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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무상급식은 세금밥" 오세훈의 고집, 요즘인들 통할까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1.08.25 11:25:11
[프라임경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고 있는 탓에 보편복지에 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코로나 시국에 가장 적합한 복지 중 하나는 재난지원금인데요. 그동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되기도 하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만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게 발생했습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으로 구분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싸움이 벌어진 건데요. 이에 소모적 복지 정쟁도 끊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보편복지에 대한 방향성만큼은 공감하는 모습입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당연해 보이는데요.  우리는 그동안 코로나19 덕분에 수많은 불평등과 혐오, 차별을 보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편복지 -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보편복지라고 하면 '무상급식'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상급식은 과거에 논란이 많았던 제도입니다. 당시 무상급식 논란의 주인공이 바로 지금의 오세훈 서울시장입니다. 

10년 전 오늘인 2011년 8월25일, 무상급식 이슈로 세상이 떠들썩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제안으로 진행된 무상급식 관련 서울시 주민투표 개표예정일이었는데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치러진 2011년 8월24일 오후 서울 잠실7동 제1투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봉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상급식 논란은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제정하며 시작됐습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반대를 위한 투표를 독려했고, 결과는 개표조차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유효 투표율(33%)에도 못 미치는 25.7%라는 저조한 투표율 탓이었죠.

당시 "무상급식은 애들 밥 먹는 문제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과 같은 선상의 당위로 바라봐야 한다"는 유승민 전 의원의 의견과 당내 다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했던 오 시장은 결국 시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주민투표와 사퇴로 인한 보궐선거로 인해 들어간 비용은 대략 407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서울시 주민투표·보궐선거 관리경비 내역에 따르면 주민투표 관리 경비에 약 149억원, 보궐선거에 258억원의 금액이 서울시 예산에서 사용된 것이죠.

이는 무상급식 예산의 절반이 넘는 금액에 해당됩니다. 서울시의회가 2010년 12월에 처리한 전면 무상급식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시가 부담해야 할 무상급식 예산은 695억원이었는데요. 서울시 아이들의 반년 치 무상급식 예산을 사용한 셈입니다.

무상급식에 시장직을 걸고 사퇴했던 오 시장이 보궐선거를 통해 10년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과연 복지에 대한 인식과 철학이 달라졌을까요.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시장으로서 10년간 살아오면서 그 죄책감과 자책감을 가슴에 늘 켜켜이 쌓으면서 여러분의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날을 저 나름대로 준비해 왔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수락연설에서 이같이 발언했습니다.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중도 사퇴했던 것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다시 한 번 시정을 맡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온라인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데요. 유치원 무상급식과 더불어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며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행정부처 차이로 발생하는 차별은 부당하다며, 형평성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말이죠.

하지만 오 시장의 복지에 대한 인식과 시정철학은 여전히 10년 전 출발선 그대로였고,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나 봅니다.

지난 6월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회 제301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무상급식은 세금밥"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이호대 서울시의원은 "무상급식 대상자들을 세금 도둑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정부에서 제공하는 복지를 받고 있는 시민들을 한순간에 도둑으로 몰아버렸다"고 일갈했습니다.

인천지역 초등학생 무상급식이 시작된 2011년 11월2일 인천시 문학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급식을 먹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오 시장은 왜 이번 유치원·어린이집 무상급식 정책에는 적극적일까요.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10년 전 무상급식과 같은 맥락으로 본다"는 말과 함께 "이왕 시작된 거 행정의 연속성은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자신의 철학"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유치원·어린이집 무상급식도 여전히 본인의 시정철학에는 맞지 않지만, 행정의 연속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이 말하는 철학이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의견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복지 정책에 대한 진정성까지도 의심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처럼 10년 전 주민투표 당시의 민의를 여전히 수용하지 못한 듯한 발언은 계속해서 '무상급식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게 만드는데요.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선별이냐 보편이냐 따지는 건 의미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본다는 오 시장의 말마따나 논란이 될만한 발언으로 의미 없는 논쟁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나아가 세심한 시각으로 민의를 바라보며, 올바른 복지 정책을 펼친 시장으로 기억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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