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체험기] 신한銀 '신림동지점' 시니어 고객 위한 '해법 될까?'

'디지털 맞춤 영업점' 빅데이터 분석 재단장, 업무 대응·속도 제고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1.17 16:26:39

신한은행은 빅데이터 분석과 고객 의견을 반영해 신림동지점을 고령층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으로 재단장했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금융권 수장들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경영 핵심 전략으로 꼽은 가운데, 전국에 수많은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한 시중은행들은 비용 효율화와 복합점포 등을 이유로 영업점 축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행 디지털 전환·영업점 축소 등으로 인한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한 은행권 해법은 여전히 불투명하기만 하다. 

기업금융의 절대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디지로그 브랜치 △디지털라운지(무인점포) 등 디지털 특화점포를 운영하며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지방 금융 소외지역에서 편의점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혁신점포를 도입했으며, 빅데이터 분석과 고객 의견을 반영해 신림동지점을 고령층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으로 재단장하기도 했다. '디지털 금융 소외'를 공간 혁신으로 해결하겠다는 신한은행 디지털 맞춤 영업점, 신림동지점을 찾았다. 

영업점 곳곳 '큰 글씨, 쉬운 금융 용어' 적용

신림동지점 입구에 들어서면 자동화기기(ATM)와 번호표 발행기 등이 고객을 반기고 있다. 특히 이들 기기의 화면 글씨는 타 영업점대비 크고 쉬운 글로 용어가 바뀌어 더욱 눈에 띈다. 예를 들어 ATM에서 보이는 입금은 '돈넣기', 출금은 '돈찾기' 등으로 변경돼 큰 글씨체가 새삼 고령층을 위한 특화지점이라는 부분이 실감난다. 

'시니어 맞춤 ATM'은 화면에 크고 굵은 글씨체와 색상대비를 활용해 햇빛이 강한 정오에도 시인성이 높았다. 또 기존 ATM대비 70% 느린 속도로 발음하는 '느린말 서비스'는 시니어 고객이 집중하기에 더욱 편의성을 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고객도 직원 도움 없이 ATM을 이용할 수 있다"며 "시니어 맞춤 ATM을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하고, 만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이 기기를 이용해 이체할 경우, 수수료를 모두 면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ATM 구역을 지나 본격적으로 신림동지점에 들어서자, 바닥에 알록달록한 색상의 유도선이 시선을 끈다. 유도선을 따라가면 방문 목적을 묻는 번호표 발행 화면에 각 업무가 유도선과 같은 색으로 표시돼 있다. 예를 들어 입출금 등의 '단순업무'는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어 동일한 색의 유도선을 따라가면 단순 업무창구를 찾아갈 수 있다. 

신림동지점은 각 업무별로 고유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동일한 색의 유도선을 따라가면 해당 창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장민태 기자


신림동지점은 △단순업무 △예금·적금 △대출·외환·투자 등 총 3곳으로 창구를 나눠 대면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타 은행들은 대부분 예·적금도 단순 업무로 묶어 한 창구에서 처리하는 반면, 이곳은 두 업무로 나눠 놓은 점이 독특했다. 대기 순번 차례가 다가와 은행업무를 진행하자 이에 대한 궁금증을 바로 해소할 수 있었다.

신림동지점 관계자는 "이곳은 타 지점 보다 송금, 인출 등 단순 업무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이를 반영해 해당 업무들을 '단순업무'로 묶고 예·적금 가입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객 수요를 평가, 분석한 응대방식 변화는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 호응 또한 높을 것이라 예상된다.

단순업무 창구 가운데에는 앞서 디지로그 브랜치(서소문 지점)에서 봤던 '스마트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스마트키오스크는 고객 스스로 은행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다. 신림동지점의 경우 고객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로비 매니저(경비원)가 고객을 스마트 키오스크로 안내해, 대기 순번을 빠르게 줄여 고객니즈를 빠르게 해소한다. 이러한 일처리가 부드럽게 진행되면서 점심시간의 대기수요를 빠르게 해소했다.

고객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로비 매니저(경비원)는 고객을 스마트 키오스크로 안내해 대기 순번을 빠르게 줄여나갔다. = 장민태 기자


신림동지점을 방문하고 느낀점은 타 영업점에 비해 적은 은행원이 배치됐음에도 불구, 업무 대응과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방문했을 시간이 점심 시간대라 많은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음에도 대기시간은 타 지점에 비해 매우 짧아 보인다.  

이날 통장정리를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는 소상공인 김모씨(64)는 "신원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이 이곳이라 평소에도 들린다"며 "재단장 이전에 비해 대기시간이 줄어서 좋다"고 말했다.

지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구석에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기심에 목소리를 따라가보니 한 고객과 은행원이 화상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화상상담 창구는 현금과 관련된 서비스만 제외하고 비대면으로 본점 전문가와 연결돼 예·적금, 대출,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은행을 방문한 고령층보다 주로 젊은층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다.

디지로그 브랜치, 특색 맞춰 조합 '실전영업' 적용

신림동지점은 신한은행이 이전에 문을 연 디지로그 브랜치를 실전영업 현장에 적용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디지로그 브랜치는 디지털 기술과 기존 은행 영업점의 아날로그적 요소를 융합시킨 시험 공간으로 고객들 체험이 주요 목표였다.

신림동지점은 디지로그 브랜치에서도 사용된 원형 구조를 적용해 자동화기기를 사용할 때 옆 사람에게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였다. = 장민태 기자


신림동지점은 그간 디지로그 브랜치에서 선보였던 공간·디지털 기기 구성 등을 가지고 중·장년층이 많다는 지역적 특색에 맞춰 이를 알맞게 조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이 왜 이곳을 디지로그 브랜치가 아닌 디지털 '맞춤' 영업점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신한은행 신림동지점 관계자는 "방문 고객 중 통장정리, 입금, 출금 등 ATM 기기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나중에 대면 영업점이 없어지더라도 이 고객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점에서 만난 최영미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장은 "이미 은행 업무에 디지털이 접목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러한 환경변화에 소외된 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두에 서서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업권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영업 축소, 빅테크와 경쟁, 수익개선 등 여러 요인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간 은행들은 이에 따른 피해를 축소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외부 질책을 피할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신한은행이 신림동지점을 통해 내놓은 해법이 새로운 시발점으로 작용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소외계층들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신한은행은 신림동지점을 기반으로 서울 △신내동 △하계동 △오류동 △난곡 등 다른 영업점도 고객 및 지역 특성을 고려해 재설계할 예정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