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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주기업에 대한 'CVC 허용' 표리부동 정책 되지 않으려면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11.23 15:40:21
[프라임경제] 일반 지주(持株)회사에게 벤처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올해 12월부터 시행된다.

이 제도는 금융기관과 산업을 떼어놓겠다는 기존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했다는 것이 골자다. 

때문에 세간에서 많은 우려와 기대의 시선을 받았다. 정부는 CVC 허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VC 제도는 대기업의 자본을 활용해 벤처·스타트업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벤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의 신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선전으로 CVC는 '한국판 구글벤처스' '벤처 생태계 활성화 방안' 등으로 불리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말을 곧이 그대로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에 가까웠다.

CVC 허용으로 수혜를 입는 쪽은 벤처기업 보다는 비금융 대기업이면서 지주회사 체제이면서 손자회사가 많은 자본을 보유한 경우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CVC를 허용하는 동시에 안전장치로써 CVC에게 투자행위 외 타 금융업을 금지하는 등 제한규정도 마련했다. 그런데 제한 규정 가운데 CVC 펀드를 지주회사의 100% 투자로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CVC에 외부자금 조달 및 차입을 허용한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반면 CVC 투자 활성화로 대표되는 미국 지주기업 '알파벳'을 보면 모든 자회사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100% 소유하는 식이다. 

정부는 CVC에 투자조합별로 40% 이내에서 외부자금 조달을 하고 자기자본의 200% 내외로 외부자금 차입을 허용하도록 허용했다. 

이런 국내 CVC 투자방식에 의하면 재벌 총수가 외부자금을 조달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경로가 생긴다. 펀드 조성에 외부 투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투자금 조성 목적으로 이를 허용한다면 '문어발식 지배력 확장' 등 또 다른 규제 완화라는 결과를 낳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CVC가 '벤처 혁신'을 위한다는 말이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의지가 있는 대기업이라면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양성 및 벤처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그 중에는 지주체제 밖 계열사 또는 해외법인을 통한 CVC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또 국내에 CVC가 조성되면 펀드 조성 명목으로 손자회사의 자금을 통해 투자한 뒤 총수가 다시 이를 회수해 이익을 올리는 순환출자도 형성되는데 이는 총수의 지배력을 비합리적으로 키운다는 우려로 인해 국내 지주회사 체제에서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부 계열사 펀드 출자를 통한 재벌 2세 벤처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및 편법 세습에 활용되는 시나리오도 우려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CVC 허용이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또 지주회사에서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단정적으로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대학의 경제학부 교수는 "총수의 지배력 강화는 오히려 도덕적 해이 문제가 완화되고 실증적으로 기업 성과가 개선된다는 연구가 있다"며 "다만 사익편취는 횡령 및 배임 등 법률로 제재할 문제. 그러므로 기업들이 스스로 CVC의 긍정적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CVC가 경제계에 가져올 영향을 둘러싸고 찬성,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 그 허용 목적이 벤처기업 혁신보다는 지주기업 규제 완화에 가까울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가능성에 눈을 감더라도 CVC가 기업의 편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일은 방지해야 한다. CVC의 건전한 운영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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