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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미래 향한 힘찬 '날갯짓'

국내 최초 '주민 참여형 사업' 이익 공유 통한 상생 현실화

전훈식·선우영 기자 | chs·swy@newsprime.co.kr | 2022.02.16 11:42:19

코오롱글로벌이 시공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현장.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태양열 △수력 △풍력 △조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폭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의거, 적지 않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 중 가장 필요한 산업으로 '풍력'을 꼽고 있다. 실제 국내 풍력 시장 잠재량은 39GW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사실 풍력발전 산업은 이전부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다만 주민 수용성 및 인허가 등 문제로 좀처럼 사업 추진에 있어 탄력을 받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런 문제 해결 없인 본격적 사업 추진은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덕산(해발 1200m)에서 힘찬 '날갯짓'을 이어가고 있는 코오롱글로벌(003070)이 시공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은 풍력 발전 모범 선례로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나아가 이를 기점으로 향후 미래 풍력 발전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본지는 이런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단지를 방문해 해당 사업의 성공 요인과 발전 방향에 대해 직접 알아봤다. 

◆"순수 자연의 힘만으로" 일대 윈드 팜 조성

강원 태백시 원동 산13-1, 산97 일원의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지'는 서울에서 차량으로 약 3시간 3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출발해 △광주원주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강원남로를 거쳐 총 250㎞ 가량 이동하면 마침내 가덕산 풍력발전 단지 입구에 다다를 수 있다. 산 정상에 멀찍이 보이는 풍력 발전기는 마치 외국을 연상케 하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현 정부는 탄소 중립 및 청정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공격적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신재생에너지가 글로벌 추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업이 국내 풍력 발전 가이드 역할을 담당할 것."

사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은 주민 수용성과 인허가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사업은 이런 조건을 사고의 전환을 통해 만족시켰다. 지자체가 출자에 참여한 첫 풍력사업단지 사례인 동시에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최초 '주민 참여형' 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강원도 34% △한국동서발전 34% △코오롱글로벌 20% △주민 10% △동성 2%가 투자지분을 형성하고, 출자에 참여한 SPC(특수목적법인)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이 건설·운영·수익·배분까지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여기에 '민간(코오롱글로벌) 최초' 345㎸급 대형 변전소를 설치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은 총 3단계로 기획돼 진행되고 있다. ⓒ 코오롱글로벌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사업은 총 3단계로 계획됐다. 

우선 3.6㎿급 발전기 12기 총 43.2㎿ 규모로 이뤄진 1단계 단지가 지난해 6월 준공식을 거쳐 정상 가동하고 있으며, 2단계 단지 4.2㎿ 5기 총 21㎿ 규모로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3단계의 경우 4.2㎿ 10기로 구성되며, 오는 2025년경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은 이런 계획에 따라 3단계까지 완료된다면 총 발전설비용량 기준 약 105㎿급 대규모 단지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인근 일대를 산악 관광형 단지 '윈드 팜(Wind Farm)'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지역 출신 직원 고용은 물론, 사업 수익을 장학금 및 마을 발전사업 등에 기탁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발전소 건설로 끝나는 게 아닌,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현장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가파른 경사도와 함께 자연 피해 최소화를 위한 비포장에 가까운 '오프로드' 수준의 도로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4륜 구동차 없인 이동이 불가능했다. 

실제 현장 사무실에서 SUV 차량을 타고 15분 가량 가파른 산세를 올라가다 보면 해발고도 1200m에 웅장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가덕산 풍력발전 1단계 사업지를 접할 수 있다. 산 정상에 닿기 위해 이용한 도로 좌측은 절벽이 마주하고 있어 아찔한 기분이 느껴졌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 본 발전소는 해질녘 노을 진 겨울 가덕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멀리서 조그맣게 보이던 발전기는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가장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8호기 앞에 하차해 경관을 둘러보니 양 옆으로 발전기들이 보다 많은 전력 생산을 위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바람을 맞이하며 천천히 서행하고 있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풍력 발전기는 풍속 3~27.5m/s에서 가동한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은 13m/s로, 이런 조건에 부합한 가덕산은 충분히 사업성이 입증됐다. 

현재 글로벌 풍력 터빈 생산 업체 '베스타스'와 계약해 운영하고 있는 1단계 연간 전력 생산량은 약 10만8988㎿ 규모로, 이는 태백 인구 두 배 규모(3만7000여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향후 2단계(4.2㎿ 5기)와 3단계(4.2㎿ 10기) 단지가 모두 준공될 시 9만여명에 달하는 인구가 1년간 사용 가능한 전력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풍력발전은 산 정상에 설치되는 만큼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지면적 기준 다른 발전과 비교해 효율적 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1단계 풍력발전(43.2㎿)이 20년간 창출한 에너지를 산출했을 때 생수(2ℓ 기준) 135억병 절감은 물론, 미세먼지 1만8593㎏, 여의도 600배 면적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태백 가덕산의 경우 △단지 내 옹벽 최소화 △비탈면 녹생토 시공 △산림 훼손하는 벌목 최소화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단지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거부감 '인식의 전환' 수용성 문제 해결

현재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은 주민 및 지자체 호응에 힘입어 1단계 단지가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지만, 사업 초기에는 적지 않은 난관에 직면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역 주민 반발이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역시 산림 훼손 및 소음 유발 등을 우려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주민 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해당 사업에 부정적 인식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곳은 해당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이 많다. 대대로 이어온 마을인 만큼 '사업 추진' 소식은 개발로 인한 부작용 등으로 주민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 참여형' 사업으로 인한 혜택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굉장히 긍정적 반응이다. 풍력발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사무실 △대형 변전소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소내 전기실 △코오롱글로벌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사무실. ⓒ 프라임경제


관련 업계 역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이 난관을 딛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국내 최초' 주민 참여형 사업이라는 점이다. 
 
주민 참여형 사업은 주민이 직접 투자 등 참여해 향후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최대 20년간 공유하는 사업 모델이다.

발전소 인근 원동마을 주민들은 마을기업을 설립해 태백시민들로부터 17억원 규모 펀드를 모집하고, 국가 정책자금으로 33억원을 지원받아 총 50억원 상당을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에 투자해 수익을 받고 있다. 이는 1단계 사업비 1250억원의 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에 따르면, 이런 투자로 인한 수익은 결코 적지 않았다. 타 금융기관보다 높은 이율(8.2%)을 자랑하며, 세후 5% 수준의 수익을 고정 확보하고 있다. 즉 사업 수익을 주민들과의 공유를 통해 고질적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현지 주민은 "사업 초기 풍력 사업에 반감이 사라지고, 오히려 주민 사이에서 반기는 분위기"라며 "향후 주민 참여형으로 진행될 2~3단계와 같은 후속 사업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했던 환경오염을 비롯해 소음 유발 등도 측정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라며 "일회성 보상이 아닌 20년간 주민들과 함께 꾸준히 상생하는 훌륭한 취지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은 그간 풍력 산업에 있어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과연 해당 사례가 향후 국내 풍력 시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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