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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공공분양서 수억대 '옵션 바가지' 들통

파주운정3 A17 "바로 옆 푸르지오보다 비싼 LH라니…"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21.11.11 10:22:14
[프라임경제] 조직적 투기행태로 공분을 산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김현준)가 서민을 상대로 한 공공분양에서 속칭 '옵션(유상제공품목) 바가지'를 씌운 정황이 포착됐다. 

입주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시스템에어컨을 유상으로 설치하며 같은 제품이 적용된 다른 단지보다 최대 110만원이나 비싼 값을 매긴 것이다. 

앞서 LH는 모든 유상옵션 품목의 구체적 사양이나 모델명을 숨긴 채 관련된 정보공개청구를 수차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예정자들은 며칠에 걸쳐 LH에 전화로 문의를 쏟아냈고 뒤늦게 시스템에어컨 관련 정보만 일부 확인한 뒤에야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파주운정3 A17 분양공고에 명기된 59A타입 시스템에어컨 유상옵션 내역(위). 4대 기준 총 672만원이 책정돼 있다. 아래 비슷한 시기 입주자 모집을 진행한 민간분양(일산 푸르지오 더 센트럴·70A타입)은 A17과 같은 모델 기준 560만원으로 110만원 상당의 차액이 발생했다. ⓒ 프라임경제


논란이 된 곳은 이달 말 입주자 계약을 앞둔 파주운정3 A17블록(이하 A17)이다.

660세대 규모로 한라(014790)가 시공을 맡은 이 단지는 84㎡ 기준 4억2000만원에 분양됐다. 바로 옆에 울타리를 맞댄 민간 후분양 아파트 '운정신도시 푸르지오 파르세나'(4억47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A17 특별공급 당첨자인 A씨는 "주방 아일랜드며 현관 거울까지 몽땅 유상옵션으로 묶여 있는데 잔금과 이사 일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옵션을 넣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천만원짜리 '깜깜이 계약'도 억울한데 바로 옆 민간분양(푸르지오)에 비하면 오히려 비싼 집을 산 셈"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LH의 불투명한 일 처리 등을 문제 삼아 이달 초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LH는 정해진 가격산정 근거에 따라 시공사와 적법한 절차로 공급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라며 바가지 의혹을 부인했다. 

파주사업본부 관계자는 "옵션으로 들어가는 가전제품은 시공사(한라)가 직접 제조사와 계약을 맺고 들여오는 것"이라며 "다른 민간단지에서 어떻게 그렇게 싸게 구해 왔는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공고에 가격이 정해져 있는 만큼 실제 입주자 계약 과정에서 값을 내리거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첨세대마다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200만원 가까이 웃돈을 받아가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LH가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시공사인 한라 역시 손사래를 치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라 관계자는 "LH의 사업계획에 따라 우리는 시공만 할 뿐 가격산정에 영향을 줄 여지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해당 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없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기사화된다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한편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공분양 당첨권을 쥔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는 LH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LH가 5억원을 들여 개발한 분양아파트 브랜드 '안단테(Andante)'의 입지 역시 불안하다. 

파주지역 부동산 관계자 B씨는 "가뜩이나 '엘사' '휴거' 같은 혐오가 뿌리 깊은데 LH가 최근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그나마 남은 평판까지 다 깎아 먹었다"며 "실제 시세에서도 민간브랜드가 더 높게 평가되는 만큼 아파트 이름을 바꾸기 위해 단체행동을 계획하는 곳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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