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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갈길 없는 '실수요자'

'실수요자 보호'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어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1.11.04 18:02:22
[프라임경제] 오는 2022년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신규대출에 대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되고 7월부터는 1억원만 넘어도 대상이 된다. 결국 연소득을 분모로 하는 DSR을 통해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을 실현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지만, 소득이 없는 노년층과 각 세대 간 양극화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될까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관리 방안의 핵심은 내년 7월로 예정돼 있던 '차주단위 DSR 2단계'를 오는 2022년 1월로 앞당겨 조기 적용시키겠다는 것.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 신용대출은 1억원 초과한 경우에만 DSR 40%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지금 기준을 유지한 채로 총 대출액 2억원을 초과하게 되면 대출심사에서 무조건 DSR 40%가 적용된다. 

DSR은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대출 이자상환액만 계산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달리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눠 한도를 정한다. 당국은 2단계 조기 시행에 이어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모두 DSR 40%가 적용되는 '3단계'를 시행할 방침이다.

DSR이 연 소득을 기준으로 한도를 판별하다 보니 주요 경제활동 연령에 비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나 정년퇴직한 60대의 대출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통계청이 올해 초 내놓은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소득' 자료에서 연령대별 평균소득을 살펴 보면 △20대 221만원(연2652만원) △30대 335만원(연4020만원) △40대 381만원(연4572만원) △50대 357만원(연4284만원) △60대 207만원(2484만원)으로 집계됐다. 

예를 들어 2484만원의 연 소득을 가진 60대가 DSR 40%가 적용되는 금액을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가정(만기 5년, 금리 3%) 할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약 993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20대 청년층도 비슷한 수준으로 신용대출을 이미 받았다면 주택담보대출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금융업권에서는 당장 주택 구매 시 청년층, 신혼부부에 대한 은행의 자금지원 수준이 크게 줄어들면서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미 당국은 지난 4월1일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청년층 DSR 산정 시 현재 소득뿐만 아니라 미래소득 등을 반영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날달 공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서 해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사람의 미래소득을 계산한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하며 마땅한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혀 실효성이 없는 이야기에 해당된다.   

반대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정년퇴직 노년층의 경우도 연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년 7월부터는 대출 총액이 1억원만 넘어가도 DSR이 적용되기 때문에 연 소득이 없는 노년층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DSR산정 시 연 소득이 없는 노년층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액, 건강보험료 납부액 등을 소득으로 환산해서 적용하고 있다"며 "다만 이렇게 환산하게 되면 당연히 대출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소득으로 환산할 자료조차 없는 노년층이라면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실소유자 보호 방안으로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과 결혼식, 장례식 등 실수요로 인정되는 신용대출에 한해 DSR을 적용하지 않을 입장이지만, 소액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자금수요도 분명히 존재하며 실수요를 입증하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의문투성이다. 

지난 25일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하기 전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 있어 실수요자를 특별히 보호해 균형감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들은 명확한 기준점이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취약계층들의 혼란은 더해만 가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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