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이슈] "신입이 경력직보다 많이 받는다?" 격해지는 콜센터 상담사 인력난

[인력난 전쟁 ①] 비대면 서비스 수요 폭증으로 상담사 '역차별 야기'…관계자 "정부 차원 인식 제고 필요"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10.21 11:32:47
[프라임경제] 컨택센터 현장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더 과열되는 추세다. 프라임경제에서는 비대면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 상황에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콜센터 연관 기업 및 관계자들을 취재했다. 인력난의 원인과 결과, 관계자들의 애로사항과 대안은 뭘까.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펜더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콜센터 운영 업체 상담사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존 다루던 △유통 △금융 △카드부터 공공 기관, 백신을 비롯한 의료 신설 분야까지, 처리해야 할 영역이 산처럼 쌓여있다. 

현장은 쌓여있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준비되지 않은 신입을 인센티브를 주고 밀어 넣고, 이는 서비스 품질과 상담사 복지 및 만족도 저하로 이어진다. 

◆'인력난'에 주고 또 줘도…빠져나가는 '악순환 인센티브'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콜센터 운영 업체 상담사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콜센터 상담사 모집 공고. ⓒ 잡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돈을 아무리 줘도 사람이 없어요." 콜센터 A 업체 채용 관계자의 넋두리다. 코로나19 이후 상담 인력이 눈에 띄게 줄면서 연관 업체 및 채용 관계자들은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펜데믹이 장기화함에 따라 사회와 경제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 간의 대면이나 접촉 없이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비대면 경제가 급격히 팽창했기 때문. 

그 과정에서 상담사는 '귀한 몸'이 됐다. 기존 분야에서 의료·유통·금융 등 빠르게 영역이 확산되며 상담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자 당연히 몸값이 올랐다. 

A 업체 채용 관계자는 지난 19일 프라임경제와의 통화에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작년부터 상황이 힘들긴 했지만 올 4월부터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았다"며 "전체의 15~20%는 인원이 미달된 채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인책, 채용대행사 등 업체 차원에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그것조차 먹히지 않는다"며 "최소 3배에서 10배 가까이 정착지원금 액수가 늘었다. 사실상 채용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콜센터 운영 업체 대다수는 신입 상담사에게 50~100만원의 비용을 주는 '초기 정착금' 지원으로 상담사 끌어들이기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 과중 및 전문성 결여를 이유로, 혹은 지원금을 노리고 접근한 인원이 금방 빠져나가면서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신세다.

관계자는 "말 그대로 모든 업계 사람들이 채용에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급하게 뽑은 직원들은 안착하기가 쉽지 않다. 채용대행 사업을 통해 들어온 분들은 대체로 금방 그만둔다"며 "들어가는 채용비가 너무 많다 보니 원가가 많이 떨어지고, 그렇다 보니 업계 이익률은 바라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콜센터 운영 업체 B사 대표는 같은 날 통화에서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고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규모가 작은 업체는 더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규모 있는 기업들처럼 회사 사비를 몇 천만원, 억 단위로 들여 채용을 이어나갈 수 없다"며 "그렇다고 원청에서 상황을 이해해 주는 것도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패널티가 적용돼 도급단가가 깎인다. (사업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지만 지금이 가장 힘들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서비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업계 관계자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신입이 경력보다 더 받아" · "전문성 높은 분야 적응 힘들어" 노사 이중고

정부과천청사 국가권익위원회의 콜센터에서 상담사가 긴급지원금 관련 원스톱 상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몸값이 오른 상담사들에게는 호재일까. 단순히 초기 정착금을 받기 위해 접근한 인원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기존 상담사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담사 채용 관계자는 "몇 년 일한 직원보다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이 쉽게 돈을 받아가니 기존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현 상황이 오히려 기존 경력직과의 역차별을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전반에 인력 수급 문제가 두드러지고 콜센터 운영 업체 간 신입 상담사를 구축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 초기 정착금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기존 경력 상담사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있다는 것.

초기 정착금을 지원받고 근무하게 된 상담사들도 상황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비대면 서비스 급증과 인력난으로 실무에 급히 투입된 신입들은 업무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지난달 14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정신 질병 산재 신청은 2018년 268건에서 2019년 331건, 지난해 58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5월까지 신청된 정신 질병 산재는 294건에 이른다. 

상담사는 일반 노동자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정신적으로 더 강한 압박을 받는다. 만성적 인력 부족에 코로나19 대응까지 겹치면서 현장에선 근무여건이 더 악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콜센터 C사 상담사 관계자는 "일정 기간 필수적인 교육을 거치더라도 금융 및 공공기관, 신설 분야는 높은 이해도와 업무 강도가 요구된다"며 "그 과정에서 신입 상담사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원청 '나 몰라라' 태도 지양…정부 차원 인식 제고 필요해
 

서울 마포구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내 개소한 '임상시험 참여지원 상담센터'에서 전문상담사들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 콜센터 전반의 인력 수급 차질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폭증에 따른 수요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2년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감염병 확진자 증가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 △유통 △금융 △병원 △공공기관 등에서 관련 상담 분야를 신설·집중하면서 컨택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상담 난이도가 높은 카드·보험·은행 분야는 심한 채용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반면, 상담 난이도가 쉽고 재택 근무가 가능한 유통권 콜센터로 구직자가 쏠리면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인력 풀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

한편, 컨택 업계를 바라보는 부정적 이미지도 인력 수급 차질에 이유를 보탠다. 힘들고 고된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는 콜센터는 충분한 급여 및 보상, 비전 제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에 대한 불만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다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부 차원에서는 상담사들이 직업적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 및 복지를 실시해야 하며, 더 큰 차원에서 우수한 상담사나 관리자들에 대해 적절한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밖에 정부 차원의 인식 제고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 지난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온상으로 여겨졌던 컨택 업계는 상황의 번복을 피하기 위해 철저한 방역으로 감염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콜센터에서 △높이 90cm 이상 칸막이 설치 △직원 간 1.5m 이상 거리 두기 △휴게실 칸막이 설치 △사무실 내 손 소독제·체온계·마스크 등을 이행하고 있으며, 업무 특성상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가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인식, 컨택센터와 컨택산업을 정확하게 알리는 다양한 홍보전략을 마련함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보조금 지원의 확대 및 지원체계의 차별화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청에서는 원활한 서비스 공급을 위해 함께 대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인력 수급이 힘든 현 상황을 고려해 사업 전반에 대한 목표치와 기준에 대해 큰 밑그림을 그리면서 업무적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현 상황의 산업의 문제점과 전망,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우선으로 이뤄져야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서비스의 증가는 상황이 종식된 후에도 정착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지자체·관련 업계 및 직원들 사이에서 현 문제점에 대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