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2021 배터리 결산②] 충전하는 K배터리

중국에 기술 초격차로 반격, 공급망 다변화+폐배터리로 의존도 낮춰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12.28 14:41:03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 이수영 기자

[프라임경제] 빠르게 변하는 전기차 시장 판도에 맞춰 국내 배터리 3사는 분주히 움직였다. 내년에도 까다로운 완성차 업계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 투자는 물론 생산능력(CAPA) 증설·관리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기술력 부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금은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개발·양산 부문에서 기술 격차를 보이지만, 완성차 업체의 투자 효율은 이후에 나오기 때문에 그 전까지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포부다. 안전성과 품질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배터리로 고객 이탈을 막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다음 전장은 차세대 배터리. 국내 배터리 3사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중 세 가지를 혼합해 양극재로 쓴 삼원계(NCM·NCA)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지금은 국내 3사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시장을 이끌지만, 올해 들어 가격 경쟁력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부상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을 이끈 것도 바로 LFP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기차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데,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은 부족하지만 가격이 저렴해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다만 아직 LFP 배터리의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보니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선 SK온만 LFP 배터리 진출 계획을 본격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에너지저장장치(ESS)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삼성SDI(006400)는 LFP 배터리 진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차세대 배터리 중에선 전고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는 국내 3사도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2025년 이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료들. = 이수영 기자


◆中요소수 사태가 남긴 '소재 의존도'

올해 국내 산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이어 중국발 요소수 품귀사태까지 터지며 취약한 공급망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배터리 3사 역시 배터리 핵심 소재의 높은 중국 의존도가 숙제로 남았다. 리튬·코발트·흑연 등 핵심 원료를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어 요소수 사태처럼 중국이 수출 제한을 걸 경우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올해 말 배터리 3사가 잇달아 가격을 올린 이유도 재료비 상승에 따른 것이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배터리 소재 시장 점유율은 양극재 57.8%, 음극재 66.4%, 분리막 54.6%, 전해질 71.7%다. 

배터리 핵심 소재를 자체 조달하면 배터리 생산 안정성을 높이고 원가도 낮출 수 있다. 업계는 우선적으로 중국의 공급망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급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북미 재활용 기업에 600억원을 투자해 2023년부터 10년동안 니켈 2만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SK온은 코발트 생산 세계 1위 기업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삼성SDI는 소재 전문 기업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손잡고 양극재 자체 생산 비율을 20%대에서 2023년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소재 확보도 과제로 떠올랐다. 자체 생산을 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면서 "배터리 소재부터 생산까지 전체적인 투자 규모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이달 23일 오전 경북 포항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에코프로를 방문해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과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환경부


◆"폐배터리도 다시 보자"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차선택 중 하나로 '폐배터리' 사업을 주목했다. 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면 핵심 원재료 확보와 더불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에너지연구원은 전기차 폐배터리가 국내에서만 올해 440개, 2025년 8300여개, 2029년 7만900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자동차, 에너지 기업들도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LG화학(051910)과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총 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라이-사이클은 배터리를 재활용해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추출하는 전문 기술을 갖고 있다. 

SK온은 올해 10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협약을 맺고 사용 후 배터리 성능 검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096770)은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피엠그로우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폐배터리 재활용 선두 기업인 성일하이텍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올 7월 헝가리에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완공한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 선두 기업 중 한 곳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외에도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