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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속 선거운동,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저희가 물어봤습니다"

 

이인애 기자 | 92inae@newsprime.co.kr | 2021.08.26 16:07:10
[프라임경제] 사실상 대선이 시작된 지금 각 정당의 대권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선거판이 차려진 셈이다. 

새롭게 등장한 규제 밖 세상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선거판이 벌어졌다. 

대선 후보들이 새로운 선거운동 장으로 점찍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맵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인애 기자


메타버스내 선거운동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별도 모니터링을 운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가이드도 내놓지 않았다. '규제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일반 SNS를 넘어 새 정치판이 차려진 메타버스 플랫폼 관련 선관위 차원의 규제 현황을 들어봤다. 

-현재 선관위에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선거운동'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나. 기존 SNS에서는 계정을 한 사람 단위로 보고 해당 계정을 통해 올라오는 게시물을 기준으로 게시물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했다. 이 같은 정책을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적용한다면 메타버스 내에서는 '캐릭터의 채팅창 현황을 모니터링'하게 되는가.

새 선거운동 장으로 떠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선관위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 하는 모습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공직선거법' 제59조 제3호에 해당하는 선거운동방법으로 볼 수 있으므로 우리 위원회에서 별도로 운용기준이나 정책 등을 마련하여 공표한 바는 없다.

또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선거운동 중 법상 제한되는 비방·허위사실공표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 공개된 채팅창 등은 모니터링 할 수 있으나 폐쇄형 또는 실시간 채팅창 등은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으며 참여자의 신고·제보를 통해 파악하여 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 내 공지 전달 기능을 통해 선거관련 공지가 나간다면 이는 뉴스 포털 환경과 비슷해 보인다. 또 현행법은 대통령 선거의 경우 경선 후보자는 선거사무소 1개를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터미널이나 병원 등 실내까지 들어가 선거 후보자의 명함을 나눠주는 것도 선거법 위반이다. 현행 선거법을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위반했을 때에도 위법으로 볼 수 있나.

돌아오는 것은 '비방·허위사실 공표'만 아니면 다 괜찮다는 모호한 답변뿐이었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허위사실공표나 비방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법 제59조 제3호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오프라인상 선거운동 제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후보자를 지지·선전하는 내용을 SNS에 유료로 광고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돈을 지불해 선거운동 사무소를 꾸미거나 지지자 관련 의상이나 소품 등을 구매한다면 이 또한 위법에 해당하는지, 또 메타버스 내에서 유료결제를 통해 구매한 선거 후보자 관련 아이템을 타인에게 배부한다면 이 또한 위법인지 문의 드린다.

금전적인 부분에 와서야 오프라인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별도의 고민이 필요 없도록 객관적 지표가 눈에 보이는 사안에서만 확고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포함)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위하여 경비를 지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나 그에 소요된 경비는 법 제119조의 선거비용에 해당하므로 법 제122조에 따라 공고된 선거비용제한액 범위에서 지출해야 할 것이다

다만 후보자나 정당 또는 제삼자가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에게 유상의 아이템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행위 주체 및 양태에 따라 법 제113조·제114조·제115조·제135조·제230조 등에 위반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운동 중 비방이나 허위사실공표·선거비용 위반 사안만 아니라면 별도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계정 단위로 게시물이 남아 있는 기존 SNS와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은 사용자의 가상 인격을 시각화해 플랫폼 내에서 현실과 유사한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점부터 뚜렷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SNS 선거법 외 다른 규제를 마련할 계획조차 없어 보인다.

◆'트위터 사태'로 비추어 본 메타버스 선거법의 미래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 관련 판결 자료들을 보면 선관위가 얼마나 우유부단한 태도에 머물러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먼저 선거 관련 가이드를 제시해 이끌어야 할 선관위가 이슈에 이끌려 부랴부랴 법안을 마련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 이 같은 모습을 돌아볼 때 메타버스 플랫폼 관련 별도 규제가 마련되기까지는 사용자들의 노력이 더 크게 들어가야 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트위터를 통한 선거운동은 전면 금지됐지만 국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항의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법화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공무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면 불법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 비방 글을 공유하는 행위 금지 △출처가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등 나름의 규칙들을 구축해왔지만 최근 이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며 자기부정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2011년 헌법재판소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93조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본격적인 SNS 선거판의 막이 올랐다. 

해당 조항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추전 또는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광고·인사장·벽보·사진·문서 등은 물론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도 금지한다'는 내용인데 '그밖에 이와 유사한 것'에 SNS가 포함됐던 것.

