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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기시다 정권 '아베 거리 두기' 순항하나?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1.27 15:44:15
[프라임경제] 출범 4개월을 맞이하는 기시다 후미오(65) 내각 지지율이 22일 기준 52%(마이니치 신문 여론조사)로 나타났다. 전월(54%)대비 차이가 없는 수치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감염자 수가 늘면 지지율이 급락하던 이전과는 달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나타난 이례적 현상이다. 이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신속한 정보공개와 대응, 아베노마스크 폐기 등 과거 정권 실책을 청산하는 자세가 높이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총리 브랜드인 '청취력'도 지지율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18세 이하 국민에 대한 코로나 지원금 지급방법 변경이다. 

각의에서 결정한 '현금+쿠폰' 방식이 비용 및 기일 문제로 지자체와의 갈등을 빚자 기시다는 바로 '전액 현금' 방식을 수용했다. '조령모개'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지율 상승에 도움됐다. 아베나 스가 정권 땐 없던 일이다. 

사실 기시다는 2차 아베 정권 7년 8개월간 내리 외무대신과 정조회장을 지내며 '포스트 아베' 유력주자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주변에서도 '선양'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정작 아베는 권좌를 스가에게 물려줬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당시에도 아베는 또 다시 기시다를 외면했다. 

그러자 기시다는 아소 및 모테기 세력과 연합해 아베가 미는 다카이치 사나에(61) 전 총무 대신을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베 그늘에서 벗어나 정국 상수가 되는 순간이다. 

사진 왼쪽부터 △아베 신조 △아소 타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 JBpress


총리에 취임한 기시다는 '조기 총선'이라는 뜻밖의 카드를 꺼냈다. 과반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여러 매체 우려를 잠재우고 '절대 안정 다수'를 이뤄냈다.

이에 탄력을 받은 기시다는 당 핵심 요직인 간사장에 모테기 도시미쓰(67) 외무대신을 앉히고, 후임에 하야시 요시마사(61)를 임명했다. 모두 철저하게 아베 의중을 거스른 인사였다. 특히 선거구 조정을 두고, 아베와의 충돌이 예상되는 하야시를 발탁한 건 아베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정도였다. 

이때부터 '아베 거리 두기(安倍離れ)'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파벌간 이합집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파벌 구도는 아베파 1강이 아소+모테기+기시다(크기순) 연합과 대치하는 형국이다. 자민당 특유 파워 게임 양상이다. 

60년 넘게 정권을 독차지하다시피 해온 자민당은 1955년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통합해 탄생한 보수정당이다. 

창당과 동시 정권을 잡은 이후 1993년과 2009년 잠시 정권을 내주긴 했지만, 그 기간은 다 합쳐 4년 1개월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근대 민주국가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강 독주' 정당인 셈. 

이런 자민당은 파벌이라는 독특한 집단에 의해 움직인다. 

현재 자민당 의원(372명) 77.4%(288명)가 주요 5개 파벌에 속한다. 파벌별로는 △아베파 95명 △아소파 53명 △모테기파 53명 △니카이파 44명 △기시다파 44명 등 순이다. 

이들 파벌 가운데 총리가 나오고, 각료가 임명된다. 간사장이나 정조회장 등 당 요직 역시 이들이 차지한다. 소수파 수장으로 총리가 된 기시다가 '막강' 아베에게 맞설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아베는 집권 당시 발생한 각종 의혹사건을 얼버무리며 국민 지지를 크게 잃었다. 총리 퇴임 후에도 극우적 발언으로 주변국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반면 '리버럴(온건 보수)'을 표방하는 기시다는 전 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기시다가 이끄는 연합정권은 순항할 것인가? 여론은 '대체로 그렇다'는 반응이다. 

많은 매체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선방하면 다음 총선이 있는 2025년 11월까지 집권 가능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다만 3계파가 현재처럼 공고하고, 니카이 도시히로(83) 전 간사장과 스가 요시히데(74) 전 총리 변수를 최소화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권력 핵심에서 한 걸음 물러난 이들 세력은 △고노 다로(59) △이시바 시게루(65) △고이즈미 신지로(42) 등 인기 있는 인물을 포용하고 있어 언제든지 세력화가 가능하다. 스가 전 총리 역시 무소속 40명 정도를 결집해 놓고 있어 파벌결성이 가능한 인물이다. 

최근 아베 전 총리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베는 닛케이 온라인 칼럼(19일자)에서 '신자본주의'를 거론하는 기시다 총리를 향해 "경제성장을 위해선 '아베노믹스'밖에 없다"라며 "요리 자체를 바꾸기보단 양념을 고민해야지,(그렇다고) 기본 축을 바꾸면 안 된다"라고 정면 비판했다.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옛 수하(?)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아베는 현 자민당 파벌 구도에서 절대 강자다. 만일 기시다 연합정권 수적 우세가 무너질 경우 비주류 세력과 연대해 3번째 등판도 가능한 인물이다.

비즈니스 온라인 미디어 'JBpress'는 지난 4일 전·현직 총리들간 역학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기시다-아소(양호) △기시다-아베(거리) △기시다-스가(근본적 대립) △아베-아소(다소 미묘) △아베-스가(다시 접근) △아소-스가(처음부터 나쁨)

여기에 또 다른 영수인 모테기 간사장과 니카이 전 간사장이 등장하면 패턴이 더욱 복잡해진다. 

하지만 정계 은퇴 때까지 총리 프리미엄이 작동하는 자민당 풍토를 고려하면, 향후 정국은 결국 위 조합 틀 속에서 움직일 것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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