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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배터리 결산①] 화해·결합·재편…K배터리, 열일했다

세계 31.6% 점유…전기차 배터리 선도하는 LG·SK·삼성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12.27 10:12:32

SK그룹 배터리 계열사 SK온(옛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 이수영 기자

[프라임경제]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는 올해도 '열일(열심히 일한다는 신조어)'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며 배터리 업체간 경쟁도 치열했지만 시장을 주도하며 몸집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중국업체들은 빠르게 K배터리를 따라잡았고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발표하며 압박 중이다.

현재 K배터리가 세계 무대에서 앞서 있는 만큼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리고 유지하느냐에 미래가 걸렸다.

◆전 세계 10대 중 3대, K배터리 썼다

올해 전 세계 전기차 10대 중 3대는 K배터리를 썼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올해 1~10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1.6%를 점유했다. 

한·중·일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패권전쟁을 펼쳐왔는데 K배터리는 이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순항하던 K배터리에 갑자기 빨간불이 켜졌다. K배터리는 중국 CATL과 BYD 등 경쟁업체의 거센 추격에 지난해보다 점유율이 3.2%포인트(p) 하락했고, 일본도 호시탐탐 추격 기회를 노리는 실정이다. 어느덧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인 LG에너지솔루션(21.2%)과 1위 중국 CATL(31.2%) 사이 격차는 10%p로 벌어졌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게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길고 길었던 양사 배터리 분쟁이 끝났다. ⓒ 프라임경제


◆LG·SK "우리 화해했어요…2년 만에"

올해 4월 LG와 SK가 배터리 분쟁에서 극적으로 합의한 배경에도 이러한 K배터리의 경쟁력 하락 우려가 깔려 있었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051910)은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096770)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 후 2년이 넘는 양사 공방에 K배터리를 등진 완성차 업체가 나타났고, 그 사이를 중국 배터리 업체가 파고 들자 LG와 SK는 지난 4월 극적 합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앙숙이나 마찬가지였던 LG와 SK가 돌연 태도를 바꾼 건 정부 등 세간의 시선을 인식한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핵심 미래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었는데 LG와 SK가 엇나가는 모양새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양사가 공동 합의문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우호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혀 더욱 가정사실화에 가까워졌다. 

합의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보면 K배터리 발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업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하면서 LG와 SK는 소모전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문승욱 사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터배터리2021 SK이노베이션 부스에 전시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살펴보고 있다. = 이수영 기자


◆쪼개고, 합치고…미래 충전하는 K배터리

업계에 폭풍이 지나간 뒤 배터리 3사는 완성차 기업과 손을 잡거나 사업 분할에 나서며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150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150GWh는 일반 전기차 약 200만대에 실리는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6월 기준 수주 잔고가 180조원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스텔란티스 수주 건을 더해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수주 잔고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배터리사업을 분할해 자회사 SK온을 설립했다. SK온은 현재 40GWh 규모인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오는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9월에는 미국 2위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2027년까지 89억달러(약 10조5000억원)를 공동으로 투자해 미국에 총 12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3곳을 짓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배터리 4공장 신설을 위해 25억3000만달러(약 3조원)을 투자하는 협약을 중국 장쑤성 옌청시와 체결했다.

삼성SDI(006400)는 지난 10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내 첫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 연산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할 계획이며, 해당 공장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40GWh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었는데, 이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작법인을 통해 삼성SDI는 2025년 발효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의 자동차 부품 현지생산 규제 하에서도 차질없이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왼쪽부터)최윤호 삼성SDI 사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 각사


◆LG·SK·삼성, 배터리 수장 '새얼굴'…핵심인물 전면에

LG·SK·삼성 그룹 차원에서도 배터리 사업 부문을 집중 조명하는 모습이다. 2022년도 임원인사에서 그룹 내 핵심 인물들을 전진배치하며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었다.

전기차 시대 전환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외 투자 경쟁도 격화하는 등 중요한 국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LG 권영수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맞았다. 권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며 LG그룹의 실질적 2인자라는 평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내년 1월 예정된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과제를 직접 챙기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수행을 위해 열의를 보인다고 한다. 

SK온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최 수석부회장의 취임으로 SK온은 오너 일가와 전문 경영인이 함께 회사를 이끄는 기업으로 운영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성장 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맡고, 지동섭 대표는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투톱 시스템이다. 

삼성SDI는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SDI는 창사 51년 만에 처음으로 부회장급이 탄생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중 유일한 부회장 인사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SDI의 그룹 내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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