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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산업 뿌리뽑을 참인가" 주물업계-환경부 '3000억 공방전'

익산주물업비대위 "불법매립 책임 전가 부당, 수긍 못 해"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1.09.22 12:33:26
[프라임경제] 대한민국 산업 기초를 책임지는 주물업체가 관공서와의 갈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자체와 환경부가 지역 24개 주물업체를 상대로 '폐기물 불법매립을 이유로 한 원상회복 명령'을 결정 내린 뒤 일이 복잡해졌다. 해당 원상회복 필요 금액은 무려 3000억원 상당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주물업체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주물업계를 대표하는 김종민 비대위원장을 만나 억울한 사연을 들었다.      

주물업은 금속을 녹인 쇳물을 주형(鑄型) 속에 넣고 응고시켜 원하는 형상 제품을 제작하는 업종이다. 조선·자동차·기계 등 모든 제조업 근간이 되는 대한민국 뿌리산업인 셈. 

하지만 최근 이런 주물업체들이 관할 관공서의 '원상복구 명령'이라는 난관에 직면했다. 이에 반발하는 해당 주물업체들은 '익산 폐석산 일반폐기물 매립 주물사업장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익주 비대위)'를 설립, 환경부 행정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건 발단은 2016년 당시 익산 폐석산 폐기물 매립 과정에서 비롯됐다. 

익주 비대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은 통상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일반폐기물'을 매립업체 삼오환경(전 해동환경)에 위탁, 적법 절차에 따라 매립을 추진했다. 문제는 삼오환경이 이 과정에서 중금속이 함유된 불법폐기물까지 함께 매립한 것이 환경부에게 적발된 것이다. 

환경부는 "주물업체들이 삼오환경에 버리면 안 되는 폐기물을 함께 위탁 처리했다"며 원상복구를 지시했다. 현재 추산되는 금액만 무려 3000억원 상당이다. 

지난 16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김종민 익산 폐석산 일반폐기물 매립 주물사업장 비상대책위원장. ⓒ 프라임경제


익주 비대위는 이런 환경부 결정과 관련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주물업체가 삼오환경에 위탁한 폐기물은 '오염 원인이 아니다'는 주장이다. 

본지는 현재 익주 비대위와 관공서간 갈등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김종민 익주 비대위원장을 만나봤다. 

-고충 민원을 제기하고 시위를 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나.

"주물업체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주물 틀을 만들 때 이용하는 모래(주물사) 등은 대부분 한번 사용하면 재활용이 불가능해 일반폐기물로 분류, 처리업체(삼오환경)을 통해 매립하고 있었다.

이른바 '폐주물사'로 불리는 이런 폐기물은 환경부 관리 프로그램(올바로 시스템)을 이용해 분류 코드에 따라 △처리량 △처리업체 △처리장소 △배출업체 등을 기록해 투명하게 배출하고 있다. 

지자체나 환경부 관리책임자는 이런 자료들을 통해 배출부터 매립까지 일련의 과정을 세세히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특히 환경부는 해당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언제든 반입 중단을 명령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등 조치로 폐기물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주물업체는 법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일반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지역 주민에 의해 침출수(오염물질)가 발견되면서 지정폐기물 배출 업체 5곳이 삼오환경을 통해 중금속 함유 폐기물을 불법 처리한 것이 적발됐다. 

당시 주물업체들은 문제 원인이 되지 않은 만큼 별다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 다만 군산지청에서 환경부 지원을 받아 오염 조사를 시작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문제가 되고 있는 익산 폐석산 폐기물 매립지 사진. ⓒ 비대위 제공


환경부가 주물업체를 상대로 화학점결을 처리할 권한이 없는 삼오환경에게 폐주물사 처리를 위탁했다는 이유로 오염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시정조치명령을 하도록 하는 등 '폐기물 불법매립을 이유로 한 원상회복 명령'까지 지시했다. 

