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고] 건설안전특별법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임영섭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 | thinkfri7@naver.com | 2022.02.11 11:12:59
[프라임경제] 건설안전특별법은 불사조인가.

2020년 4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 건설안전특별법 발의, 입법과정 지지부진 

2021년 6월 광주 학동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 총리가 조속한 제정 공언, 문제 많아 겨우 연명 

2022년 1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긴급당정회의'에서 또 건설안전특별법 처리 카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의 원인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서 콘크리트가 굳는데 필요한 양생기간의 부족, 거푸집 지지 불량 또는 지지대 조기 철거, 타워크레인을 벽체에 고정하는 강도 불충분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334조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에는 거푸집동바리 등의 변형·변위 및 침하 유무 등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자를 배치하여 이상이 있으면 작업을 중지하고 근로자를 대피 시킬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 직전의 영상을 보면 타설된 콘크리트 면이 눈에 띌 정도로 내려앉은 장면이 보인다. 이렇게 되기까지 거푸집을 지지하고 있는 강관이 휘거나 뒤틀리고, 거푸집 틈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이상을 알리는 소리가 수 없이 났을 것이다. 

콘크리트 타설을 중지해 사고자체를 막을 수 있었거나 근로자가 대피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감시자가 배치되지 않았거나 위험의 보고가 무시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원인으로 지적된 어느 것도 규정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규정을 현장에서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또 규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건설안전특별법은 △발주 △설계 △시공의 건설공사 각 단계별 주체에 권한에 맞는 안전관리책임을 부여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러한 책임은 이미 건설기술진흥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안전관리체제에서부터 안전교육까지 양 법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더하면 삼중 사중의 중복규제가 된다.

이미 2020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해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의 책임을 강화했고,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매우 강한 처벌법의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굳이 새로운 법을 만들어 법 체계에 혼란을 주고 중복규제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해 기존의 법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관련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다. 

과도한 규제는 수규자로 하여금 저항과 내성만 갖게 한다. 허드슨은 규제단계(Pathological level)는 안전문화단계의 최하위 단계로서 주된 관심사는 규제기관에 걸리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안전선진국인 영국에서는 사고에 어떻게 대처할까.

2015년 알톤타워 테마공원에서 발생한 롤러코스터 충돌사고로 탑승객의 다리가 절단됐다. 전국에 헤드라인으로 보도되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의회는 전국 놀이공원의 시설점검과 대책안을 신속히 실행하라고 압박했다. 산업안전보건청은 '이미 놀이시설에 대한 기존의 전략이 잘 세워져 있고 이 단 하나의 사고로 놀이산업 전체를 판단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철저히 사고조사에 집중해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을 자제하자'고 조언해 받아들여졌다.

광주사고는 아직 원인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원인도 모른 채 또 하나의 규제를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사고만 나면 법을 만들어 일시적인 면피를 꾀하거나 정치인의 면을 세우려는 망령이 다시 없기를 바란다. 

임영섭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 / 서울대 건축학과 · 미시간대 대학원 졸업 (공학석사, CM(건설관리)전공) / 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 대한산업안전협회 사외이사 / 전) 호서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기획이사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 근로자건강보호과장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 쌍용건설주식회사 대리 / 저서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101' · '중대재해처벌법의 이해와 실무' / 유튜브 '사이다안전' 운영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