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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탈시설 정책, 중증장애인 당사자 측 의견 최우선으로"

 

박성현 기자 | psh@newprime.co.kr | 2021.11.01 09:07:27
[프라임경제]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몸과 정신을 가누지 못 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겐 '시설'이 삶의 터다. 이 시설을 줄여나가겠다는 탈시설 로드맵엔 2041년까지 탈시설 전환을 완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소요 재원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찬성과 반대 양 측으로부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찬성 측인 김정아 프리웰 이사장은 "중증발달장애인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케어해 줄 것인 지에 대해 해당 로드맵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대 측인 김현아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 공동대표는 "시설 폐쇄로 부모들을 사지로 모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 같이 양측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입장은 정 반대다. 

프리웰을 포함해 탈시설을 찬성하는 측에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인이 자립적으로 생활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탈시설을 주장하고 있다.

'도가니' 사건(2011년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나 염전 노예 사건, 수많은 군대 내 가혹행위 등의 사례를 떠올리면, 단체생활 시설 내 인권 학대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중증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곳에서 24시간 전문서비스를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들의 도전 행동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시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시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중증장애인과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사례가 늘어났다. 또 시설 폐쇄조치로 인해 시설에 기거하던 발달장애인 74명 중 경증인 6명만이 자립센터로 갔다. 쫓겨난 중증장애인을 받아줄 곳은 딱히 없다.  

탈시설 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에서 0점(30점 만점)을 받은 무연고 중증발달장애인이 퇴소동의서에 본인 명의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탈시설 정책을 신속하게 이뤄내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탈시설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들에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시설을 보내는 과정에서 중증장애인과 부모들은 비장애인들이 경험하지 못 한 아픔을 겪었다. 이들은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강제 퇴소 당하고 있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것이어서 사안이 중대하다. 탈시설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라면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일텐데, 오히려 '인권을 짓밟는' 일이 아닌가, 걱정된다.     

시설에서 쫓겨나는 중증장애인을 받아주는 시설은 이제 없다고 봐야 한다. 이런 현실에 직면한 중증장애인 가족들이 거주시설의 신규 설치를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긴 장애인복지법 개정안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발의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탈시설에 대한 논의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 향상과 후견인인 부모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정책 당국은 일방적으로 일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탈시설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방법을 찾아야 한다. △24시간 전문서비스 케어 △시설 대기자 문제 해결 △장애 당사자 및 가족 선택권 보장 등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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