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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기 속 '지역사랑상품권' 돈 놓고 수수료 먹기?

꽃배달·택시 지탄받은 카카오 '서울사랑상품권'까지…220억원 지원금 후문

김기영 기자 | kky@newsprime.co.kr | 2021.11.30 11:24:10
[프라임경제] 지난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국민 지원을 위해 발행되는 지역사랑상품권 유통 사업자 선정이 과열, 혼탁 양상 속에서 결국 거대 자본의 손을 들어줬다. 

공익을 위한 유통사업자 선정이 아닌 소상공인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대기업 횡포에 가깝다는 우려마저 붉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컨소시엄이 유통 사업권 수주를 위해 220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담보했다는 후문마저 들려오고 있는 상황. 소상공인과 국민지원이라는 취지마저 무색해지지 않을까 더욱 우려된다.   

최근 실시된 서울사랑상품권 유통 사업자 선정에는 △신한카드·신한은행·카카오페이·티머니 컨소시엄 △KT·우리은행·비즈플레이 컨소시엄 △국민카드·나이스정보통신이 경쟁입찰에 참여했으며, 최종적으로 신한 컨소시엄이 지난 24일 선정됐다. 이번 서울사랑상품권 사업자에 선정된 사업자는 내년 1월부터 2년간 판매·결제·정산을 맡으며, 40만개 가맹점과 183만명 사용자를 관리하게 된다.  

사업자에 선정된 신한 컨소시엄은 추가 제안에서 220억원이라는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했다는 뒷말까지 무성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업계 한 관계자는 "220억원이라는 지원금을 들여 사업자 선정에 뛰어든 저의가 궁금하다"며 "결국 거대 자본이 기존 사업자들을 밀어낸 상황"이라 말했다. 아울러 "소상공인 시장에서는 선정된 사업자가 소상공인 수수료 사업을 통해서 결국에는 이를 충당하지 않겠느냐는 말마저 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사랑상품권에 선정된 신한 컨소시엄 주 사업자인 신한카드는 서울시 행정혁신 플랫폼 개발·운영과 상품권 판매 대행 및 가맹점 모집을 담당하며, 신한은행은 상품권 자금 관리와 은행거래 연계를 맡는다. 티머니는 모바일 상품권 앱에서 대중교통서비스를 충전‧이용하는 시스템 구축을 맡고, 카카오페이는 가맹점 결제 환경 구축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카카오페이는 서울 40만개 가맹점 확보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결제 확장을 노리고 있는 카카오페이에게 시장을 주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국감에서 꽃 배달 진출 등 독점적 시장 지위를 활용한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결국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골목상권 철수를 선언해 다소 잠잠해진 상황이지만, 그 말이 채 식기도 전 소상공인 지원 취지의 서울사랑상품권 유통 사업권을 거머쥐며 다시 도마 위에 오른 형국이다. 

택시사업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장 지배적인 지위에 오른 카카오페이가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 등에 대한 지속적인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코나아이가 운영하는 경기도의 경우에도 지난 24일 열린 지역화폐 정보제공(RFI) 설명회에서 신한카드, KT, 비즈플레이, 나이스정보통신, 코나아이, 한국조폐공사, 농협 등 7개 업체가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내년 초 재선정하는 인천의 경우도 비슷한 규모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카드사들과 대기업, 거대 자본이 국민지원 사업에 열광하며 과열 현상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 지역화폐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결제수수료 수익과 주 고객 확보라는 일거양득의 노림수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제로페이 기반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의 경우 소상공인 수수료는 면제되지만, 발행 지자체에서 0.7%에서 1.0% 수수료를 받는다. 카드사의 경우 직불카드에 준하는 결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아울러 통상 5억원 이하 소상공인의 경우는 0.5%, 그 이상 매출의 소상공인과 일반 가맹점에게는 1.0%에서 1.7%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약 1조원 발행 시 100억원에서 120억원 카드 수수료가 플랫폼 운영사 수익이 된다. 이에 더해 기존 고객유치는 더욱 큰 부대 수익을 누릴 수 있다. 

거액 지원금을 내고도 사업자 선정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발행수수료와 가맹점에게 받는 결제수수료를 합하고, 기존 고객 확보까지 감안한다면 수익성 사업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카드사 담당자 설명이다.

바야흐로 코로나19 시대, 전통 상가 소상공인 상당수가 폐업하며 문을 닫았다. 서울사랑상품권은 특수 목적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운영을 맡고 있는 제로페이와 연계한 모바일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는 지역주민과 지역 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발행하는 정부 지원정책 중 하나로 소상공인에게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고 골목상권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에 변함이 없어야 한다. 대기업과 빅테크사들의 사업수단으로 전락해버릴 위기의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이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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