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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이브리드 저공해차 제외는 모순을 낳는다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3.15 13:39:02
[프라임경제] 정부가 이르면 2025년 하이브리드 모델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한다고 밝혀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친환경차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 대수는 22만2869대로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 중 64%를 차지했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저공해차 제외를 통해 전동화 흐름을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은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라 심히 우려스럽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완성차 업계의 수익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미래 전동화 계획에도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매하면 △개별소비세 100만원 감면 △취득세 40만원 감면 등의 저공해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앞선 혜택이 없어진다면 곧바로 구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완성차 업계에게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환경오염이 심한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를 권장하는 셈이 된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모든 면에서 접근이 쉬운 기존의 내연기관 모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탄소 배출을 늘리는 모순을 낳게 되는 꼴이다. 

또, 전기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한다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다. 당장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에 제동을 거는 것은 오히려 친환경차 보급 시장을 위축시킬 뿐이다.

업계에서도 하이브리드를 대체할 전기·수소차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밝힌 제외 시점은 너무 이르다며,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전기차는 아직까지 수익성이 확보된 모델이 아니다. 배터리와 같은 고가 부품이 많은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비 크게는 2.5배까지 제조원가가 높다. 아울러 니켈, 코발트와 같은 배터리 핵심소재의 가격 변동이 매우 크다는 점도 리스크로 상존한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단가가 비슷해지는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즉 전기차가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추려면 적어도 2027년은 돼야 한다는 것.

결국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에 많은 자금과 연구 인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소·전기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전기차 과도기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바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내연기관 대비 탄소 배출은 줄이면서도 기업들의 재정적 압박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전주기적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기차와 탄소 배출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발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등 모든 과정을 포함하면 하이브리드 차와 전기차의 탄소 배출량이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단순히 하이브리드 모델이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시각만으로 탄소중립 문제에 접근한다면 오히려 전기차 시대 진입을 늦출 뿐이다.

무작정 하이브리드 모델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기보다는 탄소 배출이 낮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를 유도,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시 전기차에 투자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완전 전동화가 진정한 탄소중립의 실천이라는 시각에만 매몰돼 '현실적인 탄소중립 방안'과 '선순환을 통한 전동화 가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쳐서는 안 된다.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시각으로 단계적인 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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