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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은행·빅테크 디지털 주도권 경쟁 '플랫폼 개발 박차'

가계대출 성장 제한 예상, 비이자 수익 강화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1.07 17:11:51
[프라임경제] 올해 금융권은 은행업권과·빅테크 간 디지털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수장들은 새해부터 '플랫폼 강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여기에 마이데이터 전면 시행으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방안으로 인해 올해 여신분야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들은 통신·배달·모빌리티 등 비금융 사업에 더욱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플랫폼 통한 비금융 사업 진출 '무너진 금융업 경계'

은행들은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핀테크의 금융 진출 확대에 대항하고자, 플랫폼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비금융 플랫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춰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KB금융지주

은행업권은 지난해 초 자신들에 비해 규제에서 자유로운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의 플랫폼을 통한 금융업에 진출에 '불공정 경쟁'이라며 비판하며, 이들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여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날선 비판을 이어오던 은행들이 플랫폼을 통해 비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달리한 것. 빅테크가 금융업 영역을 넘어왔으니 이제 반대로 비금융 사업에 본인들이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은행들의 방향 전환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28일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변화된 환경에 대응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있도록 은행의 겸영·부수 업무도 적극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2일 '2022년 업무계획'을 통해 금융회사가 다양한 사업모델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등 금융권 경쟁력 강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은행 플랫폼사업 등 부수업무 범위확대를 검토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신사업 규제샌드박스'를 지원할 방침이다.

은행들의 플랫폼을 통한 비금융 사업 진출은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먼저 신한은행의 경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떙겨요'를 통해 금융권 최초로 음식 배달업에 진출한다. 

이는 지난 12월 최대 3년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추진하는 사업이다. 현재 서울 6개 구에서 베타 서비스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4일 본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배달 앱으로 중개수수료보다 서비스를 통해 얻게 될 각종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땡겨요가 입점 수수료, 광고비 등을 받지 않고 중개수수료도 공공배달앱 수준으로 적게 받는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땡겨요에 축적될 생활 밀착형 데이터를 내부 신용평가 과정에 추가해 기존 모형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금융정보가 부족한 고객의 평가 정확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월 부동산 정보 플랫폼 'KB부동산(리브부동산)'을 출시했다. 이들은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KB부동산과 연계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자사 모바일뱅킹 앱에 △실손보험 빠른청구 △개인 택배 배달·픽업 △아파트 정보·검색 등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플랫폼을 통한 비금융 사업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빅테크와 경쟁뿐만 아니라, 올해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기에 비이자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올해 가계대출에서 성장제한이 예상된다"며 "통신·자동차·부동산 등 비금융 플랫폼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춰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본격 시행, 디지털 금융 요충지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올해 전면 시행되며, 은행권과 빅테크 간 플랫폼 경쟁은 비금융 뿐만 아니라 다시 금융서비스 제공에서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오후 4시부터 안전한 표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방식을 통해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각각의 기업에 흩어져 있던 고객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기업은 고객이 동의만 한다면 해당 정보를 분석해 이용 가능한 상품을 추천하고, 소비패턴이나 입출금 여부 등을 분석해 재무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은행 10곳, 핀테크 10곳, 카드사 6곳, 증권사 4곳 등 모두 33개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허가를 받은 나머지 21곳은 올해 상반기 중에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정식 시행됨에 따라 맞춤형 자산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기능을 모바일 뱅킹 앱에 추가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계좌 거래내역과 대출잔액 등 금융자산 현황을 분석해 재테크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은 빅테크와 달리 전국에 깔린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이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대면채널과 연계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빅테크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추가하며 플랫폼에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업권별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는 빅테크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용자와 금융상품이 일부 금융회사에 쏠리지 않는다는 게 은행과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업권별 마이데이터 주요 제공정보 ⓒ 금융위원회


하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이제 시작 단계라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 또한 금융업권 중론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정보 범위가 여전히 제한적이라 서비스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이해관계자 간 협의 등을 거쳐 이용자가 조회할 수 있는 정보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선 사업자 간 제공되는 데이터 교류가 더 넓어야 한다"며 "향후 데이터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제도가 개선된다면 고객에게 주목 받을만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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