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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합 무소불위에 끊이지 않는 시공사 변경, 대안 없나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2.02.18 14:16:46
[프라임경제] 최근 서울지역 도시정비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주요 사업지의 시공사 선정 절차가 본격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파격 제안'으로 수주 경쟁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사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있어 핵심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하지만 정작 사업 추진 여부는 시공사와 조합, 그리고 조합 내부 갈등에 좌우되고 있다. 

물론 이런 갈등으로 인한 계약 해지를 방지하기 위해 시공사 변경과 조합임원 해임 기준을 강화하는 '도시정비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냉담할 뿐이다. 조합이 시공권 계약 해지를 주장할 경우 건설사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장에서 시공사를 변경하는 조합이 늘어나고 있지만, 박탈당한 시공권을 회복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대표 사례가 조합과의 갈등 끝에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래미안원펜타스) 시공사 계약이 해지된 대우건설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 조합은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후 공사면적이 설계 변경 등 이유로 늘어나자 공사비 증액을 두고 대우건설과 조합간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조합은 2019년 12월 대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한 후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맞았다.

그동안 이런 시공사 교체는 의외로 적지 않다. 조합들이 공사비 증액이나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을 빌미로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했으며, 법원 역시 대부분 조합 손을 들어주곤 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시공권 지위 회복 소송' 결과는 조금 상이했다. 각하 결정을 판결한 1심과 달리 2심은 대우건설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시공권이 박탈됐던 건설사가 재차 시공사 지위를 회복하는 건 초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 관련 업계는 이번 결과가 '조합 영향력'을 좌우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대우건설은 판결에 힘입어 현장을 되찾기 위해 '공사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되면서 현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그대로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인해 한동안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지만, 여전히 건설사는 정비사업에서 을의 위치"이라며 "오히려 소송 전력으로 추후 수주전에 있어 경쟁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HDC현산 '파격 제안' 역시 향후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에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HDC현산은 '광주 붕괴 사고'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안양 관양 현대 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있어 출혈을 감수하고 역대급 사업 조건을 내민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공사 선정을 앞둔 '노원 월계 동신 사업'에도 유사하게 제시하고 있다. 

HDC현산은 '회사 이익을 최소화하고 조합원 이익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시장 교란 행위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다른 조합이 이를 빌미로 '역차별'을 주장,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로 인해 오히려 일반 분양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물론 도시 정비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은 각 입장에서 보다 많은 혜택 혹은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사업 과정 중 하나다. 그렇다고 이로 인한 막대한 부담을 일반 분양자들에게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 

최근 도시정비 사업은 불과 몇 년 만에 치솟은 주택 가격에 따라 조합 영향력은 그야말로 '무소불위' 수준급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합 갑질은 오히려 정상적 사업 추진에 있어 좋지 않은 악효과를 불러온다. 

과연 현재 추진하고 있는 크고 작은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이 이런 점을 잊지 말고,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 없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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