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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머니의 소중한 꿈

ACEP 2022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초대전 '붓으로 틀을 깨다Ⅱ'를 준비하면서…

전수미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1.17 09:18:38
[프라임경제] 발달장애 자녀가 있는 어머니를 몇 명 만날 기회가 있었다. 

2022년 1월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에서 열리는 ACEP 2022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초대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였다. 

아티스트들의 꿈과 열정의 산물인 출품작들은 수준급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여기에 아티스트 어머니들의 무한한 사랑과 헌신이 있어 관람객과 세상으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

그 사랑과 헌신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세상이 이분들에게 너무 많은 희생과 수고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이 말은 발달장애 아티스트 어머니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희생이란 짐을 떠맡은 어머니들이 많다.

자녀들을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어머니들의 하루하루는 버겁기만 하다. 그런 딸이 안쓰러워 손자-손녀를 키워주느라 피로에 시달리는 연세 드신 어머니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어머니의 상징은 '사랑' '희생' '포근함' '따뜻함' '그리움' '눈물' 등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영국문화협회가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의 4만 명을 대상으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조사했는데 1위가 'mother'였다. 

모성(母性)은 수만 년 동안 인간 생존의 토대였기 때문인지 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희생은 어머니의 가장 보편적이고 당연한 이미지처럼 됐다.

유대교의 격언에 '신은 언제나, 어디서나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신을 대신할 만큼 위대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름답고 위대한 사랑을 명분으로 우리 사회는 어머니에게 지나친 희생과 수고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머니의 무한한 수고와 희생으로 자녀를 양육해야만 했던 시절에 형성됐던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어머니의 숭고한 사랑은 영원히 변함없겠지만, 희생의 일정 부분은 가정과 사회, 국가가 떠맡아야 한다는 말이다. 어머니는 임신과 출산, 홀로 설 때까지 양육만으로 이미 많은 희생을 감당하고 있다. 

어머니란 말이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해서 어머니의 희생이 가장 커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일은 물론, 사회적 편견과 맞서는 일까지 모조리 어머니들에게만 떠맡기는 일은 공동체의 직무 유기다.

자녀의 꿈을 이뤄주느라 치러야 했던 희생이란 무게 때문에 어머니는 자신의 꿈에 도전해볼 마음마저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들도 가슴 깊이 간직해왔던 꿈을 펴보고 싶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너무 많은 희생과 헌신 없이도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을 경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며, 신의 일은 신에게 맡겨야 한다. 그 사이에 공백이 있다면 가정, 직장, 사회, 국가가 메워야 한다. 

'엄마의 꿈'이란 노래에 '엄마의 꿈은 뭐였어 소녀로 살던 시절에 누구보다 예쁜 아이였겠지…엄마이기 전에 꼭 지키고 싶었을 꿈'이라는 대목이 있다.

그 꿈이 무엇인지 가족이, 세상이 물어보아야 한다. 화가의 꿈인지, 여행가의 꿈인지, 시인의 꿈인지…  

'숭고한 사랑'이란 말과 '무한한 희생'이 동의어처럼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21세기 사모곡(思母曲)을 다시 써야 할 때다.


              전수미 비채아트뮤지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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