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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새 총재' 기시다의 부담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9.30 14:09:56
[프라임경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64세) 전 정조회장이 집권 자민당 제27대 총재로 선출됐다. 지난해 9월 총재선거에 이은 두 번째 도전에서 고노 타로(河野太郎 58세) 행정개혁 대신을 누르고 대망 권좌에 오른 것이다. 

그는 오는 10월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지명을 받아 제100대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기시다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세습 3세 의원이다. 와세다대학교 법학부 졸업 후 은행원을 거쳐 중의원이었던 부친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1993년 작고한 선친 히로시마 지역구를 물려받아 지금까지 9선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 12월에는 아베 내각 외무 대신으로 한국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총재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결선투표에서 승패가 갈렸다. 그 결과 257표를 얻은 기시다가 170표에 그친 고노를 큰 표 차로 제쳤다. 

1차 투표에서는 △기시다 256표 △고노 255표 △다카이치 188표 △노다 63표를 획득했다. 직전까지 대다수 매체는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계속 1위를 유지한 고노가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도 최다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도 기시다가 고노를 앞서는 이변이 연출됐다. '최대파벌' 호소다파를 지배하는 아베 전 총리 등 파벌 수장 대부분이 기시다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고노는 아베 천적이면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 및 젊고 역동적인 고이즈미 환경 대신과 함께 팀을 이뤄 파벌 세력과 맞섰다. 

1차 투표 당시 당원 표 44%를 획득한 고노는 28%에 그친 기시다를 크게 앞섰으나, 의원 표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젊은 의원들이 파벌을 떠나 '민심에 따라 투표하겠다'고 결성한 당풍일신회도 강고한 파벌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시다는 당선 후 "총재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노 사이드(no side 내편 네편이 없음)다. 자민당이 하나돼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를 치르자"고 단결을 호소했다. 

기시다 내각이 출범 후 곧장 마주할 중요한 정치 일정이 중의원 선거다. 오는 11월 치러질 해당 선거에 내각은 물론, 자민당 운명이 걸려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권을 내주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민심에 반해 선출된 총재가 감수해야 할 부담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사임한 건 '선거 얼굴'로 부적합하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스가는 지난 8월 각료직을 내던지고, 요코하마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코노기 전 공안위원장을 전면 지원했다. 하지만 오코노기는 야당 후보에게 참패를 당하고 당일로 정계를 떠났다. 

이때부터 아베와 아소 등 당내 큰 손들이 '총선의 얼굴'을 운운하며 스가 사임을 압박했다. 자신을 지탱하는 파벌이 없는 스가는 속절없이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에 당사자들 못지않게 촉각을 곤두세운 건 야당이다. 이들은 '자신 의지가 보이지 않는' 기시다 총재가 등장한 데 대해 쾌재를 부르고 있는 듯하다. 

기시다 뒤에는 스가 총리 시절과 다름없이 국민에게 신망을 잃은 아베와 아소 부총리 그림자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탈원전 등 보수층이 난감해 하는 이슈를 내걸고 백중하게 싸울 수 있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 

야당은 개혁성이 있고 인지도가 높은 △고노 △이시바 △고이즈미 3인이 결합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했다. 

현재 자민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은 나쁘지 않다. 스가 총리가 짧은 기간이었지만 각종 비난 속에서도 올림픽을 강행하고,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켜 준 덕분이다. 

하지만 아베와 스가 노선을 이어받는 기시다 총재가 총선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57세) 입헌민주당 대표는 "새 총재로 아베나 스가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유감이지만 자민당은 변하지 않고, 변할 수 없다"라고 그의 등장을 평가 절하했다. 

보수 매체인 요미우리 역시 "(기시다가) 선거의 얼굴로는 불안하다"라는 자민당 중견의 우려를 전하며 "선거를 위한 당 임원과 각료 인사로 쇄신감을 보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과연 기시다가 개혁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베와 아소 등 수구세력을 등에 업고 총선에서 어디까지 선방할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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