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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쪽 염색으로 선보이는 한국의 미 '블루의 품격' 김말례 작가

단계단계로 이뤄진 쪽 염색…'푸른빛 산수화'와 '자개'의 접목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11.12 18:42:09
[프라임경제] 순간 떠오르는 영감을 낚아채 번개같이 표현하는 '개념미술'이 요즘 대세라고는 하지만, 작가 김말례는 다르다. 단계별로 쪽 염료에 방염과 침염을 반복하고, 나오지 않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싸움을 지속한다.

김말례 작가. ⓒ 작가 제공


그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과정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고통을 호소할법하건만, 작가는 본인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러온 관람객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덧대진 그의 예술세계에 놀라고, 작품에 담긴 작가의 생각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청아한 쪽빛 통해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희노애락'

김말례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쪽 염색 작품과 전통자개를 활용한 창작품으로 구성된다. ⓒ 작가 제공

김 작가는 천연염색의 새로운 예술세계를 열어간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주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쪽 염색 작품과 전통자개를 활용한 창작품으로 구성되는데, 청아한 쪽빛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 특히 작가의 주 활동지인 남도의 뿌리인 무등산과 지리산을 산수화 기법으로 표현해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김 작가는 전주 전통공예 전국대전 특별상·장려상(2016~2019년) 제34회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특선(2019년), 대한민국 수공예 문화상품 공모대전 특선(2018년·2020년)을 수상하는 등 천연염색 부문의 대가로 손꼽힌다.

특히 2016년 쪽 염색의 산수화와 자개, 찻상을 융·복합적으로 접목해 대한민국 천연염색 문화상품 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올해 6개 분과 △금속 △도자기 △목칠 △섬유 △종이 △기타와 겨루는 전라남도 공예품 대전에서 지리산을 주제로 산수화 가방에 자개를 접목한 '블루의 품격'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주로 금속과 도자, 목칠 등이 수상을 휩쓰는 공예품 대전에서 천연염색과 섬유가 대상을 수상하는 것은 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맨땅에 헤딩씩으로 출품하면서 언젠가는 꼭 큰상을 받으리라 다짐을 세웠는데 올해 그 소원을 이뤘다"며 "다음 목표는 대통령상이다.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을 기반으로 실용적인 활용뿐 아니라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 쪽과 만남…'함께하는 삶' 살아가고 싶어

발달장애 작가 작품을 쪽 염색으로 표현한 작품. ⓒ 작가 제공


김 작가와 천연염색과 만남은 2011년이었다. 나주 천연염색박물관에서 받은 유료 1기 지도사 과정이 그 시작이었다. 

우연히 염색 수업을 받게 된 그는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쪽빛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후 한 전시를 통해 천연염색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는 "지도사 과정을 밟던 중 2013년 대만의 진경림 교수가 홀치기 산수화로 한국천연염색 박물관에서 전시했다. 염색 즉 침염으로 산을 그려 냈다는 것은 한국의 모든 염색인들에게는 충격이었다"며 "너무나 간절히 배우고 싶었기에 2014년도 홍루까 선생님의 배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산수화 매력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전주 전통공예 전국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천년의 빛'. ⓒ 작가 제공


천연염색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했지만, 직접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의 길은 쉽지 않았다.

김 작가는 작품이 결정되면 형지 작업(종이)을 한 후 단계별로 원단에 올리고 쪽 염료에 방염과 침염을 반복, 명암 조절을 통해 완성한다.

완성된 작품은 쪽 염료속의 알칼리를 빼주는 작업에 공을 들인다. 햇볕에 말리고 맑은 물에 담그는 과정을 다섯 번 반복하면 비로소 맑은 쪽 색이 나타난다. 

이후 완성된 작품에 마지막 후처리 후 가방을 만들고 섬세한 자개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작품당 대략 7~1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는 "작품의 크기나 난이도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사력을 다한다"며 "가장 아끼는 작품은 전주 전통공예 전국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천년의 빛이다. 강진 청자 안에 월출산과 차 꽃을 자개로 표현한 작품으로, 단계가 만만치 않아 쉽게 할 수 없는 작품이었지만 지역 예술 사회를 위해 올 5월 전남 인재 개발원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일까지 열린 개인전에서 발달 장애 작가들의 작품을 쪽과 자개로 표현했다.

그는 "안정적인 위치에 언젠가 오르면 소외계층에 대해 봉사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고, 좋은 기회가 닿았다"며 발달장애인들의 작품들이 워낙 좋아 염색으로도 멋진 작품이 됐다. 혹 기회가 된다면 발달장애 그림작가들과 함께하는 천연염색 프로그램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구의 온난화와 바이러스로 지금껏 경험해 보지 않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천연염색은 몸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약재나 식용색소로 염색을 한다"며 "제 작품을 계기로 천연염색의 효능 등이 더 알려져 많은 분이 전통 예술에 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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