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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택배결산] 배송 더 빨리, 더 많이 "바쁘다 바빠"

풀필먼트 '빠른 배송'+택배비 인상에 실적 고공행진…내년도 성장 기대감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12.21 16:18:12
[프라임경제] 택배업계에 있어 올해는 '성장의 해'였다. 풀필먼트 등 신사업 확대는 물론 친환경 전환과 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 등 시대 변화에 따른 투자를 진행하며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성장통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는 내년을 기대하게 만든 한 해였다는 평이 나온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주문 받으면 포장·배송까지 척척...풀필먼트 '배송전쟁'

올해 택배업계는 배송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배송시간이 곧 경쟁력으로 자리잡으면서 택배사들은 적극적으로 풀필먼트(Fullfillment) 시장에 발을 들였고, 소비자는 집에서 더 빨리 제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당일배송에 이어 새벽배송, 바로배송까지 가능해진 시대다.

풀필먼트란 택배사가 판매자 제품을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포장해 배송하는 서비스다. 제품 보관·선별부터 포장, 배송 등 소비자가 택배를 받기까지 전 과정을 택배사가 일괄 처리하기 때문에 배송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전에는 판매자가 직접 창고에 제품을 보관하다가 주문받으면 택배를 불러 배송했지만 이제는 보관·주문·배송을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택배사들은 터미널과 연계한 전용 풀필멘트 센터를 구축하고, 전담 부서를 신설해 각종 쇼핑몰 등 고객사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빠른 포장·배송을 목표로 물류 로봇이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도 센터에 구축 중이다.

업계가 풀필먼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 건 전통 물류사업자인 대형 택배사들 외에 쿠팡 등 자체 풀필먼트 센터를 갖춘 곳이 늘며 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판매자가 이런 플랫폼에 입점해 이들 배송망을 이용하면 택배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물류 시장은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 증가에 대응하고, 자가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경쟁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 수요 증가로 꾸준히 고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CJ대한통운 작업자가 군포 e-풀필먼트 센터에서 물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택배비 줄인상

풀필먼트 사업을 확대하면서 배송기사들도 바빠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쇼핑이 부상하며 물동량을 끌어올렸는데, 풀필먼트까지 가세해 더 많은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택배사들은 수년째 동결한 배송요금을 올해 인상했다. 택배물량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이를 처리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사회적합의에 따라 노동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등 이래저래 돈 들어갈 곳이 많다 보니 택배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배송물량이 늘어난 시점에 택배비를 인상하면서 택배사들의 이익은 늘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000120)의 경우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 투자 비용보다 벌어들인 돈이 많다는 의미다. CJ대한통운은 휠소터 등 물류 자동화를 위한 설비투자를 일찌감치 진행해 다른 택배사들보다 투자비용 부담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올해 두 차례 기업을 대상으로 택배비를 올린 CJ대한통운은 내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또 한 차례 택배비 인상을 예고했다.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 다른 택배사들도 택배비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택배 자동분류 장치인 '휠소터'. ⓒ 한진


◆택배기사, 분류 '까대기' 빠진다

올해는 노조 갈등이 유독 많았다. 그 중에서도 택배기사들은 '까대기'로부터 해방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배송 전 택배상자를 배송구역에 맞춰 나누고 차에 싣는 분류작업은 이른바 까대기라고 불리며 택배기사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우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택배기사들은 오전에는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부터 배송작업에 들어가는데,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늘어난 시점에 두 작업을 모두 소화하기엔 부담이 컸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집하와 배송은 택배기사에게, 분류 작업은 택배사 업무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택배기사들이 잇달아 과로로 쓰러지자, 업계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 그 결과 정부와 택배사, 노동조합, 전문가 등이 참여한 사회적합의기구는 지난 6월 22일 장기간 논의 끝에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 최종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에 따라 택배사와 영업점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현장에 택배상자를 자동 분류해주는 휠소터 등이 없는 경우 택배기사 2명당 전담 분류 인력을 1명씩 두기로 했다.

택배기사들의 근무시간도 주 최대 60시간(일 12시간)을 넘지 않게 됐다. 과로 위험에서 한걸음 더 멀어진 셈이다.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은 택배사나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장시간 근무 위험에 노출돼 왔다.

이번 합의로 택배사와 대리점은 4주간 택배기사의 노동시간이 평균 주당 64시간을 초과하면 물량·구역 조정협의를 통해 최대 작업시간 내로 감축해야 한다.

