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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의 의무"라는 정의선 회장, 수소에 절실한 이유는?

청정 에너지원 '수소' 기후변화 해결책 판단…미래 지키려는 차원의 노력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1.09.07 17:51:54
[프라임경제]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 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지 않느냐."

굵직한 글로벌 수소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룹 내에서 이 같이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SNS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정의선 회장의 연관어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그룹 최고경영자로는 이례적인 '수소'가 등장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3년 동안 수소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비전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기 이전부터 기술과 의지를 축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구성하고,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퓨얼셀 파트너십(CaFCP)에서 현대차는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공개하며 의지를 표출했다.

당시 불확실한 전망과 수익성 등을 이유로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다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수소에너지의 친환경성과 확장성 등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고 대규모의 자원과 인재를 수소 기반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자동차그룹


다만, 여전히 비즈니스 측면에서 현재의 수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 등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력을 확보, 승용과 상용 모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시대를 열었다. 그런 현대차그룹이 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이루는 수소 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차그룹은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수소사업의 명확한 비전과 새로운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모빌리티의 실체를 대거 공개했다.

동시에 정의선 회장은 인류가 절체절명의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인류는 지난 200여 년간 화석연료를 이용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현상과 환경오염,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솔루션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은 지구의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수소라고 단언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수소가 미래와 지구, 인류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이라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7일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행사에서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 현대자동차그룹


실제로 수소는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에너지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며 연료로 사용하면 전기와 열, 순수한 물만을 배출한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며 "하지만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우리가 바라는 수소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책임감 있는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많은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의선 회장의 신념은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주요 인사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수소는 사업의 난이도도 있고,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뚫고 나가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 딸 세대가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기후변화를 이렇게 걱정하는데, 아버지 세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볼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우리 세대는 역할을 하고 반드시 극복하고 해내야 한다."

◆국경 초월 행보 '수소'를 글로벌 의제로 격상

그동안 정의선 회장은 기후변화 이슈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실질적 해법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수소를 글로벌 의제로 끌어 올렸다. 

지난해 초 미국 에너지부(DOE) 마크 메네제스(Mark Menezes) 당시 차관을 만나 미국 내 수소 저변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미국 주지사협회 동계회의 리셉션에도 참석해 수소의 친환경성 등을 설명했다.

수소기업협의체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또 2020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수소위원회 총회에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수소 밸류체인 전반의 안전관리체계 구축까지 '수소사회 구현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 지난 5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연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와 시민들의 행동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국내 수소관련 대표기업 최고경영자들의 모임인 수소기업협의체 산파역도 맡고 있다. 9월초 공식 출범 예정인 수소기업협의체에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앞선 2017년에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간 중 설립된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에 창립멤버로 참여했고, 2019년 1월에는 수소위원회 공동회장 취임과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 협력하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며 국경과 민·관을 초월한 공조를 강조했다. 

더불어 2020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주요국 정상을 포함한 글로벌 리더들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 전환 대응을 논의하는 등 수소를 글로벌 정상 아젠다로 설정하는데 기여했다.

수소위원회에서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및 수소위원회 단체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또 정의선 회장은 국내외 민간기업과 현대차그룹의 협력도 독려하며, 수소 사회 조기 구현을 위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10월 프랑스 에어리퀴드,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 등과 프랑스 내 수소전기차 및 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공동 노력키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19년 6월에는 사우디 아람코와 양해각서를 체결, 사우디 내 수소전기차 보급을 포함해 수소에너지와 탄소섬유 소재 개발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 중이다.

2020년 11월에는 글로벌 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과 수소의 생산·공급·저장·수소전기차 개발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 구축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7월에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캐나다 넥스트하이드로젠(과 수전해 시스템 공동 개발 및 사업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들과의 제휴도 활발하다. 지난 2월 포스코그룹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공동 추진, 그린수소 생산·이용 관련 기술 개발 등 다각적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더불어 SK그룹 및 GS칼텍스와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으고 있고, 두산퓨얼셀·LS일렉트릭과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20여년 간 대규모 투자로 수소 기반 기술 및 수소전기차 개발에 노력해 전 세계 수소에너지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특정 회사, 특정 국가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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