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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 리부팅] (52) "슬픔은 나누고 행복은 더하고" 정충건 춘천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큰 행복·보람…요양보호사로 어르신들 손발 되고파"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2.01.26 17:58:06
[프라임경제] "어르신들은 언제 갑자기 어떻게 될지 몰라요. 허무함에 빠지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이유는 누군가는 반드시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정충건 춘천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 국가보훈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행복의 양만큼은 신기하게도 늘어만 갔다. 

누군가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고, 누군가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되는 것은 내 마음 한편을 누군가에게 내어놓는 일이다.

◆'행복과 보람' 느낄 수 있는 일

춘천노인복지센터는 치매, 뇌졸중 등의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지역 어르신들의 가정을 요양보호사가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노인복지센터다. 

1990년 임관해 28년 간의 군 생활을 마친 정충건 사회복지사는 이곳 춘천노인복지센터에서 요양보호사 교육, 어르신과 요양보호사의 매칭, 어르신 상담, 행정 등의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저는 형편이 어렵고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가족 대신 돌봐드리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일하면서 얻는 기쁨과 보람이 큽니다."

춘천노인복지센터는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약 60명이 80여 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대부분 독거노인이 많고, 혹여 가족이 있더라도 경제생활로 인해 신경을 쓰기 어렵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교육할 때 '우리가 아니면 힘들고 어려운 어르신들을 돌봐드릴 사람이 없다'고 강조해서 말합니다. 봉사를 하면서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직업입니다. 저는 이 일로 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야"

정충건 사회복지사는 대학 시절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며 나눔에 눈을 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설을 방문해 장애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마주하고, 따뜻한 사랑을 느끼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남을 위한 일이 아닌 나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군 시절 지역 노인복지시설 어르신들을 부대로 초청해 다채로운 활동을 하며 웃음꽃과 따뜻한 사랑을 한아름 선사한 일도, 제대 후 사회복지와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도 당시의 행복한 기억 때문이다. 그래서 현역 시절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과 석사 과정을 밟았다.

"제대를 앞두고 있는 군인들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혼자 고민하면 어렵고 힘들기만 하지 쉽게 답을 찾기 어려워요. 가까운 제대군인지원센터나 이미 제대한 선후배들에게 조언을 얻는다면 더 멋지고 활기찬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대하기 6개월 전부터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정충건 사회복지사는 "교육, 상담, 전직지원까지 모든 일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도와주는 직원들 덕분에 큰 힘을 얻었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 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는 현재 강원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제대군인의 안정적인 사회복귀지원을 위한 멘토'로 활동하며 요양보호사와 관련된 사이버 상담을 맡고 있다.

"현재 요양보호사의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투석 및 병원 진료를 위한 병원 동행이나 재활 활동 지원 등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남성 요양보호사가 필요해요. 저희 센터도 곧 남성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계획으로, 제대군인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제대군인들은 시간 약속에 철저하고 무엇보다 책임감이 강합니다. 

또 군에서의 다양한 경험 덕분에 어떠한 어려운 일도 잘 극복하며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많은 제대군인이 전직지원 기간 동안 국가자격증인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도 많지만,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라 많은 제대군인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군인 시절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늘 한결같이'

"어르신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다가도 언제 갑자기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어르신이 다음날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으면 솔직히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허탈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도 어르신이 두 분이나 돌아가셔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누군가는 반드시 꼭 해야 하는 일이며, 재가서비스를 통해 건강을 되찾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느끼는 소명의식 덕분이다. 무엇보다 '선생님들 덕분에 부모님 건강이 좋아지셨다'는 진심 어린 말을 들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대대장 시절 눈이 많이 오면 일찍 출근해서 대대장실 앞은 제가 빗자루로 쓸었습니다. 대대장이 눈을 쓸고 있으면 출근해 커피를 마시던 간부들이 병사들과 함께 제설 작업을 함께합니다. 

행군을 할 때는 늘 맨 앞에서 진두지휘를 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뱃살이 빠지고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는 제가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군 시절의 마음가짐과 이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졌던 초심을 앞으로도 잘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정충건 사회복지사의 목표는 만 60세까지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이후부터는 요양보호사가 돼 어르신들의 직접적인 손발이 되어드리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건강해야 일할 수 있고, 일을 해야 행복과 기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충건 사회복지사는 진심으로 바란다. 그가 더 많은 이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눠 짊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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