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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인재, 떡잎부터 모십니다"

배터리3사, 인재확보 경쟁…학과 설립하고 해외선 채용설명회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11.18 17:27:05

국내 배터리 3사가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전기차 심장인 '배터리' 시장에도 인재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대표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006400)는 빠르게 불어나는 몸집과 달리 고급 인력 수가 극히 드물자 직접 인재를 육성하거나 해외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석·박사급 연구·설계 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은 181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배터리 석·박사급 인력을 3배 확대(50명→150명)해 매년 1100명 이상 양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해외기업 역시 인력 부족으로 글로벌 스카우트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자칫 '죽 쒀서 남주는' 최악의 그림이 나올 수 있는 실정이다. 해외 배터리 경쟁사들은 고액 연봉과 파격적인 대우를 제시하며 우리나라 배터리 전문 인력을 빼 가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배터리 3사간 이직도 어려워지면서 전문 인력 구하기는 더욱 '하늘의 별따기'다. 올해 초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전 여파로 경쟁사 출신의 이직·채용을 꺼린다는 후문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모회사인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은 미국에서 수년 간 배터리 영업비밀과 특허기술 침해를 두고 한바탕 소송을 벌였고 결국 지난 2월 LG의 승소로 끝났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삼성SDI도 국내 경쟁사 출신 채용에 소극적으로 변모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분의 1은 K배터리다. 인력 부족 문제가 이제 막 날개를 펼친 K배터리의 성장을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2021'를 찾은 학생들. = 이수영 기자


◆'취업 보장' 학과 만들어 인재 양성

당분간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전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되자 기업들은 직접 인재를 기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에 배터리학과를 만들거나 전문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식이다.

시작은 LG에너지솔루션이 끊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9월 고려대에 이어 10월 연세대에 배터리 관련 학과를 설립했다. 학위 취득과 동시에 LG에너지솔루션 취업을 보장하는 일종의 '계약학과'다. 해당 학과생은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받고,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제 산업 현장 중심의 연구를 수행한다.

SK온도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e-SKB(education program for SK Battery)' 석사 과정을 개설하고 미래 인재를 모집 중이다. 해당 전형 입학생은 석사 2년간 등록금과 학연 장려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석사 과정 졸업 후 SK온 취업에 특전을 준다. 향후 채용이 이뤄질 분야는 배터리 선행 연구, 배터리 셀 개발, 배터리 공정 개발, 배터리 시스템 개발 등이다.

삼성SDI도 전날 서울대와 손잡고 '배터리 인재 양성 과정(SSBT)'을 운영하기로 했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배터리 소재, 셀, 시스템 분야의 핵심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기계공학부, 화학부 등이 참여한다.

SSBT는 2022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10년 동안 총 100명 이상의 삼성SDI 장학생을 선발한다. 석·박사 과정에 선발된 학생들은 배터리 과목 이수와 함께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삼성SDI에서 지원하는 연수 프로그램과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다. 해당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에게는 학위 과정 등록금을 비롯한 별도의 개인 장학금이 지급되며 졸업과 동시에 삼성SDI에 입사하게 된다.

앞서 삼성SDI는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와도 배터리 인재 양성 과정을 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지난달 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현장 참석자들에게 사업 전략 등을 소개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없어서 안달…해외 인재도 대환영

배터리 3사는 당장 국내 '인재 모시기'가 어려워지자 해외로도 시야를 넓히고 있다. 각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글로벌 배터리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현지로 가거나, 온라인 채용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종현 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재임 기간인 지난 9월 배터리 인재 확보를 위해 미국으로 날아가 북미 석·박사 등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 기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조지아공과대·코넬대 등 주요 10여개 대학과 연구소의 석·박사, 학부생 40여명을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진행했다. 당시 신 부회장은 "여러분과 같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온 역시 글로벌 인재 확보에 열심이다. 가장 최근엔 일본 대학 출신 석·박사 인재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올해 10월 1일 출범 이후 경영진들은 직접 미국 현지에서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고, 미국 중·남부 지역 7개 대학에 재학 중인 이공계 학생을 대상으로 캠퍼스 취업설명회를 열었다. 취업설명회에는 리튬이온배터리 등 다양한 전공의 학·석사 및 박사 300여명이 몰리며 큰 관심을 끌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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