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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명 일색' 중기부, 마침표 없는 중고차시장 개방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2.10 10:39:13
[프라임경제] 허위매물, 판매 강요, 협박, 사기…. 국내 중고차시장하면 연상되는 단어다. 국내 중고차시장은 일부 판매상의 사기 행위에도 이렇다 할 규제 방안 없는 전형적인 레몬마켓이다. 

미국 중고차시장에서 유래된 레몬마켓이라는 용어는 쓸모없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을 일컫는다. 레몬은 또 다른 미국 속어로 불량품을 뜻한다. 시고 맛없는 레몬만이 가득한 중고차시장은 결국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 중고차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구매자에 비해 판매자가 갖고 있는 정보의 양이 우월해 판매자가 갑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소비자는 판매자만 오롯이 믿고 겉만 멀쩡한 차량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 중고차 구매 자체를 꺼리거나 불만을 품은 소비자도 상당하다. 구체적으로 2019~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 상담 건수는 총 1만8924건에 달했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한 해 6000건은 기본으로 넘는다. 이에 중고차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 또한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계속해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인 중기부는 지난달 17일 현대자동차에 '중고차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다.

뿐만 아니다. 몇 년째 중고차 업계 눈치를 보며 시간 끌기에 여념 없는 중기부는 터져 나오는 소비자들의 원성에 이런저런 변명만 늘어놓으며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하다.

중기부는 완성차의 중고차시장 진출 결론은 중기부가 아닌 심의위가 내린다며 자신들은 결정 권한이 없다고 발을 뺀다. 그러나 심의위는 중기부 장관 소속으로 중기부 요청에 의해 개최된다. 즉, 심의위가 열리려면 중기부의 결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중기부는 심의위 개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나마 어렵게 열린 지난달 심의위조차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며, 오는 3월 이후에야 다시 개최된다.

이에 대해서도 중기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각기에서 활동하는 15명의 심의위원의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정책을 이끄는 중앙행정기관의 부끄러운 변명이다.

지난해 연내 결론도 불사하겠다던 중기부의 공언(公言)은 결국 공언(空言, 빈말)에 불과했다.

대선 정국까지 심의위를 미룬 것이 단순히 의견 합치에 대한 문제인지도 심히 의아하다. 중고차 업계 종사자는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표심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중기부의 정치 논리가 다분해 보이는 결정에 소비자 권익은 철저히 무시됐다. 

더 이상 중고차시장은 골목상권이 아니다. 최근 수치로만 봐도 중고차시장 거래 대수는 신차 시장 대비 2배 규모로 성장했다. 그렇기에 더는 중기부가 중고차 업계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중기부가 결정을 미룰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고차시장 개방에 대한 논의는 대선 이후로 밀리게 됐다. 상생이라는 미명 하에 정치 논리를 생각하는 작태는 옳지 않다. 중기부는 그간 외면 받았던 소비자 권익에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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