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노사관계 양상'에 달린 한국타이어 흥망성쇠, 올해도 진통?

지난해 무분규 59년만 첫 총파업…11~12월 판매 부정적 영향 올해 1분기까지 지속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2.01.20 08:44:21
[프라임경제] 올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노동조합 지부장들이 잇따라 강경파가 당선되면서 향후 노사관계에서 대립과 갈등 구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자동차 산업사를 살펴보면 흥망성쇠 열쇠로 노사관계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립적 노사관계에 봉착했던 완성차업체는 고비용 저효율에 무너지기도 했고, 그로 인한 △해외매각 △공장폐쇄 등의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자동차부품 산업인 타이어업계에서도 노사관계 이슈가 부각되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이는 그동안 노사협력의 모범사례로 꼽히던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 협약과 관련해 무분규 59년 만에 총파업을 겪은 탓이다.

24일 동안 진행된 첫 총파업 기간에 한국타이어는 하루 약 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타이어업계 성수기인 11~12월 판매의 부정적 영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이어지며 실적 감소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지난해 첫 총파업의 홍역을 치른 한국타이어가 앞으로도 여러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지난해 당초 임금을 10.6% 인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절반 정도인 6% 인상에 합의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자신들의 요구를 위해 총파업을 무기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대전·금산 공장에서 진행된 무기한 총파업은 지난 1962년 노동조합 설립 이후 첫 총파업이었다. ⓒ 독자제공


이는 이전 사례로도 확인 가능하다. 일례로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알려진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과정에서도 노사 대립으로 인한 무수한 총파업과 부분파업 등으로 여러 차례 직장폐쇄가 이뤄졌다.

결국 금호타이어는 첨예한 노사 대립과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2018년 중국 타이어 제조업체 더블스타에 매각됐다. 매각 이후에도 정상화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 글로벌 순위 10위였던 금호타이어는 2009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2020년에는 18위까지 순위를 역행했다. 

그 사이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어간 한국타이어는 2000년 초반 글로벌 순위 11위에서 2009년 7위, 2020년 6위까지 끌어올렸다. 또 2010년 초반 글로벌 순위 25위권 밖에 머물던 후발주자 넥센타이어는 30년 무분규를 자랑하며 2020년 20위로, 18위 금호타이어를 바짝 쫓고 있다.

노사관계는 회사의 성장뿐 아니라 직원들의 임금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5개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2016년 6800만원에서 2020년 7400만원으로 약 9% 상승했고, 넥센타이어는 2016년·2020년 각각 6100만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금호타이어는 2016년 6900만원에서 2020년 6400만원으로 약 7% 하락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산업은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글로벌 10위권 내 기업 간 순위 변동이 거의 없다"며 "세 회사의 행보는 이례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 금호타이어의 과거 노사관계에 따른 회사의 성장, 직원의 임금 등을 빗대어 보면, 앞으로 한국타이어 노사관계 양상은 회사의 흥망성쇠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사협력 순위는 조사 대상 141개국(2019년 기준) 중 130위에 그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산업 구조가 대전환 시대를 맞은 가운데, 세계 최하위 수준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바꾸지 못할 경우 노사 모두가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한국타이어를 포함 국내 타이어 3사 모두 어려움을 겪으며,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있다. 5개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한국타이어는 2016년 1조1032억원에서 2020년 6283억원으로 43.1% 떨어졌고, 금호타이어는 △2016년 △2018년 △2020년 세 차례 적자를 기록했다. 넥산타이어도 2016년 2480억원에서 2020년 394억원으로 84.1% 감소했다.

올해도 △원자재 값 상승 △글로벌 물류대란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신차용 타이어 공급 감소 △미국 반덤핑 관세까지 사중고가 겹치며,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업체들이 수요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미크론 유행이 전 세계로 번지며 최악의 물류난이 재연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여기에 해상운임은 올해 상반기에는 한풀 꺾인다는 전망에도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나아지지 않는 대내외 환경에서 타이어업계 노사가 모두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분규나 파업보다는 화합과 상생이 회사의 발전뿐 아니라 직원의 임금과 복지와도 결국 직결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