주 5일제의 경우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추가 논의를 앞두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가 걸어논 차량 지상 통행 금지 안내문. = 이수영 기자


◆지상 출입 막는 아파트, 어떻게 배송해야 하나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제한하는 '차 없는 아파트 단지'가 늘면서 택배기사와 아파트 주민간 갈등이 불거졌다.

아파트 측은 지상으로 택배 차량이 오갈 경우 아이들의 사고 문제와 더불어 바닥 타일 훼손 등 환경 미화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택배기사들이 직접 손수레에 배송물품을 싣고 집 앞까지 배송하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대형 공원만큼 넓은 아파트 단지를 작은 손수레 하나로 일일히 배송하기엔 한계가 있기 마련. 결국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측과 배송 갈등을 빚으며 집 앞 배송을 거부하기도 했다.

문제는 택배기사와 주민간 갈등이 전국적으로 반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갈등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택배노조와 택배사,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지상 공원화 아파트 배송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가 다 가도록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현재는 배송 갈등 발생 시 아파트 측과 택배기사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 여의도동 한 골목에 로젠택배 차량이 배송을 위해 주차된 모습. = 이수영 기자


◆로젠택배 3400억원에 팔렸다…새주인 코웰패션

7월에는 인수·합병 이슈로 업계가 들썩였다. 국내 4위 택배사인 로젠택배가 코웰패션(033290)을 새주인으로 맞이한 것.

코웰패션은 아디다스, 푸마, 캘빈클라인, 리복 등 글로벌 브랜드의 라이선스 또는 제조 판매권을 계약하고, 제품 기획과 디자인·생산을 통해 국내에 유통하는 회사다.

로젠택배를 인수한 배경에는 물류 강화를 통한 패션 사업 확대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웰패션은 주력 채널인 홈쇼핑에 이어 모바일과 이커머스 등 디지털 채널을 확대 중이다.

◆택배도 '친환경' 합니다

기업 사이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택배업계도 탄소 저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송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식이다.

전기차는 휘발유 등 기존 내연기관차와 달리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없어 대표적인 친환경 차량으로 꼽힌다. 내연기관차보다 유지비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이동량이 많은 택배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유지비 부담에서도 일정 수준 자유로워지는 셈. 택배사들이 점진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나서는 이유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사들은 정부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춰 2030년까지 업무용 화물차 등을 친환경 전기차 등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안대준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사업본부장(왼쪽)이 올해 7월 경기 남양주 서울북부지점에서 택배기사에게 전기택배차를 인도하고 있다. ⓒ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002320)의 경우 친환경 차량 전환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존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운용 중인 택배 차량에 탄소 감축을 돕는 SK루브리컨츠의 친환경 윤활유를 사용하고 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택배업계의 친환경 바람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시작한다. 업계는 전체 물류 프로세스를 친환경화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택배사들은 제품 파손 방지를 위한 포장재나 완충재, 보온백 등에 주목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택배 폐기물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된 영향이다. 

택배 폐기물들은 재활용이 어려워 모두 일반 쓰레기로 구분되는데 마침 지난해부터 택배 물량이 눈에 띄게 늘면서 폐기물도 폭증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배출된 종이 폐기물은 전년 대비 24.8% 늘었고, 플라스틱도 같은 기간 18.9% 늘었다.

이에 업계는 생분해 같이 잘 썩거나 회수·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를 채택하고, 재활용 할 수 있도록 복합재가 아닌 단일 소재로 만든 포장재를 쓰며 환경보호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제품 포장부터 배송 포장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포장 부자재를 최소화해 과대 포장도 지양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택배사들은 첨단 기술을 도입해 운송량을 체크하고 배차계획에 반영하는가 하면, 운송단계를 간소화해 총 주행거리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물류센터 역시 생산거점과 소비자간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게 입지를 선정하고 열병합 발전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쪽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추세다.

CJ대한통운 이천 MP 허브터미널에서 행낭단위로 포장된 소형 택배와 아이스박스, 중형 택배 등이 함께 분류·중계되고 있다. ⓒ CJ대한통운


◆쏟아지는 택배, 올라가는 운임…최대 실적 기대감

내년 택배업계는 풀필먼트 강화에 따른 물량 증대로 역대급 실적을 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온라인쇼핑 수요도 건재하기 때문에 물동량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더해 일부 택배사는 요금 인상도 예고한 상태다. 자동화 설비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에 따라 택배사별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물동량이 증가한 상황에 택배비 인상을 단행하는 격이라 대다수는 투자로 인한 손실 부분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트렌드 확산과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더 빠른 배송을 위한 업계간 경쟁으로 시장 규모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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