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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목 칼럼]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책·의식 변화

극우포퓰리즘-좌향포퓰리즘, 동시에 강화되는 이상한 현상…사회주의적·관치만능 경영에 따른 병폐

김영목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10.18 10:58:39
[프라임경제] 코로나 팬데믹 창궐 이후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의 기록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지난해부터 이미 자산 가치들을 포함한 화폐적 인플레이션이 우려됐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에 움츠린 소비 수요가 본격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올해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의 연속성과 정도에 대한 관찰과 논쟁은 이젠 인플레이션이 피할 수 없는 대세인 것으로 결론 나는 추세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중요 척도 중 하나인 실업률의 수준과 관계없이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수요의 증가와 물류와 인력공급(supply chain)의 동맥경화, 각국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인위적으로 억제 해온 전력, 물 등 유틸리티(utility) 가격이 한계치에 도달 한 점,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그린(Green) 경제'로 가기 위한 투자비용 등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가 중국과 영국인데, 공통점은 에너지 파동 특히 전력 생산 공급의 중단, 에너지 가격의 급상승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으로 석화 에너지들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원의 가격과 원자재 가격들이 급상승했고, 영국의 경우 도입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불과 한 달 만에 거의 5배 상승했다 합니다. 물론 국제 거래 가격이 올랐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전력난의 여파로 전세계적으로 여러 공산품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당장 우려되는 것은 농산물, 식품의 품귀와 가격 급등입니다. 

깨끗한 물, 깨끗한 공기, 탄소 배출 없는 경제는 더 더욱 고비용을 요구합니다. 아무리 사회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시장을 무시한 사회주의 일변도 정책을 취한다면 가격 억제는 공급의 축소, 중단, 그리고 역으로 가격 급등을 유도해서 급기야 경제 위기를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정치와 정책: 좌우 똑같이 알게 모르게 포퓰리즘 의존

지난 20년 간 IT의 급속한 발달은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도 인플레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믿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에너지원과 원자재가 일정한 수준에서 공급이 가능한 구조에서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권과 중국의 무역 분쟁, 기술 패권 경쟁에 따른 '물류와 인력공급'이 왜곡된 데다 그간 탄소 중립에의 적응을 게을리 해 온 각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회복(recovery)의 중심에 에너지 탄소 중립을 급격히 추진하고 있어 이러한 공급 부족과 고비용 요인들이 겹쳐서 경제 전반에 압력을 가해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대부분 정부들은  최근 수년간 표면적으로 점점 더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정치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의제에 가치를 부가시키는 방식입니다. 좌우 똑같이 알게 모르게 포퓰리즘에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 운영이 어려워지고 민중의 삶이 피폐해지면서 민주주의와 다원화가 대세로 인식되던 경향이 퇴보하고, 오히려 권위주의와 통제가 받아들여지고 있는 국가나 정권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세를 더 얻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개방을 외치던 서방 선진국들이 폐쇄주의에 앞장서 왔던 만큼 권위주의 또는 독재  정부들을 비난하는 것도 명분이 약해져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포용적·친환경적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한다고 생각돼온 EU 내에서 핵심국의 이탈이 생기고, 여러 나라에서 극우적 포퓰리즘과, 좌향적 포퓰리즘이 거의 동시에 강화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미국을 통해서도 보았습니다. 

지금도 영국에서는 브렉시트(Brexit)의 후유증이 일어나고 있고, EU와 영국은 아직도 싸우는 모양새입니다. 오스트리아와 체코 같은 나라의 정치지형이 리더십 문제로 급변하고 있고 독일도 정치 지형이 좌향으로 이동한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중도 성향이 퇴조함으로써 향후 정부 안정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정치는 실질 경제 문제에 있어 타협을 더 어렵게 합니다. △보편적 가치 △자유무역 △개방을 최소한 대외 명분으로라도 천명하던 정부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임의로 설정한 '가치'를 앞세워 자국과 주요 상대국에 대한 경제적 손상도 주저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이러한 가치들을 기본으로 만들어냈던 약속과 글로벌 제도들마저 훼손하고 있습니다.

