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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막무가내 난개발 현장, 누군가 뒤를 봐주지 않고서야" 천안시, 인·허가 외압 의혹

무연고자 무덤만 있는 임야에 뜬금없이 '사업자 허가'…"비정상적인 부동산 대출도 버젓이"

김태인 기자 | kti@newprime.co.kr | 2021.10.18 19:58:11

[프라임경제] "무덤만 있는 임야에 사업자 허가가 떨어지질 않나, 부동산 대출도 이상하기 그지 없고… 누군가 뒤를 봐주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막무가내 난개발이 진행될 리가 없다." 

지난 2018년 10월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요방리 산22-3(7400여평) △요방이 산22-8(1820여평) △요방리 190-5(1450여평) △요방리 190-2(1140여평) △요방리 190-4(980여평)등 3만9669m2(1만2000여평) 일대에 택지 개발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곳은 무연고자 무덤만 있는 임야인데도 천안시 허가과가 택지개발 업자에게 인·허가를 내줬고, 천안세무서에서는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 기자가 대전세무서에 문의해봤다. 

"건물이나 건축물이 없으면 사업자등록증이 발급이 안 되며 민원실에 접수를 해달라고 하면 접수는 가능하나 해당과(부가세과 또는 소득세과)에서 실사를 통한 확인을 거쳐야 되고, 사업장이 없으면 안 된다"는 담당 공무원의 답이었다.   

이상한 점은 이뿐 아니다. 2020년 11월4일 토질형질변경 허가를 천안시 허가과로부터 받았는데 토질변경허가를 받기 전에 무연고자 무덤만 있는 임야인 산을 담보로 40억원을 대출을 받은 점이다. 또, 개발 진행 중인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요방리 산22-3 일대는 2018년 난개발 당시 평당 15만~30만원 수준이었는데, 1년 뒤 평당 100만~1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개발업자가 천안시 불당동의 한 저축은행에서 대출 후 등기부등본상 근저당설정 부분. 그리고 난개발 일대 시세가 개발 후 평당 100만~150만원으로 형성됐다는 내용. ⓒ 프라임경제

◆천안시청, 지속적인 민원제기에도 노골적인 봐주기식 민원 처리? 

개발 중인 산 아래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A공업사는 개발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발생, 토사유실, 개발 현장의 불법건축물 등 각종 불편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을 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천안시청와 천안시 서북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악성 민원인' 취급이었다. 

A공업사 관계자는 "비만 오면 난개발 현장에서 흘러내리는 엄청난 토사로 인해 우리 회사 내부에 토사물이 고여 고객들의 자동차까지 손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해서 참다 못 해 천안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청 담당자로부터 '처리하였음' '하라고 했음' '조치완료' 같은 답변만 돌아왔고, 그 뒤에 또 비 때문에 벌어진 민원을 넣었지만, 시청에서는 민사 사건이기 때문에 소송으로 진행하라는 무성의한 대답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확인한 결과, 천안시 도시계획 조례22 제22조 2항에는 '도시의 형질 변경시 토사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옹벽, 석축, 떼붙임 등을 하여야 하고 비탈면의 경사는 토압 등에 의하여 유실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청 측이 민원 처리를 할 의사가 애당초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난개발 현장에 우수처리시설을 제대로 설치해 놓지 않아 비만 오면 토사가 유실돼 A공업사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 프라임경제

◆천안시는 무슨 근거로 개발업자에게 사업 허가를 내줬을까 

개발업자에게 사업 허가가 난 것을 두고도 지역사회에서는 말들이 많다. 허가가 날 수 없는 상황인데, 시청은 허가를 낸 것은 황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안시 측 입장은 다르다. 

천안시 허가과 담당자는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요방리 산22-3 일대 택지개발 건에 대해 "법에 맞으니 허가를 내줬고 애초에 도로를 내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A)공업사 한 가운데에 도로가 나고 이로 인해 공업사가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해서는 건물주가 본인 토지에서 도로를 이렇게 내든 저렇게 내든 마음대로 도로를 내도 임차인인 공업사가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안 된다"며 "땅 주인이 자기 땅에서 자기 마음대로 도로를 내는 건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답했다.

해당 개발 사업의 정상적이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지적에도 돌아오는 답은 '문제 될 것 없다'는 식 일색이었다. 

