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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항시 죽장면 재난…무분별한 벌목과 하천정비가 부른 참사

 

권영대 기자 | sph9000@newsprime.co.kr | 2021.09.09 15:48:06
[프라임경제] 태풍 오마이스 여파로 포항시 북구 죽장면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원인으로 '무분별한 산림훼손 문제'가 지배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포항시는 주민과 소통하고 협의하는 산림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벌거숭이가 된 죽장면의 골짜기를 울창한 숲으로 회복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불필요한 옹벽과 보를 철거하고 자연하천으로 복원, 홍수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지난 8월24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약 3시간 동안 쏟아진 129㎜의 폭우에 계곡과 하천이 범람해 도로가 유실됐고 주택과 농경지 침수는 물론이고 전기와 통신이 끊어지기도 했다. 

농사 피해도 심각하다. 급류에 휩쓸려간 토지와 작물, 그나마 남은 농산물들의 병충해 피해도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포항시는 피해복구에 온 힘을 쏟고 있고 최근 대통령은 포항시를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죽장면은 전체 면적의 90%가 임야이며 깊은 계곡과 하천으로 어우러진 산간지역이다. 비옥한 토지 대신 울창한 숲을 자랑하는 이곳에 129㎜의 집중호우가 골짜기를 중심으로 범람한 사실에 대해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무분별한 산림훼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죽장면 전역에 걸쳐 수년 전부터 이뤄진 대규모 벌목사업이 계곡 상류에서부터 범람하는 사태를 유발했다는 것. 벌목 후 방치된 나무와 부엽토들이 흘러내려와 하천을 막으며 피해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과 포항시농민회가 지난 2018년 죽장면 봉계리 마을회관에서 포항시 환경녹지국과의 간담회를 통해 '무분별한 벌목사업'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고, 포항시는 '산림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지역민과 소통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로 한 바' 있다.

당시에도 대규모 벌목현장을 지켜보며 우려한 지역사회의 요구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 후로도 죽장면 일대의 대규모 벌목은 마구 자행됐고 그 결과 오늘의 특별재난지역이 됐다.

하천의 범람을 야기한 또 다른 원인은 불필요한 옹벽과 보 때문이다. 수로가 좁아진 옹벽은 폭우로 인한 수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천은 범람하게 된다. 

시·도의원이 예산을 확보해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하천 폭을 축소하는 옹벽이나 다리, 잠수교를 자기집 앞에만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것은 하천의 기능을 해치고 특혜시비를 야기할 뿐이다. 

급경사와 급커브로 각지고 좁아진 하천의 폭을 넓히고 흐름을 완만하게 해야 집중호우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과거 농업용수 이용을 위해 설치한 오래된 보는 쌓이는 토사로 인해 하천의 흐름을 방해한다. 더 이상 필요 없는 보를 철거하는 것이 홍수피해를 예방하고 하천을 복원하는 우선순위다. 

하천부지를 대지로 전용하는 특혜를 주고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홍수피해를 가중시킨다. 하천의 유수를 방해하는 모든 시설물을 없애고 일정 범위를 그대로 남겨 유지하는 것이 하천의 기능을 살리는 길이다.

포항시의 조직적인 피해복구 노력과 시민들이 나선 자원봉사의 손길로 죽장면은 서서히 일상을 회복할 것이다. 그리고 이상과 같은 이유들로 이번 태풍의 피해는 천재(天災) 속의 인재(人災)라 불러야 마땅하다. 

전체 포항시민들과 포항환경운동연합과 포항시농민회를 비롯한 사회단체들이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청정죽장의 산림과 하천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죽장면의 복구는 산림과 하천을 개발의 대상이 아닌 보존과 복원의 과제로 삼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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