소위 국익, 민족주의라는 이름 하에 기존의 국제적 질서가 하나씩 허물어져 나가면서 세계적 불안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지각 변동의 조짐인 셈입니다.  

선거는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정치 행위는 이러한 포률리즘을 더 부추기면서 미래의 자산들을 현재에 소진해 버리는데 망설이지 않게 합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올 사람들 일이고 일단 질러 놓고: Kick the can down the road'가 대세인 셈입니다. 

어떤 나라던 안정적인 나라 살림을 하고, 또 모든 국민,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혜택을 누리길 원한다면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는 견고한 국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그만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력, 물, 식량 등 산업 활동과 인간의 기본 활동에 필수적인 생산 요소에 대해서는 공급이 가능한 가격이 설정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겠지요. 그래야 위기도 피하고 지속적인 삶과 경제 활동이 보장되겠지요. 

중국 지방의 전력 회사들이 전력 공급을 중단한 것이 충격을 주고 있는데 탄소(co2)의 인위적 할당 감축 등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원가가 충당되지 않기 때문에 공급을 중단하게 된 요인이 크다고 봅니다. 사회주의적·관치만능 경영이 만들어내는 병폐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솔직하고 용기 있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방법은 없는 건지 자문해 봅니다. 우리나라는 GDP 80%가 대외적으로 일어나고, 에너지 자립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나라인데 그 만큼 주도면밀 하고 균형 잡힌 정책 조합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가장 시급한 에너지 문제부터라도. 정치가 정책을 만들어내는 만큼 합리적 정책들을 보려면 먼저 합리적 정치 문화가 형성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G-2 관계의 변화 여부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이 대결 일변도에서 조화로운 관계로 전환이 될 것인지 큰 관심을 갖게 합니다. 아주 어려운 예측입니다.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는 두 나라, 특히 예상과 달리 경기 후퇴 압력이 강한 중국이 무언가 현실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다 보여집니다. 중국의 문제는 곧 전 세계의 문제가 되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미국도 여러 문제로 어렵고 리더십을 예전처럼 발휘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보고도 나옵니다(미국IIF는 지난 10월1일, 2009년에 비해 2020년에는 거의 8%가 감소한 미 국채에 대한 해외 투자를 지적).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됩니다. 

현재 미-중 간 대결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는 무력시위가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1~4일 중국 인민해방군 항공기가 전투기 40여대를 포함 연 150대가 대거 대만 방공식별 구역(AZDIZ)을 침범, 훈련하면서 대만에 위협을 가한 반면, 미국은 10월4일 영-일과 합동으로 총 4척의 항모, 17척의 호위 함정을 동원하여 남 중국해에서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하였습니다. 양 세력 간 군사적 대결은 오랫동안 보지도  못하고 상상도 못했던 양상으로 전개 되고 있습니다.

또 시진핑 주석은 10월9일 신해혁명-중화민국 창립 110주년을 맞아 중공은 신해혁명과 국민당 창시자인 손문의 후계자이며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당연히 통일돼야 한다고 재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중화민국을 창건한 국민당 입장에서는 본토를 상실한 뼈아픈 설움을 참아야만 할테고, 차이잉원 민진 당 당수 겸 대만 총통은 10월10일 중공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베이징 정부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치고 있습니다.

양 세력 간 대결은 군사, 첨단기술 경쟁에만 그치지 않고 국제 제도, 국제 개발에까지 확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존 세계적 질서의 근간인 WTO, UN-WHO의 친중 성향을 문제 삼아 왔고, 최근에는 유럽 측이 IMF 총재의 친중 성향 까지 문제들을 삼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일본, 호주는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는 계속 당사국 주민들의 뜻을 반영하지 않고 주최(Host)국의 부채만 양산한다고 비난하면서 개도국 인프라투자에 대한 새로운 스킴(Blue Dot Network)을 제안하고 있고, 최근엔 OECD의 차원 높은 기준을 원용하기로 했다고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에 맞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맞불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G-7에 제안한 'Build Back Better World(B3W)' 이니셔티브의 후속입니다. 이 당시 미국 측은 2035년까지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개도국 인프라 구축에 40조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시기도 늦었고,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 실효성에 의문이 갑니다. 특히 중국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중앙아-서남아 지역에서는 서방국들이 현재의 어정쩡한 정책으로는 판도를 바꾸는 건 물론 신규 진출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만, 여하튼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적 세계질서 구축과 에너지, 광물, 금속 독식에 제동을 걸자는 의도로 해석 됩니다.

