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오석민의 경제학] 우크라이나 전쟁은 '화폐전쟁'의 서막

 

오석민 프리굿 대표 | odolian@nate.com | 2022.03.04 16:27:20

[프라임경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최근 러시아를 달러 중심의 금융결제시스템인 'SWIFT'에서 퇴출시키는 최고수준의 금융제제를 단행했고 향후 에너지, 금융 분야에 대한 추가제제는 이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우선 러시아의 수출입에 달러 결제가 제한되자 러시아가 주로 수출하는 원유나 천연가스의 가격이 오르고, 다른 원자재나 밀을 비롯한 곡물가격도 같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상품가격의 상승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심화 시킬 것이라는 예상은 언론을 통해 독자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악재인 점은 분명하나 구체적으로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미국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석유거래는 달러로만 결제하게 하였고 이를 우리는 '오일 달러'라는 부른다. '오일달러'가 석유거래에서 독점적인 역할을 해왔고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에 한 축으로 차지했지만 애석하게도 천연가스엔 아직까지 '천연가스 달러'라는 말이 없다.

이는 천연가스 결제는 유로화, 위안화로도 거래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푸틴도 지난 해 6월4일 "러시아산 가스 대금결제를 달러 말고 유로화로 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인 것이다.

달러 중심의 금융결제시스템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면 러시아는 주요한 생필품을 우호관계인 중국을 통해 수입할 것이고 이때 위안화나 유로화로 결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와 무역하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도 단기적으로는 무역이 제한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들 입장에선 유로화나 위안화를 통해서 그리고 제3국을 통해서 러시아와 기존의 수출입을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이런 움직임들은 유로화, 위안화의 결제 비중을 높이고 달러 결제 비중을 낮추게 할 것이고, 중국을 통한 러시아의 수출입은 장기적으로 서방의 금융 제제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침공이후 서방으로부터 금융거래 규제를 받으며 러시아 외환보유고의 달러 비중을 47.1%에서 16.4%까지 줄여왔고, 국부펀드(NWF)에서 달러자산비율을 0% 가까운 수준으로 줄였다고 2021년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가 지난 8년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과 그로 인한 서방의 제제를 준비한 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반증인 것이고, 오랫동안 전쟁을 준비해온 푸틴으로선 단기적인 휴전이나 종전을 선택하기보단 장기적으로 전쟁 상황을 지속하며 미국과 서방에 위기감을 극대화해 러시아와 푸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게 한다.

전쟁과 경제제재 장기화로 세계 금융결제시장에서 유로화, 위안화 결제비중이 높아지면 동시에 달러의 결제 비중이 하락하게 되고 이는 달러의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들며 달러는 유로화나 특히 위안화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천연가스의 에너지 전쟁으로 시작 돼 '신화폐전쟁'으로 확대 될 가능성도 큰 것이다.

일예로, 중국은 화폐전쟁에 대비해 위안화의 디지털 화폐화를 세계 최초로 추진하며, SWIFT와 별도로 중국이 주도하는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라는 위안화 결제·청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브릭스(BRICS) 회원국인 러시아, 인도를 끌어들여 사용자수 30억명에 달하는 SWIFT 대안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며 위안화의 완전한 기축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외형적으로 국지전이지만, 신냉전 체제하에서 강대국들의 화폐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이다.
 
화폐전쟁은 세계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기에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피해가 더 큰 전쟁이 될 수 있다.

시중에 화폐의 유동성이 넘쳐나 인플레이션이 심화 되고 있고, 화폐가치가 떨어져 화폐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이블 아래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되던 화폐전쟁은 향후엔 테이블 위에서 노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냉전의 시대, 신보호무역의 시대, 신분극화의 시대에 접어들며, 우리는 화폐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예정하고 장기적인 경제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오석민 프리굿 대표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