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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소유의 함정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2.02.21 15:34:03
[프라임경제] 소유(所有)는 갖고 있음이다. 거기에는 내 능력껏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된다. 그것은 소유권이라 칭하며, 사전적 의미로 물건을 전면적·일반적으로 지배하는 권리를 뜻한다. 

그러므로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배력을 갖는 것과 같다. 특히 오늘날의 소유, 즉 얼마나 많은 것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는 힘의 크기로 귀결되기도 한다. 나아가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마다 강한 힘을 갖기 위해 부단히 소유의 영역을 넓히고자 한다. 

물론, 그 영역에는 대소(大小) 구분이 없다. 사물이든 무형이든 간에 더 많고 크고, 혹은 더 넓거나 귀한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자칫 물질적인 소유욕이 확장될수록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과시욕은 무소유의 상대로부터 지배력을 얻고자 함이다. 소유의 엇나간 힘이 사람의 마음까지도 점령하려는 것이다.

그럴 것이 SNS에서는 값비싼 물건의 소유를 카메라의 의도적인 각도를 활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공연히 알리느라 분주하다. 그 안에서의 과시욕은 권력의 쓰임새와 같다. 소유물을 과시할수록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유자는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이끌어서 곧장 판매 형태로 자신의 지배력을 확장시키려 한다. 소유자의 증명된 한 마디가 곧장 다수의 마음을 움직여서 소비를 촉진시킨다. 그 시장에서는 판매하는 물건의 '증명된' 본질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 오로지 소유자 한 사람의 '말'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백화점 명품매장에는 날마다 줄지어 선 사람들로 분주하다. 명품을 사려면 오픈런을 위한 비장한 준비력을 갖추는 건 당연지사다. 이런 세태는 물질의 소유만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소유욕에 잠식당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밤낮없이 움직이는 데도 빈곤함에 허덕인다는 것이다. 소유욕은 더 많고 더 넓게 확장되려는 특징 탓에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러니 많이 갖고 있어도 늘 부족하다고 외치며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 자멸한다. 결국 그들의 삶에는 어떤 여유도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노예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도서 <니체의 말>에서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소유하기 위해서 인생을 소비하고 휴식시간까지 구속당하며, 조직에 조종당하고 끝내는 국가의 구속까지 받게 된다. 인생이란 것이 끝없이 많이 소유하는 경쟁을 위해서 주어진 시간일 리 없다." 

그렇다. 물질을 소유하는 것만이 삶의 전부일 리 없다. 세상에는 손에 쥐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사랑, 희망, 격려, 온정, 위로, 배려, 칭찬, 공감 등이 그것이다. 

삶은 외려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풍요로울 때 빛을 발하지 않았던가.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과 체온을 나누거나, 가까운 사람들과 온정이 오가고 공감을 얻는 순간들이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 

역시나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우리의 삶은 오롯하게 견고해진다. 그것은 물질로부터 얻을 수 있는 찰나의 쾌락을 상쇄시키는 동시에 삶의 희망은 고양시킨다. 그런 고귀한 순간들이 쌓일수록 인생은 풍요와 만족으로 점철된다.   


이다루 작가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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