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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획기적 주거 형태' 서울 모아주택 통할까

적지 않은 우려…체계적 계획과 주민과의 소통이 관건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01.17 16:49:45

모아주택 1호 사업지 강북구 번동 지도. ⓒ 네이버 지도


[프라임경제] 서울 주택 사업 중 하나인 '모아주택' 모아타운 1·2호 사업지로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이 선정되면서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향후 추진계획을 언급하면서 개발 기대감은 점차 증폭되는 분위기다. 

'모아주택'은 신·구축 건물 혼재로 재개발이 제한되는 노후 저층주거지 구역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 주택 공급 확대를 꾀하는 오세훈 시장의 핵심 정책이다. 이웃한 다가구·다세대 주택 필지 소유자들이 개별 필지를 모아 블록 단위로 공동 개발하는 정비 모델로, 대지면적 1500㎡ 이상을 확보한 경우 추진할 수 있다. 

더불어 집단적으로 추진되는 지역을 묶어 아파트처럼 관리하는 모아타운 개념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인접한 여러 모아주택 사업장을 덩어리로 관리해 대단지를 조성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특히 모아타운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노후도 50% 이상, 면적 10만㎡ 이내 지역을 사업지로 지정할 수 있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활성화를 위해 △2종 7층 이하 층수 최고 15층 완화 △용도지역 상향 △주차장·도로 등 시설 조성을 위한 국·시비(최대 375억원) 지원 △공공 건축가를 통한 기본설계 지원 등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상 8~10년 정도 걸리는 재개발 등에 비해 사업 속도가 빠르다"라며 "사업 진행에 있어 여러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2~4년이면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강점을 지닌 모아주택 사업지로 그간 개발이 힘들었던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이 낙점, 일대를 비롯해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실제 현지 주민들도 기대감과 함께 신속한 사업 추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본지는 '모아주택' 첫 사업지로 낙점된 강북구 번동을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열악한 주거 환경 '천지개벽' 예고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에서 내려 강북09 버스에 탑승, 번동5거리·북부노동지청에 하차하면 강북구 번동 사업 현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오래된 구축 건물과 함께 깔끔한 저층주거지가 밀집한 구역이 마치 2000년대 거리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강북구 번동 일대 사진. ⓒ 프라임경제


사실 해당 구역은 우이천이 가깝고 여러 여건이 양호한 편이다. 다만 미흡한 주차 공간 및 턱 없이 부족한 녹지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을 안고 있지만, 재개발 요건 문턱을 넘지 못해 현재 5개 블록으로 나눠진 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강북구 번동이 결국 모아주택 '1호 사업지'로 선정되자 관련 업계에서는 서울시와의 시너지 효과로 사업 추진에 있어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간 높은 진입 장벽 탓에 재개발을 시행하지 못했던 만큼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한 가치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구역은 2월 중 모아타운으로 사업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기존 357세대에서 3.5배 늘어난 1262세대(임대주택 270세대)가 공급될 계획이다. 

아울러 건물 배치와 층수 변화를 통해 5개 사업부지가 한 단지처럼 보이도록 구성하고, 지하를 통합해 주차장(129→1344대)을 설치한다. 더불어 가로 활성화를 위해 기존 도로 양측에 도서관·카페·운동시설 등도 조성한다.

현지 주민들은 이런 모아타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곳은 도로가 좁아 차량 진출입이 화재 등 사고에 취약한 만큼 환경이 열악하지만, 재개발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그간 개발이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개발을 향한 주민들 염원이 이뤄진 만큼 좋은 결과물을 일궈내 환경 개선이 이뤄지길 기도한다."

서울시에 의하면, 또 다른 시범 사업지인 중랑구 면목동에도 총 2404가구를 공급한다. 나아가 이를 기반 삼아 자치구 공모 및 주민 제안을 통해 매년 모아타운 20곳을 선정해 5년간 3만세대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저층주거지 약 87%가 노후도 등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으며, 삶의 질만 떨어지고 있다"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재개발이 어려운 저층주거지들을 새로운 환경으로 탈바꿈,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작용 최소화와 주민 설득이 관건

다만 일각에서는 모아주택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각종 인센티브와 빠른 사업 속도는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개선 효과를 비롯해 부작용을 방지할 구체적 방안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개발에 비해 노후도 요건(50%)이 낮고, 빠른 사업 추진 등 장점이 확실한 만큼 주택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이 성공적으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우선 사업지 지정과 주민 설득 과정에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 사업 진행에 있어 고질적인 부작용인 투기나 해당 주민간 이해관계 대립 등도 감안하고 대비해야 한다."

실제 여전히 적지 않은 주민들이 해당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단순 방문이 아닌, 사업 설명회 등 주민 이해를 위한 홍보를 적극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북구 번동 일대를 방문해 모아주택 현장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 서울시


서울시 관계자는 이런 지적과 관련해 "정량·정성평가를 통해 전문가 참여 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한 뒤 사업지를 선정할 것"이라며 "사업지 자치구와 협조해 설명회를 적극 개최하는 동시에 각종 인센티브나 주변여건 고려한 용도지역 변경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모아주택 사업지 1호' 강북구 번동은 서울시 의지와 현지 주민 기대감 등에 힘입어 신속한 사업 진행이 예고되고 있다. 다만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만만치 않은 상태. 

과연 서울시가 저층주거지 환경 개선으로 내세운 '모아주택' 사업이 여러 우려들을 말끔히 불식시키고, 모범적 사업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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