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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모테기 간사장의 화려한 '갑질'과 참의원 정국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2.16 10:56:01
[프라임경제] 출범 4개월을 넘긴 기시다 정권에서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가 모테기 도시미쓰(67) 간사장이다. 아베·스가·기시다 정권에서 외무대신을 지낸 모테기는 지난해 총선 직후 각료직을 사임하고, 11월4일 간사장에 취임했다. 

간사장은 각종 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막대한 정치자금을 관장하는 정권의 중추다. 같은 달 11일에는 자신이 속한 파벌 '헤이세이 연구회' 9대 회장 자리도 꿰찼다. 이는 모테기가 '포스트 기시다' 반열에 오른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권력 정점을 향해 나가고 있는 모테기가 최근 개설된 파벌 홈페이지로 빈축을 사고 있다. 

온라인 매체 '데일리 신초'는 지난 10일 "파벌역사를 소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총리를 지낸 쟁쟁한 역대 회장들을 구석에 배치하고 중앙에 자신을 크게 배치한 것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며 "아베 정권에서 힘을 붙여 마침내 파벌 영수에 오른 '고양감(들뜬 기분)'을 표현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모테기 중심으로 △다나카(좌상) △다케시타(좌중) △오부치(좌하) △사토(우하) 전 총리. © 헤이세이연구회 홈페이지 캡쳐


실제 문제 사진은 하시모토 전 총리가 빠졌고, 곳곳이 자신 활동 모습(작은 사진)이다. 

매체는 또한 "모테기 능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한편으로는 '갑질(파워하라)·성희롱(세쿠하라)의 왕"이라면서 화려한(?) 과거를 소환했다. 

모테기 갑질은 정계와 관료들 사이에 널리 소문이 나 있다. 

아사히 신문 계열 주간지 '아에라(AERA)'는 지난 2019년 10월11일 해외 출장 수행 관료들이 작성한 '모테기 대처 매뉴얼'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A4용지 22매에 이르는 해당 문서에는 "이런 것까지?"라는 내용이 즐비하다. 일본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에 게재된 것 중 일부를 소개한다. 

△흡연
- '수행 최우선과제' 담배 못 피우면 기분이 매우 상함. 담배는 세븐스타, 항상 라이터 대기 
- 차내·룸·회의실·공항 귀빈실·대사관·식당 등 접촉하는 모든 곳 흡연할 수 있도록 조치
- 철수 시 탈취제로 냄새 제거

△식사와 음료
- 아침과 점심에 밥보단 컵라면과 컵소바(특정 회사) 많이 찾음. 나무젓가락 꼭 준비
- 영양 음료(특정회사)와 갈근탕 등 3종 세트는 일본에서 준비해 지참. 남으면 비서실 반납

△항공기
- 가능하면 일본항공 피할 것(과거 트러블 때문), ANA도 비호감이지만, 국내 여행시 이용
- 에미레이트 항공·싱가포르 항공 선호, 한국 국적 항공사 절대 사절
- 시간 낭비 대단히 싫어하므로 마감 시간 직전 탑승토록 조치

△호텔
- 침대 베개 4개 준비. 호텔 안내 팸플릿 및 룸서비스 메뉴 등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함
- 웰컴(서비스) 과일 놓으면 안 됨. 프런트에서 방으로 전화하지 않도록 조치
- 마사지사는 가능하면 여자 서비스 요금과 취소료 조사

위의 내용을 살펴보면, 관료들이 왜 모테기를 '모테킹'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다. 거의 폭군 수준이다. 일부 "수행원이 상사를 위해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매체들은 "관료는 사설 비서가 아니다. 분명한 갑질"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한때 잠잠했던 갑질이 간사장 취임을 계기로 부활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지우지 않는다. 

모테기 갑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가 외무대신 시절, 외무성 출입 기자 16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물론 타 부처보다 여성 비율이 훨씬 높았다. 모테기는 그들에게 음담패설을 유도하거나 매직을 핑계로 손을 잡는 등 성희롱적 언행을 일삼았다고 2016년 9월 29일 '주간 신쵸'가 보도한 바 있다. 

모테기는 도쿄대학 경제학부를 나와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만큼 영어가 뛰어나고 업무 능력이 출중하다. 

하지만 인망이 부족하고, 너무 쉽게 화를 내는 것이 늘 약점으로 지적된다. 상대가 업무에 태만하거나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심지어 고령의 동료 의원들에게도 예외가 없다는 후문이다. 

그런 그가 간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지난해 총선에서 아마리 아키라(73)가 소선거구에서 낙선했기 때문이다. 아마리는 아소·아베와 더불어 '3A'로 불리며 정국을 주도하던 12선 베테랑 의원이었다. 뜻하지 않게 횡재를 만난 모테기는 이를 '운이 아닌 실력'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변에 사람이 모일 리 없다. 

요즘 일본 정국은 오는 7월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지부진한 야당 덕분에 자민당이 크게 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테기에게 있어 절호의 기회다. 결과에 따라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갑질을 멈추고, 주변 신뢰를 구축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사실 모테기는 본인 파벌에서조차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헤이세이 연구회'는 지난해 9월 회장이 작고한 이후 한동안 자리를 비워둔 상태. 보통 회장 유고시 회장대행이 곧바로 자리를 물려받지만, 당시 회장대행이던 모테기는 반대세력에 막혀 취임하지 못했다. 

추후 파벌이 모테기를 받아들인 건 참의원 선거에서 간사장 위치가 세력 확장에 도움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었다고 알려졌다. 

과연 모테기가 참의원 선거 정국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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