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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제과 '월간과자'의 두 얼굴…"재고떨이" 비난

그룹 총수 앞장서 'ESG 챙기기' 구슬땀에도 계열사는 '고객 신뢰' 망신살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21.09.24 14:34:25
[프라임경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뢰'를 당부했지만 핵심 계열사인 롯데제과(280360)는 정작 고객을 기망한 신사업을 펼치다 비난 받고 있다.

24일 롯데제과의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과자' 이용자들에 따르면, 월간과자 구성 과자류 중에는 유통기한이 두 달도 안 남은 제품이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제과의 월간과자 제품 박스. ⓒ 롯데제과


월간과자는 롯데제과가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과자 구독 서비스로, 월 9900원 또는 1만9800원을 내면 과자가 담긴 박스가 집으로 배송된다. 

비대면 시대 과자업계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 월간과자가 초기 완판 행렬을 이어오며 인기를 모으자, 롯데제과는 지니뮤직 등 외부 업체 협업을 확대하거나 아이스크림 분야에 접목하는 등 구독 서비스를 키웠다. 롯데제과는 구독 서비스를 활용해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 온라인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다진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 담기며 롯데제과가 야심차게 준비한 월간과자에는 '재고 처리 서비스'라는 오명이 붙게 됐다. 출시 당시 롯데제과는 △매월 인기 과자를 중심으로 구성 △그 달 출시된 신제품 추가 증정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서비스는 다소 상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월간과자 서비스를 구독했다고 밝힌 A씨는 "유통기한이 두 달도 안 남았다"며 "다른 사람들 말씀대로 뻥쿠아즈는 진짜 재고처리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구독 서비스 이용자 B씨 역시 "두달 남짓한 유통기한에 놀랐다"며 "재고처리 같다"고 지적했다. 

롯데제과에 따르면, 이 회사 역시 유통기한이 두 달 남은 제품은 '유통기한 임박 재고'로 분류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보통 유통기한 임박 재고의 경우 유통기한 임박 사실을 밝히고 할인 판매하는 방식으로 재고를 소진한다. 롯데제과 공식 온라인몰 '롯데스위트몰'에서도 유통기한이 3개월여 남은 제품의 유통기한을 밝히고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 중이다.

하지만 월간과자와 관련해 롯데제과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어디에도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 포함된다는 설명이 없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당혹감을 넘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제과 공식 홈페이지 속 월간과자 이용 후기 갈무리. 이 이용자들은 '두달 남짓한 유통기한에 놀랐다'며 '재고처리' 같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 프라임경제

게다가 이미 두 달 전 출시된 제품이 버젓이 '이달의 신상'이라고 소개된 경우도 있었다. 배송 박스를 열어보니 과자 봉지가 터졌다거나 초콜릿이 다 녹아 형태를 알기 어려웠다는 불만도 나왔다.

◆2021년 '신뢰' 강조한 신동빈…'충성 고객' 외면한 롯데제과 구독 상품

올해 롯데 그룹은 특히 고객 신뢰를 중시하는 문화가 강조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신년사에서 '신뢰'를 당부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역량 재점검을 주문한 신년사에서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뢰를 소중히 지켜나가며 긴 안목으로 환경과의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신뢰의 가치를 가장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그는 신뢰의 노력이 "시장에서 우리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 회장은 이후 지속적으로 ESG를 강조하며 기업의 재무 외적 요소 및 보이지 않는 가치 챙기기에 나서고 있지만, 롯데제과가 코로나 시대 신사업으로 선보인 구독 서비스는 이같은 롯데가 추구하는 신뢰 가치에 발맞추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지난 7월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21 하반기 롯데 VCM’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롯데그룹의 이영구 식품BU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 회장, 강희태 유통BU장, 김교현 화학BU장,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 롯데


구독 서비스는 특정 기간 동안 특정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는 형태로, 기업이 충성 고객을 확보해 고객 락인(Lock-in)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롯데제과는 '잡은 물고기' 혹은 '집토끼'에 비유되기도 하는 충성고객에게 저품질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양상이다.

월간과자 구독자 C씨는 "재고처리도 적당히 해야지 너무 양심이 없다"며 "믿고 맡겨 준 구독자에게 이러는 것은 선을 넘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월간과자는 임박 재고를 쓰지 않고 그달에 생산된 것 아니면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은 것이 들어가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한 월호에 한해 유통기한이 3개월 남은 제품이 들어간 적이 있다.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이미 몇달 전 출시된 제품이 '이달의 신상품'이 소개된 점에 대해서는 "제품 생산 후 시장에 유통되고 재고가 확보가 되어야 한다"며 "제품 재고가 들어오는 날짜와 발송되는 날짜가 상이할 수 있어 5월에 출시됐지만 6월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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