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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칼럼] '영화는 연극을 다 담지 못 한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이충현 학생 | chunghyeonlee476@gmail.com | 2022.02.13 10:39:53
[프라임경제] 연극은 작품 또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예술 장르다. 연기와 함께 음악이 전면에 나서는 뮤지컬이 아닌, 배우의 대사가 관객에게 직접 전달되는 무대라서 필자에게 연극은 몰입도가 더 높고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2022년 1월8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됐던 발달장애 화가들의 특별한 전시회를 감명 깊게 보고 나오는 길에 서예박물관 외벽에 걸려있는 큰 사진에 눈길이 갔다. 배우 황정민이 실려 있는 연극 '리차드 3세' 포스터였다. 

학교에서 추천하는 연극을 친구들과 함께 관람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그 때는 연극의 매력을 알지 못했었다.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관심도 특별히 없었고, 이런 탓에 연극을 자발적으로 찾아 관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스토리는 어딘가 익숙했고, 또 평소 황정민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자주 봤던 터라 무대 위의 황정민이 궁금해졌다. 

연극 '리차드 3세'는 세계적인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지금껏 가장 많이 연극에 오른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그의 일대기는 조선의 임금인 태종, 세조와 상당히 흡사하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이 스토리가 상당히 흥미로웠고, 아울러 연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1월28일 드디어 공연 당일, 기대와 긴장 속에 공연이 시작됐다. 이 극을 이끌어가는 타이틀 롤이자 주인공 '리차드 3세' 역의 황정민이 무대에 나타났다. 그는 실존인물인 리처드 3세가 그러했듯, 곱추 환자의 특징인 심하게 튀어나온 등뼈와 오그라든 왼손, 그리고 뒤틀린 왼쪽 다리를 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의 연기를 현장에서 감상하면서 나는 영화 속에서 봐왔던 배우 황정민이 아닌, 연극인 황정민의 모습을 만났다. 매번 기회를 엿보며 왕좌에 오르기 위해 자신이 죽인 헨리 6세 가의 며느리 앤을 유혹하고, 걸림돌이 될 형 에드워드 4세와 조지 클러랜스 공작의 앞에서 그들을 위하는 척 본심을 숨기고, 관객들에게 설득하는 듯 자신의 뛰어난 언변을 구사하는 모습, 왕좌에 올라 가장 행복한 순간에 전쟁을 일으키며 결국 파멸로 끝을 맺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필자가 영국 장미전쟁 당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황정민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극을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관객들을 보며 왕좌에 오르기 위해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는 리처드 3세, 억울한 누명을 써 런던 탑에 갇히고, 믿었던 동생에게 죽임을 당하는 조지 클래런스, 동생의 영혼을 보고 통곡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에드워드 4세, 자식들을 모두 잃고 절망에 빠져 마거릿 왕비의 예언을 떠올리며 절규하는 엘리자베스 왕비, 충성을 다했음에도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버킹엄 공작, 결국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파멸하는 리처드 3세, 이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인상 깊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극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머 요소들도 꽤 볼거리였다. 다소 아쉽게 느껴진 점도 있었다. 극 중후반에 리차드 3세가 죽인 자들의 영혼을 막 위의 빔프로젝터로 표현한 것인데, 긴장감이 떨어질 정도로 연출이 어색했고 차라리 음성으로만 표현했으면 더 나았을 것 같았다. 다음에 삼연이 올려진다면 이 부분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연극을 관람하며 '영화는 연극의 진면목을 다 담지 못한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고, 실감했다. 아울러 영화배우나 탤런트 가운데 연극 출신 배우들의 연기가 왜 더 깊고 진지하게 다가오는지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영화는 장소 제약이 없지만 사람들에게 카메라라는 '보이지 않는 제약'이 있어 감정이입과 공감대 형성에 한계가 따르지만, 연극은 무대라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목소리 톤에 변화를 주어 색다른 느낌으로 관객들에게 현장 그 자체를 그대로 전달한다. 이 때문에 연극이 영화보다 더 실감나고 몰입감이 좋은 장르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번 '리차드 3세'는 필자에게 연극의 매력을 알게 했고, 연극 장르에 큰 관심을 갖게 했다. 또한 배우 황정민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우리에게 어쩌면 가깝고도 먼 장르, 연극을 처음 접한 필자는 분명히 앞으로 연극을 사랑할 것 같다. 연극의 규모나 출연진의 저명성을 떠나 연극 자체의 매력을 느끼는 것은 삶 속의 또 다른 행복일 것이다.  


        이충현 (서울) 둔촌고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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