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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금융핵폭탄' 여파는?

한국 대(對) 러시아 수출 비중 1.5% 수준, 기업 지원확대 검토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3.10 15:40:09
[프라임경제]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킨 러시아를 상대로 국제사회는 각종 금융제재에 나서고 있으며, 그중 결정적인 한방으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SWIFT) 결제망 퇴출을 발표했습니다. 

스위프트 결제망 퇴출은 '금융핵폭탄'에 비유되는 강력한 금융 제재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전망되죠.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내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하며 침공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각종 경제 제재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죠. 

특히 지난 26일에는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안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스위프트 제재는 EU의 대러 결정을 감안해 오는 12일부터 러시아 은행 7곳을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28일 △러시아 주요 은행과 거래 중지 △러시아 국고채 투자 중단 △스위프트 배제 지지 등 세 가지 제재에 대해 적극 동참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7일 "러시아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NWF·RDIF), 로시야(Rossiya)은행과 거래를 중단하겠다"며 추가 제재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스위프트 코드 사라져 '채무불이행' 리스크↑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는 지난 1973년 유럽과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국가 간 자금거래를 위해 설립한 비영리 조직입니다. 현재 세계 약 200개국, 1만1000여개 금융기관이 매일 스위프트 결제망을 이용하고 있죠.

러시아 루블화는 국제사회의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조치 이후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위프트 결제망은 달러 및 유로화 결제·지급 등 국제 금융거래 시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로 암호화된 특수금융 메시지 '스위프트 코드'를 이용해 자금을 거래하는 시스템입니다. 러시아 은행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되면 스위프트 코드가 사라져, 러시아 은행을 이용하는 기업과 거래를 하더라도 대금을 주고받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이번 제재의 중요 타깃은 러시아 중앙은행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6306억3000만달러(한화 약 779조1433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외환보유액은 서방국가 중앙은행이나 상업은행 등 해외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러시아는 이번 제재로 외환보유액을 가져다 쓰기도 어렵게 된 것이죠. 특히 러시아는 국제 금융거래 80%를 스위프트에 의존하고 있기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발행했던 국채 상환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JP모간체이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16일 7억달러(한화 약 8600억원) 상당의 국채상환을 해야합니다. 

러시아가 가진 외환 보유액에 비해 크지 않은 규모지만, 당장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로 돈을 찾기 힘든 상태라는 것이 문제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러시아 달러화 표기 국채 미상환 잔액을 330억달러(한화 약 47조9271억원)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는 곧 국가부도 사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며 "교역이 중단되고 환율은 소련 시절처럼 인위적으로 고정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압력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 연 9.50%인 기준금리를 무려 10.50%p 인상한 연 20.00%로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달 23일대비, 이달 9일 기준 1달러는 58% 늘어난 128루블로 교환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노력과 달리 루블화 가치는 폭락하고 있는 셈이죠. 

러시아가 스위프트 결제망이 아닌 러시아 자체 송금망(SPFS)이나 중국 국제위안화결제망(CIPS)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스위프트 영향력은 미미한 수순이라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러시아가 SPFS를 CIPS와 연계하더라도 스위프트에 비해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며 "이들 망은 가입은행이 자국은행 위주로 작을 뿐 아니라 위안화 국제결제 건수도 적어 국제적으로 확대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출기업 '대금결제 피해 늘어나' 에너지 부분 '주목'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 조치는 제재 대상국뿐만 아니라 주변 교역국에도 광범위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금융핵폭탄'이라 비유되고 있습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은 러시아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에 따라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졌다. ⓒ 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수출액은 99억7953만달러로 전체 수출액 6444억달러의 1.5%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수출을 진행하던 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 또한 러시아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에 따라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죠.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접수된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애로 사항 138건 중 81건(58.7%)이 대금 지급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전했으며, 지난 4일 신승관 무역협회 전무는 "대금결제 및 선적 불능, 거래선 단절 등 최근 일주일간 270여건 애로사항이 접수됐다"고 밝혔죠.  

국내 대러시아 수출품은 자동차 및 차량 부품이 전체 40.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긴급 관계기관 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해 국내 기업 피해현황 및 자금애로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현지진출 기업 영업활동 및 수출입거래 중단, 대금결제 차질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죠.

금융위원회는 국책은행(산업·기업·수출입은행)을 활용해 피해기업에 신규 운영자금 특별대출 2조원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기존 대출에 대해 특별 상환유예도 시행하기로 했죠.

지원 대상은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이하 분쟁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 △최근 1년간 분쟁지역에 수출·납품 실적을 보유한 기업 또는 예정된 기업 △지난해 1월 이후 분쟁지역 수입 또는 구매실적을 보유했거나 예정된 기업 △피해기업과 연관된 협력·납품업체, 가치사슬 전후방에 위치한 기업 등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만큼, 산업별·부문별 피해상황, 파급영향 정도 등을 점검하면서 지원규모 및 대상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우려를 모으고 있는 분야는 에너지 수입 부분 입니다. 러시아는 세계 1위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3대 산유국이기 때문에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죠. 결국 국제유가는 지난 7일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해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EU는 이번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에서 러시아 에너지 대금 결제은행 2곳을 예외로 했습니다. 이는 EU가 원유 26%, 천연가스 40% 등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에 지금 에너지에 대한 것은 빠져있지만, 미국이 이에 대해 강하게 요구하면 우리는 안 따라갈 수 없다"며 "다만 그 충격은 우리가 러시아 원유를 실제로 거래하는 게 많지는 않아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국제 원유 공급 이슈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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