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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스에이치파트너스 관계자 "우리는 보초병이었다"…"반칙 이기는 세상 안 돼"

"양원석 지트리 대표는 이중계약 논란에 '나몰라라' 경영자 자격 없다" 일갈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11.05 13:10:30
[프라임경제] 에이치엘비(028300, 이하 HLB) 컨소시엄의 인수가 예정된 지트리비앤티(115450, 이하 지트리)를 두고 이중계약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선 에스에이치파트너스(이하 SH) 고위 관계자가 "지트리가 이중계약을 했으며, 그 사실을 HLB에서도 인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HLB 컨소시엄과 맺었던 유상증자 계약은 물론 550억원 규모의 CB발행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SH 고위 관계자(이하 A씨)는 "지트리는 SH와 계약한 뒤 HLB와 이중계약을 맺었다"며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 대표로부터 HLB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장 큰 책임은 양 대표에 있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HLB 또한 불공정 거래와 사행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양원석 대표가 이중계약을 맺게 된 배경을 두고 "주주와 회사를 위한 의사결정이 아닌 개인의 실리에 부합하는 쪽과 손을 잡은 것"이라며 "이번 거래에서 SH는 철처히 보초병으로 이용당했는데, 법인인감까지 날인한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고, 모든 잘못이 SH에 있는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는 뻔뻔함에 화가 난다"고 일갈했다.
 

에스에이치파트너스 고위 관계자가 지트리비앤티 이중계약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프라임경제

다음은 SH 고위 관계자 A씨와의 일문일답.

-지트리비앤티에 투자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양원석 대표는 어떻게 알게 됐는가.

"베이사이드PE가 경영참여형 PEF(지트리홀딩스)를 설립해 지트리 경영 참여를 결정했을 때 투자 제안을 받았었다. 지트리비앤티가 성장성 있는 회사라 판단했지만, 간접투자 방식엔 관심이 없어 제안을 고사했다. 이 때 양 대표를 처음 만났다.

이후 수개월 뒤인 지난 8월 베이사이드PE로 부터 '양 대표가 유상증자를 통해 직접 투자할 투자자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8월22일 양 대표를 만났다.

양 대표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요청했다. 지트리가 비전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SH의 주 비즈니스인 건설분야와 전혀 달라 쉽게 인수를 결정하진 못했다. 양 대표에게 '8월31일까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을 찾아보고, 없으면 SH가 투자하겠다'고 했다.

결국 투자자를 못 찾은 양 대표는 31일 우리와 계약을 맺었다. 이 날 서명한 문서엔 정확한 투자조건이나 금액, 납입일 등을 명시하지 않았고, 9월9일에 주요 내용을 포함한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8월31일 계약서 작성 시 주요 사항을 명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지트리 대주주 지분률은 4%를 밑돈다. 지배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원활한 경영을 위해선 지분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소 두자릿수에서 많게는 30%의 지분이 있어야 안정적 경영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 대표에게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고, 적법한 절차에 맞춰 9월9일 합의서 작성 때까지 필요금액을 산정해 올 것을 요청했다."
 
-합의서에 명시한 주요 투자 조건은 무엇인가.

"증권 규정에 따라 산출된 주당 가격인 1만475원보다 10% 할인된 9430원으로 신주를 발행하기로 결정했고, 총 350억원어치를 발행해 인수하기로 했다. 더 큰 규모의 투자도 고려했지만 양 대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 80억원에 350억원정도 확보하면 회사 운용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했다. 지트리가 신한은행에 개설한 에스크로 계좌에 9월28일까지 투자금 전액을 입금하기로 합의했다."

-지트리는 9월13일 오전8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SH가 아닌 넥스트사이언스 주축의 HLB 컨소시엄에 유상증자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불과 4일만에 계약 대상이 바뀐 셈이다. 그 간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나.

"합의서를 작성한 9일엔 양 대표의 제안으로 IR을 맡을 임원 면접을 함께 보기도 했다. 인수가 완료되지도 않았는데 임원을 채용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후 뽑자고 말했다. 