미-중 대결은 외교, 군사·안보, 에너지, 산업, 무역에서 국제기구, 투자, 국제 개발에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중 대화: 미국 측 리커플링 조짐에 긍정신호 기대  

한편 설리반(Sullivan)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10월8일 제네바에서 만나 미-중 정상 간 비대면 회담을 연내에 갖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전에 미국 측은 고위급 인시들을 중국에 계속 보내 봤고, 민간에서도 금융계 유명인사들이 중국을 찾아가는 등 여러 레벨의 대화들은 계속 되고 있어 이들 대화의 배경과 내용에도 많은 관심들이 가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미-중 관계가 협조적으로 전환되는 걸 단시간 내에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그러나 무역 현안 등 덜 전략적 분야에서 조그만 합의가 있을 수 있다면 양국 간 대결과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출발점은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여하튼 양측은 무역 협상을 개시 했고 특히 미국 측은 비록 한껏 국수주의 와 공산당 중심 경제 윈칙을 부추겨 놓은 중국에게 의 관치주의와 불공정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고, 중국 측은 중국을 사실상 최대의 위협이라고 규정한 미국 정부에게 트럼프 때 관세부터 취소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현실적 타협 보다는 일단 내 주장부터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미국 측이 세계 경제를 위해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리커플링(recoupling)'으로 갈 용의가 있다고 하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지위 변화는 한반도에 엄청난 지진이자 쓰나미 

이러한 미-중 간 전면적 대결과 그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지적인 분쟁 완화 움직임은 한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대만의 운명은 전 세계적 질서를 좌지우지 하는 방향타입니다. 특히 상상은 안 되지만 대만의 지위 변화는 한반도에는 엄청난 지진이고 쓰나미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에게 편리하다고 해서 상투적으로 내밀고 내리고 하는 대북 접근법이 효과가 있을까요? 동맹과 북한의 협박적 요구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는 우리 사회의 관습적 사고가 우려 될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근본적이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 우리 산업은 중국에 수출·수입 의존도가 아주 높습니다. 구조상 매우 취약한 형편이지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 정치 지도자들과 정책 수행자들의 어깨는 더 무거워집니다.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에게 특히 더 무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전쟁은 우리에게 치명적입니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 신 경제, 탄소중립형 기술 경제를 부양할 수 있는 균형된 에너지 믹스는 아주 중요합니다.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이 균형된 정책 추진에 필수적이겠지요.

소위 지정학적 리스크와 변동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태에서 '한반도의 안보와 대한민국 의 영속적 번영'을 확보하는 문제는 더 미묘하고 어렵습니다. 현재 혼란스럽고 분열된 정치 지도를 볼 때, 원대한 미래를 바라보면서 균형된 경제사회 정책, 복합적 외교와 창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한반도 정책이 추진되어 나가는 것을 보기는 어렵다고 시인해야 합니다. 

북한을 포함해서 대외적으로 움직이는 우리의 힘은 축적된 국력, 국민들의 넓은 시야와 재정적 여유에서 나옵니다. 대내적인 포용 경제 구축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재정적·통화적 확장 수단을 소진한 상태입니다. 우리도 소진되어 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결국 모든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문제들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선각자들이 대한민국을 건국 할 때 만큼 어려웠겠나 하는 각오가 필요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염만 안 보일 뿐인 큰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와 국민, 산업이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소망합니다.
                                                 


(현) G&M글로벌문화재단 대표 / (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  (전) 외교부 주이란대사 / (전) 외교부 주뉴욕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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