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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학개미 행동주의'에 대한 기업의 올바른 자세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 press@newsprime.co.kr | 2022.03.11 16:40:37
[프라임경제] 주식시장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인다.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보와 변수가 많고, 수많은 참여자들의 심리도 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은 "시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재 과학자 뉴턴은 주식투자에 크게 실패한 후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장의 비예측성과 비합리성을 함축한 말이다.

시장의 비합리성은 급격한 주가 변동성을 수반해 시장 참여자에게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최근 2년 동안 위험보다는 기회에 주목한 동학개미의 시장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풍부한 유동성도 한 몫 했지만,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에서 양질의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부동산 폭등으로 자산시장 투자도 불가능해 지면서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주식시장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등장한 동학개미는 주로 2030세대로 이전 세대보다 확실히 영리해졌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주로서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가령 기업의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주가가 하락한 경우 거침없이 불만을 표출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 '소액주주 연대'와 같은 형태로 조직화해 회사를 압박하는 이른 바 '동학개미 행동주의'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서울IR CEO의 IR스토리'를 통해 미국은 '기관투자자 중심의 주주행동주의'가 일상화 됐지만, 한국에서는 기관이 아닌 '일반투자자 중심의 주주행동주의'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일반투자자 비중이 높고 '소액주주 집단소송'과 같은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학개미 행동주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일상화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동학개미 행동주의는 여러 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기업에서 횡령 사건으로 주식 매매가 정지되고 주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자, 일반투자자가 연대해 회사 측을 상대로 집단 소송 절차에 돌입했다. 

또 다른 기업은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경영진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로 주가하락을 부채질하다가 동학개미들의 강력한 반발과 항의에 부딪혀,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핵심 사업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을 한 기업은 모기업의 주가가 폭락은 물론, 일반투자자의 항의성 글이 인터넷과 SNS에 쏟아져 회사 이미지와 평판이 수직 낙하했다. 

물적분할로 지배구조 강화와 공모자금 확보라는 단기적 이익은 챙겼지만, 브랜드 위상이 추락하는 등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실은 단기적 이익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예컨대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그 기업의 제품을 불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무형의 손실을 예상할 수 있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나 물적분할 후 상장 등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진 면도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에서는 이 정도로 사태가 확산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 유입된 투자자의 대부분인 2030세대는 불공정과 반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잘못된 의사결정이나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주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동학개미 행동주의 영향으로 증권 당국에서도 적절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경영진의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신규 상장사 경영진이 상장 이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6개월 뒤에나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신규 상장기업 임원의 주식 의무보유강화' 방안이 마련됐다. 

이달 7일에는 물적분할 후 상장절차를 엄격히 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반투자자를 무시하는 기업에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이른 바 동학개미 행동주의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기업의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가장 바람직한 대응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내부통제제도 개선, 경영진의 윤리의식 강화, 투명성 제고, 주주소통 강화, 적극적인 IR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동학개미 행동주의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이다.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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