10일 오전엔 계약에 동참했던 지트리 임원으로부터 '투자를 결정해줘서 고맙다' '인수 후 잘 키워보자'는 등 감사 메시지를 받았다. 첩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양 대표가 임직원에게 SH에서 신규 투자가 들어오니 잘 해보자는 얘기를 했던 것으로도 파악된다. 

그런데 10시30분 경 새로운 인물이 지트리를 방문했는데, 그 이후 상황이 급반전 됐다. 아마도 HLB 인수와 관련된 인물인 것으로 추정된다."

-10일 오전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나.

"오전까지 감사 인사를 하던 임원을 오후에 만났는데,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꺼냈다. 지트리홀딩스 투자자 중 한 명이 폭력배라며 '지트리에 투자할 경우 손해를 볼 것'이라며, 2시간 동안 그 얘기만 했다. 어제까지 긍정적인 얘기만 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시작했다.

사실관계를 알아본다고 하고, 베이사이드PE 측에 확인한 결과 지트리에서 말한 인물과 동일인이 투자한 사실이 없었다. 그 때부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후 흐름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10일이 금요일이었는데, 양 대표가 12일 일요일에 사용해야 된다며 직원에게 법인인감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상식적으로 일요일에 법인인감을 사용할 일이 없지 않냐. 그래서 양 대표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는데, 걱정할 일 없고, 아무 일 없다고 했다.

12일 오전에 양 대표에 연락해서 혹시 다른 곳과 계약한다면 SH를 보초병 세우지 말고, 지금이라도 양해를 구한 뒤 일을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도 아무 일 없다고 했다. 업계에선 지트리를 HLB가 인수할 거란 소문이 쫙 퍼졌는데도 끝까지 모른척했다."

-HLB 유증 관련 공시 후 양 대표에게 항의하지 않았나.

"당연히 항의했다. 그런데 당일 주가가 말도 안 되게 움직였다. 공시가 나기 전인 장개시 10분만에 상한가를 찍었다. 이렇다 할 상승세가 없던 지트리 주가가 공시도 없었는데 이미 상한가에 도달했다. 당연히 정보 누설로 인한 선행매매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급등한 후 지트리의 공시가 나왔고, 이후 양 대표에게 전화했더니 그때서야 사과하고 다음날 만났다.

14일에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양 대표는 무조건 잘못했다며 통사정했다. 이렇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 자초지종을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양 대표는 HLB가 지트리를 5년 전부터 분석해왔고, 토요일, 일요일 밤새서 일하고 일요일 저녁에 밤늦게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SH와 계약하는 중간에 HLB와 접촉해 이중 플레이를 한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 대표는 HLB에게 SH와의 계약을 알렸는지 묻자 '분명히 말했다'에서 '그 말은 취소하겠다'로 계속 말을 바꿨다. ⓒ 제보자 제공·프라임경제 편집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전혀 진행되는 일이 없다고 거짓말한 건 기만행위라며 항의했다. 이후 HLB와 계약에 앞서 우리와 계약한 사실을 미리 알렸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대표는 '분명히 말했다'고 답했다가 '연결해준 사람에게는 말했다'고 했다가 '그 말은 취소하겠다'고 계속 말을 바꿨다. 

이중계약이 문제될 수 있음을 지적하자 말을 바꾼 것으로 봐서 상황을 회피하고자 얼버무린 게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지트리에선 계약 해지 이유가 SH가 에스크로 계좌에 약속한 투자금을 입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주장하는데.

"너무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계약서엔 9월28일까지 투자금을 입금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 전에 지트리에서 계좌를 폐쇄했다. 입금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본 건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했더니 아마도 에스크로 계좌를 폐쇄했을 것 같다며, 투자금 일부를 입금해보라고 조언했다. 입금을 시도해봤는데, 역시나 입금이 안 됐다. 

16일에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29일에 답변을 받았다. 우리가 28일까지 돈을 입금하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다는 통보였다. 너무 황당해서 지트리가 계좌를 폐쇄해 입금을 못 하게 만들어 놓고 입금을 안 해서 해지됐다고 하는 건 부당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한 달이 한참 지난 현재까지도 전혀 답신이 없다."  