A공업사 측에 따르면, 건축주가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해 문의하면 천안시 허가과 측에선 "잦은 건축주 변경은 큰 문제라고 볼 수 없다"며 개발사업자 측을 옹호하는 듯한 답을 했고, 개발 자격 논란과 관련해 물어보면 "허가 기준을 알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된다"는 무성의한 답만 내놓았다.   

A공업사가 천안시에 제기한 각종 민원에 대해 시청 담당자가 답한 내용 캡처. 자료 출처는 평화나무 미디어. ⓒ 프라임경제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도 천안시 서북구청은 민원 묵살…왜? 

A공업사는 '난개발 민원'을 천안시 서북구청에도 넣었지만, 구청의 냉랭한 태도에 또 다시 분루를 삼켜야 했다. 

A공업사 관계자는 서북구청 환경과와 건축과에 △환경오염행위(비산먼지발생) △공사장 입구에 세륜기(트럭, 사용차량, 특수차량 등의 바퀴와 차체를 세척하는 장비) 미설치 △개발현장의 불법건축물 △비만 오면 개발현장에서 유실되는 토사물로 인한 영업 피해 △개발현장 내에 건설폐기물 무단 방치 등 수십 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A공업사에 따르면, 서북구청 측은 위 민원에 대해 △대기환경보전법위반으로 행정조치를 했다며 그 외에 문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세륜기가 정상적으로 설치가 돼 있다고 주장 △불법건축물이 20㎡(약 6평) 이상일 때는 형사처벌 대상인데도 형사처벌 조치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대답 회피 △불법건축물에 대해 '치우라고 했다'는 답변만 있을 뿐 이후로도 계속 방치가 되고 있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개발업자의 가림막 미설치, 슬러지 보관함 부재, 폐기물 무단적재, 오폐수 무단 방류 등 불편사항에 대해 A공업사가 천안시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보자는 오히려 악성 민원인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자료 출처는 평화나무 미디어. ⓒ 프라임경제

◆난개발로 인한 영업손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폭력배에 폭행 당하는 것 보면서도 경찰은 멀뚱멀뚱"    

확인 결과, A공업사에 막대한 지장을 준 개발업자는 A공업사의 새로운 매수인이었다. 개발 현장에 표시된 건축허가표지판에 건축주와 감리사, 시공사는 모두 달랐으나 연락처는 모두 한 사람. 다름 아닌 A공업사를 매수한 개발업자였던 것이다. 

또한 A공업사는 건축주에게 토사유실 등으로 영업손실을 초래해 피해보상 요구를 하자 건축주는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30여 명을 동원해 문신을 보여주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영업을 못하게 방해하기도 했다. 

A공업사 관계자는 "천안시 서북구 성거지구대에 신고했고, 지구대에서 경찰이 출동했지만, 경찰은 영업 방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답변만 할 뿐이었다"며 "출동 경찰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 공업사 직원이 문신한 사람에게 폭행 당하는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았고,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공권력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는 이 뿐만 아니었다. 민원 제기에 대한 검찰 측의 태도도 의문투성이었다. 

A공사장 측에 따르면 △개발 현장 옹벽상부(지상으로부터 약 5m 높이)에 추락방지시설의 미설치 △현장 내 트럭간 추돌사고 △허가를 받지 않은 외부인의 굴삭기 운전 및 작업시 작업장 내 안전모 미착용 등의 내용으로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고소·고발을 했으나 증거영상이 있음에도 천안지청에서는 옹벽상부에 추락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난간 등의 설치가 필요한 부분으로 볼 수 없고 차량 간 추돌사고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다는 등 법 위반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검찰송치 하루만에 불기소(혐의없음)처리를 한 것이다.

A공업사에 따르면, 천안지청은 '공사현장에 차량간 추돌 및 안전모 미착용 등을 이유로 제기된 고소·고발에 대해 증거가 있음에도 '혐의없음' 처분이 내렸다. ⓒ 프라임경제

A공업사는 지난 2년 여 동안 개발업자를 상대로 천안시 환경과, 천안시 서북구청 환경위생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천안지방검찰청, 성거지구대 등에 수십건의 각종 민원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혐의없음' 또는 '소액의 벌금형'이 전부였다. 이에 비해 A공업사 측은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몇십만원부터 몇백만원까지 총 2000만원에 가까운 벌금을 물어야 했다. 

한편, 본지는 A공업사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취재를 이어갈 예정이며, 다음 편에서는 천안시 허가과, 건축과, 서북구청 환경과, 성거지구대, 수십억원을 대출해준 저축은행, 그리고 개발업자 측의 입장을 중심으로 문제점을 짚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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