당시 헌법재판소는 법률이나 법률 조항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지 않고 특정한 해석기준을 제시하면서 위헌임을 선언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전면 금지됐던 SNS를 통한 선거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다만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2016년에는 공직선거법의 SNS선거운동에 관한 규정이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개시일 부터 선거일 전까지 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대화방 등에 글이나 동영상을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이로써 현재는 선거일까지도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졌다. 오프라인에서는 후보자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까지 13일간에 한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예비후보자는 건거일 전 120일부터 제한된 방법으로 선거운동이 가능한 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무법지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만큼 어느 정도 규제가 마련되면서 일반유권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릴 수 있지만 공무원은 불법이라고 명시했다.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 비방 글을 공유하는 것 역시 금지되고 출처가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했을 땐 일반 유권자나 공무원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정했다. 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하다 적발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후보자를 비방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올해 1월 전남 진도군의 모 고등학교 교사이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진도지회장을 맡고 있던 A씨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치인 관련 기사나 글을 리트윗하는 형태로 선거운동을 하다 선관위에 고발됐으나 이들은 A씨에게 경고 처분만 내렸을 뿐 처벌로 이어지도록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다.

A씨가 트위터에 게재한 게시물은 '5·18 광주학살의 원흉 전두환을 이렇게도 극진히 모시는 XXX?? 권력바라기 XXX. 이번에는 반드시 정치에서 지워야합니다!!'라는 제목의 비방 글이 다수였으나 제재하지 않은 것.

사례들로 비추어볼 때 아직 메타버스 플랫폼 관련 규제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은 선관위는 문제가 생겨 민원이 속출하게 되면 그때부터 움직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마련된 규제 또한 명확성의 부재로 최소 몇 년 간은 잡음이 들끓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 별도 선거법 아직"

최근 네이버제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대선 후보자들 사이에서 선거운동 장으로 활용되며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성적으로 희화화한 게시물을 그대로 노출하는 등 우려를 현실화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선거운동 중 법상 제한되는 비방·허위사실공표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 공개된 채팅창 등은 모니터링 할 수 있으나 폐쇄형 또는 실시간 채팅창 등은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으며 참여자의 신고·제보를 통해 파악하여 조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선거운동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 편의에 따라 법규 적용을 선택하는 무책임한 모습에 선관위는 신뢰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다수 여야 대선 주자들이 제페토 내 선거운동 캠프를 구축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이낙연 △정세균 △박용진 △김두관 △원희룡 후보가 제페토 내 선거운동 맵을 구축했다. 자신의 얼굴을 인식해 생성한 아바타를 사용하며 친근하게 유권자들의 아바타와 셀카를 찍거나 함께 춤을 추는 등 소통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제페토 내 선거캠프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로 꼽히는 이낙연·정세균 후보 선거캠프 맵으로 직접 들어가 봤다. =이인애 기자


단순 소통의 의미에서 벗어나 역사적 의미가 담긴 맵을 꾸며 표심을 사는 모습도 나타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가 제페토 내 독도 풍경을 재현한 유세장을 마련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처럼 각각의 후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유세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해 소통을 강화하는 등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다만 메타버스 플랫폼 관련 공직선거법에 아직 공란이 많은 탓에 제페토가 논란의 중심에 서 비난 여론을 감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 제페토 내 한 경선후보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해당 맵에는 많은 이용자들이 몰렸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들은 후보자를 조롱하는 채팅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조롱 글을 남긴 유저가 공무원 신분이라고 가정했을 때 일반 SNS였다면 공직선거법 상 처벌 대상이 되지만 제페토 내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이뤄진 경우에는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어 규제가 어렵다.

또 선관위는 "후보자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위하여 경비를 지출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나 그에 소요된 경비는 법 제119조의 선거비용에 해당하므로 법 제122조에 따라 공고된 선거비용제한액 범위에서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포함되는 금액 산정 등에서도 잡음이 예상된다.

◆이용자 80%가 10대…그릇된 정치성향 학습 우려

무엇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가상현실 세계에서의 선거운동 방식은 실제와 괴리가 커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현행법상 터미널이나 병원 등 실내까지 들어가 선거 후보자의 명함을 나눠주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다. 그러나 제페토 내에서는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넘어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선관위도 이에 대해 "허위사실공표나 비방에 이르지 않는 범위에서 법59조 제3호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오프라인상 선거운동 제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관적 증거가 남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직 관련 규제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네이버제트에 따르면 제페토 전체 이용자 가운데 80%가 10대다. 투표권은 만 18세부터 주어지기 때문에 영향력이 없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특히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로블록스처럼 제페토 내 게임 제작 콘텐츠 추가 계획을 밝히면서 전문 개발자들의 유입도 많아져 정치적 파급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의 정치적 이용은 당장 이번 대선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제 시작 단계인 메타버스 정치판 영향을 주로 흡수할 세대는 몇 년 뒤 투표권을 가질 예비 유권자로, 선관위의 늑장 대응에 자칫 그릇된 정치적 관념을 먼저 습득하게 될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추후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제페토 내 네거티브 전쟁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지금처럼 일정한 모니터링 규범의 부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유저들의 특정 정당을 향한 맹목적인 비방이 지속돼 네거티브 이슈만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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