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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설계사 '위장 모집'이라니, 양적 리쿠르팅 근절돼야…

'방패막이·일회용' 보험설계사, 돈만 챙기는 보험사

김기영 기자 | kky@newsprime.co.kr | 2021.11.17 16:55:19
[프라임경제] "○○생명 사전면접(OT) 및 직무설명회 참석 일시와 유의사항을 안내드리겠습니다. 대기업 면접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복장 준수해서 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업로드해 둔 A씨가 받은 전화 내용이다.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보험사 공고. ⓒ 사람인 사이트 캡처


'대기업 재무설계사·재무관리사를 모집한다'고 취업 준비생 등을 모집해 '보험 영업'을 권하는 취업 사기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GA뿐 아니라 보험사 지점에 속한 개인설계사가 대기업 재무설계사라는 이름을 내세워 구인광고를 내고 있는 것이다. 모집하는 담당업무 역시 재무 컨설팅·보장 컨설팅·재무 관리 등이지만, 실제 단순한 보험 영업에 해당된다.

물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보험 영업이 체질에 맞아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 △대기업 간판 △위장된 담당업무 △직업명 △정착 지원금에 혹해 일을 시작하게 된 경우가 문제로 지목된다.  

이처럼 채용을 미끼로 구직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엄연한 '취업사기'라 말할 수 있으며,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업계 구태(舊態)에 해당된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대기업 간판을 내세워 그럴싸한 커리큘럼을 꾸미고, 금융전문가 양성이라는 허울 좋은 구실을 가져다 구직자를 현혹한다.

보험설계사가 나이를 크게 안 따지고 인적 사항도 까다롭게 따지지 않다 보니, 주부나 일자리 없는 노인 등 의외로 매우 다양한 연령대와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단기간 교육받고 시험 통과 후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한다.

4년제 출신들만 뽑을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대졸자만 뽑는다는 말에 대단한 일이 아닐까 혹해서 지원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보험사에서는 젊은 열정과 금융 전문성을 동시에 갖추기 위해 학사 학위를 지닌 취준생을 뽑는다고 설득한다. 실제로 4년제 학사 학위 소지자들만 뽑으려고 시도하는 보험사도 몇몇 있다. 

'위장 모집'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바로 교육비와 정착 지원금 환수에 대해 회사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어물쩍 넘기는 행태다. 신입 설계사들은 환수금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무지한 채, 발을 디뎠다가 나중에서야 빚이 되어 돌아오는 거액 환수금에 뒤통수를 맞는 일이 허다하다. 

실제 과거 보험사와 설계사 간 '정착 지원금' 반환 문제를 두고 집단 소송 사태가 붉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위장 유인들로 영업을 시작한 보험설계사들은 그만두기도 곤란한 신세가 된 채로 수입에 모든 것을 걸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보험설계사는 환수금이 있어서 자신이 따온 계약이 해지되거나, 일정 기간 내에 퇴사하게 되면 지급된 급여 일부 혹은 전부를 물어줘야 한다. 따라서 보험을 하다가 그만두고 나서 물어줄 돈이 없어 빚을 내는 경우도 생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1년도 채 되지 않은 보험설계사들 중 일부는 당장 그만두고 싶음에도 금액을 물어줘야 하므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일부 보험사는 정착 지원금뿐만이 아니라 정착 지원금 전에 준 교육비까지 물어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 악순환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지인 영업으로 신계약을 유지하던 신인 보험설계사들은 기존 설계사들과 경쟁해 가망성 있는 고객을 유치해야 하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계약 동력이 상실된 13차월 설계사 정착률이 낮은 것도 이러한 연유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보장성 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둔갑시키거나 종신보험과 같은 고액 상품 판매, 불완전 판매의 원흉이 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불완전 판매 영업행태 등이 보험설계사들의 악명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험설계사 개개인의 잘못이라지만, 그들도 기형적인 보험영업 구조의 희생양으로 치부될 수 있다. 결국 승자는 정착률이 조금 떨어진 보험사라고 할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신규 보험설계사 입사자는 지난 1년간 1만5000명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거나 폐업한 자영업자 유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험사의 닥치는 대로 고용한 후 '알아서 살아남아라' 식의 양적 리크루팅은 신인 보험설계사에게서 단기간 지인 영업만 뽑아먹겠다는 보험사들의 무책임함으로 밖에 평가되지 않는다. 

이상적인 보험영업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생애를 처음부터 꼼꼼히 분석하고 평가해, 전반적인 컨설팅을 함께하며 평생을 고객으로 생각한다. 올바른 보험업계 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위장 모집, 취업사기가 아닌 설계사들의 시작부터 이해를 통해 다져나갈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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