-지트리에선 SH와 협의한 사실은 있으나 법적 효력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회사 대표와 계약서·합의서를 작성했고, 법인인감을 날인했음에도 이사회 결의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트리가 9일 계약했으면 10일에는 공시했어야 하는데 공시를 안 했다. 이 건이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향후 분쟁에서 불리할 수도 있는데, 소송을 계속할 예정인가.

"가처분 기각을 결정한 판사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판결 과정에서 경영권 양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피보전 권리에 대해 신주 발행 금지에만 초점을 맞춰 기각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양 대표와 계약 당시 주요 업무를 담당했던 이사를 이중계약 혐의로 9월23일 수원지검에 형사고소한 상황이다. 형사와 별개로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트리가 SH와 했던 계약과 HLB와 맺은 계약 간 어떤 차이가 있는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SH는 양 대표의 등기이사 지위를 박탈하고, 기술개발에 집중하도록 한 데 반해 HLB는 양 대표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 둘째는 CB 발행 유무다. HLB와는 550억원의 CB를 발행키로 했는데, 우리는 CB를 발행하는 데 반대했다. 

우리가 CB 발행을 반대한 이유는 주가가 바닥인 상황에서 CB를 발행하면 향후 채권자가 권리를 실행할 때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지트리에 자금이 더 필요하다면 유상증자 금액을 늘려줄 테니 굳이 지금 CB를 발행하지 말자고 말했다. 

또, 주가가 올랐을 때 필요하면 CB 발행을 검토하면 되는 것이고, 그 이전에 돈이 필요하면 투자액을 늘릴 계획이었다."

-두 가지 조건이 양 대표가 HLB와 계약한 이유라 생각하는가.

"그렇다. 양 대표가 기술 부분에선 훌륭한 역량을 갖췄을 진 몰라도 경영자로서는 자격미달이라 생각해 왔다. 그래서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3년 간 연구부문 부회장 자리를 보장해줬다. 

이번 일에서도 나타나듯 지트리의 가장 큰 리스크는 CEO 리스크라 생각했다. 반면, HLB에선 기존 지위를 유지해줬으니 개인적으론 HLB가 훨씬 더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CB 발행도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이었을 것이다. 기존에 양 대표가 200억원에서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돈이 필요하면 더 투자하면 되는데 왜 굳이 CB를 찍어야 하냐고 질문했더니 양 대표가 20~30% 수준의 콜옵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주가가 상승한다면 콜옵션을 가진 사람이 수혜를 입는다. 이번에 발행하기로 한 550억원의 CB 중 30%의 콜옵션이 설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결국 특정인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CB를 발행한 것으로 의심된다."

-CB 발행이 회사에 부정적이라는 의미인가.

"비단 회사는 물론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에게 부정적이다. 상식적으로 보자. 대주주가 회사를 키워 주가를 올렸는데, 1년 뒤 보호예수가 끝나 시세차액이 발생되는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자금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주가가 낮을 때 CB를 발행하는 건 전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특정인이 콜옵션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챙길 상황이 아니라면 발행하는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에스에이치파트너스 주장에 기반한 계약 관련 주요 내용 정리 ⓒ 프라임경제


-덧붙이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반칙하는 사람이 이기는 세상은 어떻게든 막을 것이다. SH는 이번 딜의 피해에 대해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인데, 이 때문에 주주에게 피해가 발생되지 않길 바란다. 소액주주 중 HLB를 지지하고 있는 여론이 있다는 점도 아는데, 당연히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단, HLB 혹은 진양곤 회장이라는 브랜드만 보지 말고 실제 어떤 계약을 맺었고, 주주로서 어떤 득실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이와 함께 지트리를 통해 업계에 퍼졌던 SH의 괴소문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길 바란다. 사채업자 설이 제기되기도 했고, SH가 돈도 없으면서 투자를 차일피일 미뤘다는 등 헛소문으로 명예가 크게 실추됐는데, 이를 회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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