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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믿을 수 있을까?" 구직자 불안에도 뉴노멀 합류한 'AI채용'

AI채용 '공정성' 얻으려면 기술공개도 필요…"기업별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사용될 것"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10.28 16:14:04
[프라임경제] 무한 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이 채용 시장에도 널리 퍼지고 있다. AI 솔루션 카피킬러가 하나의 자소서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8초. 이는 인사담당자가 평균 걸리는 시간(10분)의 75배 가량이다.

이 채용방식을 국내외 다수의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구직자들은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다. 과학과 빅데이터로 설계된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량을 측정하는 도구로 적합한 지 알수 없어서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AI채용은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7 리딩 코리아, 잡 페스티벌'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방식이 소개된 영상물. ⓒ 연합뉴스


28일 한 AI채용 컨설팅 전문가에 의하면 채용 전형에 AI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이 현재 국내 800여개에 달한다. 미국의 포춘지(FORTUNE)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서도 90% 이상이 AI채용을 도입했다.

'언택트 채용 AI 취업 전략' 책을 쓴 저자이자 AI채용 컨설턴트인 최준형 다온(DAON) 컴퍼니 대표는 "AI채용의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인공지능은 군에서도 간부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고 향후 신병들의 병과 분류를 위해서도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사람을 평가할 수 있을까?"

AI채용을 도입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왜 점차 늘어나고 있을까. 수많은 지원서류와 지원자들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주관적인 판단이 배제돼야 하는 채용 절차를 과학의 객관성에 맡기는 데서 오는 신뢰감도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AI채용이 기존 채용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단계임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존재한다. 지난 2019년 AI 면접을 실시하다가 신뢰성 문제로 중단한 한국공항공사가 대표적이다. 미국 기업 아마존도 AI로 이력서를 검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폐지했다. 

국내 여러 공기업의 채용과정에서는 AI의 인력 평가 기준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공정성 측면에서 '동전의 양면'"

인공지능의 평가 당사자인 구직자들의 AI채용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구인구직 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말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60%는 AI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몰라서'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

사람인은 구직자들에게 AI모의 면접 서비스인 '아이엠그라운드'를 제공하고 있다. ⓒ 사람인

현재 구직중인 누리꾼들은 "AI채용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공개나 검증이 먼저 이뤄졌으면 좋겠다" "AI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처럼 AI채용 기술의 신뢰도를 측정하거나 공정성이 검증된 결과는 아직까지 없다. 

전문가들이 AI 채용에 대해 '대체재'가 아닌 '보완제'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이유기도 하다.

최 대표는 "아직 AI채용을 완성형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는 보안상의 이유로 기술이나 알고리즘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AI채용 기술만으로 채용의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다만 대체재의 역할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AI솔루션이 어떤 기준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고 있는 지 공개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채용, 잠재적 실무 능력자 발굴에 사용" 

지난 7월 중순 재단법인 교육의봄에서 진행한 채용 트렌드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 서류 전형에서의 자소서 분석역할을 하는 AI 솔루션이 카피킬러다. 

2단계 인·적성(필기시험)에서 AI역량검사 솔루션이 사용된다. 이는 뇌 과학 기반 게임테스트를 통해 지원자의 비가시적 잠재 역량을 확인하는 도구로 주목된다. 3단계 면접 전형에 사용되는 뷰인터HR은 AI가 지원자의 면접 영상을 토대로 지원자의 태도(성격·소프트스킬)와 행동 역량 등을 분석한다.

2019년 열린 한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AI 매칭 부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AI채용이 확대되면 기존 평가지표로 활용된 '스펙(SPEC)' 이외에 지원자의 잠재적 역량을 파악하는 도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솔루션들이 구직자들의 실제 직무역량 분석과 잠재력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실제로 AI채용을 도입한 기업에서 출신, 성별, 학력 등 인적 구성이 다양해졌다는 평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AI채용 기술은 트렌드를 넘어 뉴노멀 시대에 합류하고 있다. 이에 불안한 구직자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솔루션 공개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AI채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제네시스랩의 이영복 대표는 "구글에서 정한 '모든 과정이 타당하게 설계 됐는지 설명돼야 하며 사람의 추적과 피드백이 반드시 가능해야 한다'는 AI윤리 가이드에 따라 AI채용도 같은 맥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교육의봄 포럼에서 말했다.

끝으로 최 대표는 향후 AI채용의 전망에 대해 "AI채용이 지금보다 더 공정성을 확보한 이후 기업들은 개성에 맞게 이를 커스터마이징해 채용 전형의 하나로 활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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