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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대규모 정원감축, 기재부·국토부 엉터리 공운위 보고

LH 청년취업 1200명 무산위기…2.4대책, 사전청약, 3기신도시 누가 추진하나 비난

강경우 기자 | kkw4959@hanmail.net | 2021.09.07 16:27:26
[프라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혁신안이 2차례 공청회를 거치며 국회의원,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의 거센 반대와 함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LH 노동조합이 기재부 2000명 정원감축 중단에 반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특히 국토부가 LH의 인력을 한꺼번에 축소하는 방안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보고하면서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탁상행정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최된 공운위에서 국토부는 LH 기능과 인력 조정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알려진 바로는 6월 혁신방안 발표(1·2단계에 걸쳐 1000명씩 감축)와 달리 정원 2000명 일괄 감축 건을 의결사항으로 붙여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보고안건으로 수정됐다. 이는 일방적인 혁신방안 밀어붙이기라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토부가 보고한 공운위 자료에는 LH 정원을 1064명 감축하면서 시설물 성능인증·안전영향평가 등 5개 기능폐지, 공공택지 입지조사·그린리모델링 등 9개 기능 他기관 이관, 국유재산재생·연구개발·지역개발 등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기재부와 국토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대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조정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준이나 원칙도 없는 인력 감축안을 공운위에 보고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공운위에 보고된 정원 감축안은 LH의 기능과 소요인력을 가장 잘 아는 국토부가 아닌 기재부가 핵심키를 쥐고 있어 인력을 줄이면서 업무량은 그대로인 측면에서 한계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LH 노동조합은 공운위 보고 중 인력조정 계획에 대해 "관리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3급을 감축하고, 그것도 모자라 입사 3~5년차에 해당하는 4·5급을 업무량 증가와 신규채용을 고려해 감축한다고 한다. 도대체 이 문장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강력 반발했다.

실제로 LH 조직개편안 2차 공청회에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신규 채용규모는 유지시키려고 한다. 적어도 100명 이상 정도는 계속 뽑아나가겠다"고 말해 정원 감축 기조와 배치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LH 노동조합은 "LH 1만명 직원 중 투기의혹으로 구속된 직원은 단 0.05%에 불과한데 인력감축이 해결책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다른 기관도 투기 관련자가 있다면 인력을 감축하고 조직을 두개로 쪼갤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기재부가 애초 인력감축을 정밀진단과 명예퇴직·희망퇴직을 활용해 단계적·연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갑자기 일괄감축으로 말을 바꾼 것은 졸속방안임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LH 노동조합이 기재부 2000명 정원감축 중단에 반발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LH 관계자는 "LH 내부 분위기기 너무 침울하다. 이번 사태로 퇴직자와 휴직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공운위 보고 소식으로 강제 인원감축 분위기가 감지돼 투기와 전혀 관계없이 묵묵히 일하던 직원들마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근로의욕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차질 없이 부동산 정책 수행이 추진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H는 전세대책에 따른 공공주택 공급, 2.4대책의 공공주도형 재개발 사업,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 정부의 굵직한 부동산 정책 대부분을 도맡아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비도 2020년 대비 50%이상 증가했다. 

민변과 참여연대 주관으로 열린 LH 사건 중간점검 토론회에서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매입임대 주택공급이 최근 4만호에 달하는데다 주거복지를 강화하고 2.4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하면서 인력은 20% 감축하는 것은 모순이며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LH 인력이 이런 식으로 일괄 감축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정부의 말대로 2.4대책 등 부동산 주택공급과 인력감축을 동시에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취재 결과 지난 7월29일 열린 제10차 공운위에 참석한 민간위원들도 주거복지와 2.4대책 등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LH의 역할을 인정하고, 정부의 성급한 인력감축과 조직개편 방침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운위 보고자료를 살펴보면 LH가 현재 수행 중인 기능의 축소·이관·폐지 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계획은 담겨있지 않고, 대상사업과 감축 인원만 제시돼 있을 뿐이다.

한편, 올해 초 LH에서는 코로나 장기화로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5,6급 신입사원 500여명, 체험형 인턴 700여명 등 총 1200여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부의 일방적인 정원 감축 추진으로 채용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LH 취업을 기다리던 대학생, 취업준비생 및 지자체와 정치권까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능조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LH 조직 개편안이 투기 근절과 연관 없다는 비판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2000명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총체적 모순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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