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2021 항공결산] 냉탕과 온탕 사이

항공 이용객 작년보다 12% 빠져…FSC는 화물운송 수혜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12.30 13:31:00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탑승수속을 마친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수영 기자


[프라임경제] "괜찮아, 잘 될 거야."

올 한 해 항공업계를 돌아보면 가수 이한철의 '슈퍼스타'라는 곡이 생각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한 해였지만 글로벌 창구 역할을 담당했던 항공업계는 사실상 일손이 사라져 유독 힘에 겨웠다. 

입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공항은 인적이 뚝 끊겼고, 항공사 직원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유무급 휴직에 들어갔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거나, 기내 컨셉의 카페나 가정간편식(HMR)을 선보인 항공사들도 등장했다.

대형항공사(FSC)는 여객 대신 화물 운송 사업에 집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지만 화물 운송 사업에 제약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자본잠식에 빠지며 위기감이 고조됐다. 같은 업계 안에서도 냉탕과 온탕, 온도차가 뚜렷했던 해다.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 때문에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내년 항공 업황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란 목소리가 업계 안팎으로 들린다.

코로나 백신 원료가 대한항공의 암스테르담행 KE925편에 탑재 중인 모습. ⓒ 대한항공


◆여객기 좌석 뜯고 화물 채우고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국제선 이용 여객 수는 3299만8526명으로, 전년 동기(3745만9920명)보다 11.9%포인트(p) 감소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입출국이 제한되고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여행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항공사들은 이용객 수가 줄자 항공기 운항 편수를 줄였다. 같은 기간 항공 운항편(31만2756편)은 지난해(31만5469편)보다 0.9%p 감소했다.

반면 항공기를 이용한 화물 운송량은 증가했다. 올해 항공기로 나른 화물량은 국내 18만5431톤, 해외 311만9931톤으로 지난해(국내 16만8035톤·해외 279만3212톤)보다 각각 10.4%, 11.7%씩 늘었다. 대한항공(003490)이나 아시아나항공(020560) 등 FSC들이 화물 운송사업을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마침 항공 화물 운임도 상승세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해상운송 물류대란에 컨테이너선 확보가 어려워지자 항공기를 이용한 화물운송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 여기에 연말 성수기까지 겹치며 항공 화물 운임은 고공행진 중이다.

FSC들은 화물운송 사업을 통해 줄어든 여객 사업 부문 실적을 메꿨지만, 여객 사업 중심이었던 LCC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일부 LCC들이 화물 운송 사업에 나섰지만 국내선 중심인데다 물량도 FSC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주 매출인 국제선 여객 사업 부진이 지난해 3월부터 지속되면서 LCC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했고, 3분기에도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자린고비를 이어갔다.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는 각각 영업손실 913억원, 445억원을 보였고, 에어부산(298690)과 티웨이항공(091810)도 각각 513억원, 3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LCC들은 계속된 적자로 비어가는 곳간을 채우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LCC들이 유상증자로 회복을 위한 시간을 벌고 있지만, 4분기에도 FSC와의 실적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LCC들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아울러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고정비 지출이 늘면서 LCC들의 부담도 커졌다.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여행객들이 비행기 탑승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 이수영 기자


내년 항공업계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업계는 최악이었던 올해 보다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있어 여객수요를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한 수준으로 전망하고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설날을 계기로 국제선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국제선의 경우 출입국 제한 등 정부 지침에 따라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계획을 수립해 탄력적인 공급·운영이 가능하도록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FSC는 새해에도 화물 운송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통합항공사 등장"

연초 항공업계를 뒤흔든 이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계획 발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계약을 맺고,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항공사가 되려면 우선 한국 공정위를 포함한 각국으로부터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승인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올해 안에 모든 국가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공정위를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영국·싱가포르·호주 등 7개국에서 아직 심사가 종료되지 않아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 일자는 이달 31일에서 내년 3월 31일로 미뤄졌다.

내년 3월31일까지 공정위와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이 나지 않는다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은 또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당초 취득 예정일은 올해 6월30일이었지만, 9월30일로 한 차례 연기된 뒤 다시 12월31일로 늦춰진 바 있다.

한국 공정위의 경우 최근 조건부 승인이란 잠정 결론을 내렸다. 기업결합으로 인해 시장 경쟁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두 항공사가 보유한 운수권과 슬롯(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일부를 다른 항공사로 재분배하는 시정 조치를 걸고 조건부 승인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인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이처럼 연내 기업결합 승인이 불발됨에 따라 이르면 2023년 하반기 출범 예정이었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항공사' 역시 2024년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한 다음 약 2년 정도 통합 준비를 거쳐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마무리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돼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