잃지 않은 채 다양성을 포함한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남성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고, 여성들은 문제의 원인을 살펴 이해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남성들은 일정한 룰을 정해 목표를 신속히 달성하는 것을 선호하고 비교적 여성들은 서로의 입장을 공감하면서 의도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성향차이가 남녀 간 커뮤니케이션, 업무 방식의 다름을 가져오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특정성별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성별의 차이를 무시하는 과거의 관점과는 달리, 현재는 '차이'를 '변화'로 이끌어내는 작업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예로, 과거 '여성의 수다와 잡담은 쓸데없다'는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정식적인 회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소하고 빈번한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 <회사 남녀> 에서는 남녀가 함께 있는 조직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여자의 말하기 방식과 남자의 말하기 방식의 절충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들의 강점인 체계를 만들고 시간을 관리하는 일과 여성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아이디어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회의의 결과물이 더 풍성해 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성의 목표지향성과 추진력, 여성의 공감능력과 다양성은 서로를 조절해 줄 수 있고 업무와 관계 모두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게 하는 특성이 된다. 남녀가 고루 섞여있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월등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차별적 사회 분위기 

우리는 보통 남성들의 직업이라고 하면 군인, 경찰, 관료, 고위 임원, 사업가, 정치인을 떠올리는 반면, 여성들의 직업으로는 보육교사, 간호사, 상담원 등을 연상한다. 즉 주도성, 의사결정능력이 필요한 영역은 남성의 영역이고 의존성, 헌신, 보조적 기술이 필요한 직업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능력적인 면에서 성별이 주는 차이는 분명 존재할 수 있으나 직업적인 편견이 다른 성별의 진입 자체를 가로막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일컫는 '유리천장'은 현재까지 통용되면서 차별적 사회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몇 년 전 공공기업들이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점수를 조작하고 여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일이 있었다. 2020년 여성가족부의 조사 결과, 남성 근로자 40명당 임원이 1명인 반면, 여성 근로자 293명당 임원 1명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대비 임원수의 남녀 격차는 7.3배로 여전히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음을 시사하고 있다. 

반대로 남성의 경우도 여성들이 많은 근무 분위기를 힘들어 하거나 종사를 희망하는 직종이 여성 직업이라는 편견으로 직업관과 소신이 평가 절하되는 경우도 많다. 채용과정에서도 여성이 대부분인 직종의 종사자들은 여성과 일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여성인 지원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도 남성이 청일점이기 때문에 궂은 일, 힘쓰는 일은 모두 맡아야 한다는 역차별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같이 남성 위주, 여성 우월주의로 치우치는 것도 무리가 있겠지만 서로의 조화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일을 잘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다는 열정은 남녀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저는, 동일한 목표 아래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묻고 확인하면서 각자에게 적합한 일을 맡아 가며 서로 보완할 수 있다.  

남녀의 차이를 무시하는 일률적인 통일이 아닌, 남녀의 차이가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회적 차원의 공감대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남녀의 다름을 인지하고 적절한 적용 방법을 생각하는 노력들이 모여 채용절차와 직장생활, 그리고 사회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명주 재단법인 피플 취업 컨설턴트 (직업상담사) / DISC 강사 / CS 강사 / 이미지메이킹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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