주물업체가 삼오환경에 위탁한 폐주물사는 이후 개정된 시행령에서 화학점결로 분류되긴 했지만, 하천을 오염시킬 정도의 오염물질을 함유하지 않았다. 또 법령 개정 이전까지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 24개 주물업체는 폐기물 불법매립을 이유로 원상회복 명령에 의거해 원상복구 비용으로 3000억원 상당의 천문학적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시 30개 주물업체가 있었지만, 문제에 대한 억울함과 비용 부담 등으로 6개 업체는 폐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비용을 위법하게 폐기물을 버린 업체가 아닌 주물업체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한 지자체의 경우 대집행 비용(92억원)까지 강요, 가압류 신청까지 강제하고 있다. 

이런 처지에 놓인 우리(익주 비대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분노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폐기물 관리 조치인 '올바로 시스템'은 무엇이며, 어떤 문제가 있었나.

"올바로 시스템은 폐기물을 적법하게 처리하고 폐기물 양을 조사하기 위한 환경부 관할 공단에서 만든 시스템이다. 주물업체와 배송업체, 폐기물 처리업체는 매일 해당 시스템에 과정을 보고해야 한다.

해당 프로그램에 따라 지자체와 환경부는 해당 과정을 소상히 인지할 수 있다. 만일 삼오환경이 화학점결 폐주물사를 처리할 수 없는 업체이고, 주물업체들이 위탁한 게 잘못이라면 환경부와 지자체는 사전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절차도 없었으며, 이것은 직무유기와 같다.

또 사건이 불거진 2016년 이전에는 올바로 시스템에 폐주물사 코드가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건이 점차 확대되자 뒤늦게 법안 개정을 통해 코드를 △화학점결 △점토점결 2가지로 변경했다. 즉 주물업체가 위탁 처리한 폐기물을 오염 원인인 것처럼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애초 코드가 구분됐다면 우리 업체들도 당연히 신경 썼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코드(폐주물사)만 있었기에 이에 맞춰 위탁한 것이며, 또 불법 폐기물도 배출한 적이 결코 없다." 

-낭산면 폐석산 오염 관련 주물업체가 억울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적법 절차로 폐기물을 처리했으며, 지자체나 환경부 등으로부터 수시로 합동 감사를 받을 정도로 철저하게 위탁 과정이 이뤄졌다. 실제 시험 결과서에 따르면, △납(Pb) △구리(Cu) △비소(As) 등 8개 항목 모두 불검출이나 기준치 이내로 검출되고 있다. 

즉 우리가 배출한 화학점결 폐주물사는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혹은 기준치 이내로 검출됐을 뿐, 해당 사건 원인 제공하지 않았다." 

-환경부나 지자체의 어떤 조처가 문제라고 보는가. 

"우선 관리·감독 주체인 환경부가 이전까지 문제 제기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 사건이 불거지자 책임 회피를 위해 뒤늦게 주물업체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겼다. 우리 입장에서는 3000억원 상당 원상복구비용을 비롯해 억울함을 수차례 호소했지만, 대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삼오환경의 경우 확인 결과 이전에도 수차례에 걸친 불법 폐기물 매립으로 지자체로부터 범칙금 납부한 사례가 있었다. 실제 삼오환경과 계약 전인 2008년 8월에도 폐석산 매립지 흑갈색 침출수 오염사고를 일으켰으며, 2013년과 2014년에도 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지자체 측에서 오염 사고 재발을 위해 확실하게 삼오환경을 관리 감독했어야 했지만, 그마저도 없었다."

-익주 비대위 향후 계획을 설명한다면.

"비대위 회의 결과,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지난 1일부터 국회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김종민 익산 폐석산 일반폐기물 매립 주물사업장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또 지금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측에 두 차례에 걸쳐 국민 고충을 신청했지만, 최종 기각 통보를 받았다. 이에 국민 고충을 지속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절대 오염 원인이 될 수 없는 주물업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정의와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며, 또 자기 책임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우리 주장이 받아질 때까지 강하게 대응할 생각이다."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리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건 3000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을 내야 할 이유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차 사고 원인은 처리업체(삼오환경)와 폐기물을 불법으로 위탁 처리한 폐배터리 배출업체다. 그리고 2차 책임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환경부와 지자체에 있다. 

따라서 관련 사항들을 정부가 자세히 조사해 이해할 수 있는 조처를 지시해야 한다. 주물업체가 억울한 책임에서 벗어나 다시 대한민국 뿌리산업 주역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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