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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재개발 속도내는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정릉골 풀 숙제는…

극심한 노후도 꼬리표…'금융 부담 해소' 사업 성공 포인트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03.31 10:08:41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 일대 사진.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정릉골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정릉골은 시공사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백사마을 역시 지난해 GS건설(006360)을 시공사로 맞이한 후 사업 정상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 근현대사 희로애락을 간직한 해당 마을들이 마침내 변모를 예고하면서 향방이 주목된다. 

다만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관련 업계가 집중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이주비 및 추가 분담금 등 부담으로 재정착률에 대한 불안감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프라임경제는 '마지막 달동네' 정릉골·백사마을 재개발 현장을 찾아가 상황과 분위기를 살펴봤다.

◆북한산 끝자락 '무허가 판자촌' 타운하우스로 재탄생

"북한산 끝자락에 위치한 정릉골은 청계천과 북아현동 일대 철거 여파로 1960년대 형성된 노후주택 밀집 지역이자 무허가 판자촌이었다. 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작가가 거주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개발이 시급한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개선에 대한 열의가 남다른 곳이다."

이날 접한 정릉골 한 주민은 이 같이 말하면서 그간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서울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2번 출구를 나와 성북06 마을버스를 타고, 도광사에 하차하면 마치 70년대를 연상시키는 장릉골 재개발 사업지를 접할 수 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정도로 극심하게 노후화된 거리와 주택은 왠지 모를 이질감을 선사한다. 

이런 정릉골은 2003년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시작으로 주거 환경 개선 신호탄을 쐈다. 이후 △2012년 정비구역 지정 △2017년 조합 설립 △2021년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현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등 본격적인 정비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릉골 재개발 사업은 서울 성북구 솔샘로 15가길 일대에 정비구역 면적 20만3857㎡에 걸쳐 이뤄진다. 사업비는 6000여억원으로, 이번 재개발 사업을 통해 △건폐율 35.96% △용적률 99.89% △지하 2층~지상 4층 △공동주택 1141가구 대단지로 변모한다. 

정릉골 일대 사진. ⓒ 프라임경제


업계에서는 정릉골이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높은 가치를 지닌 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정릉골은 서울 지하철 우이신설선 북한산보국문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으로, 양호한 교통망을 갖췄다. 또 강북 동서를 잇는 강북횡단선(2028년 개통 예정) 호재도 품고 있다. 

나아가 인근 길음뉴타운 수혜로 다양한 인프라를 만끽할 수 있으며, 북한산국립공원과 정릉천 등 풍부한 녹지 환경을 갖췄다. 여기에 청덕초를 비롯해 △고려대부속중·고교 △대일외국어고 △국민대 △서경대 등이 가까워 학군도 확보했다.

무엇보다 가장 이목을 끄는 점은 타운하우스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해당 조합에 따르면, 정릉골은 북한산 자연경관지구에 속한 탓에 용적률 제한으로 종상향이 불가하다. 이런 연유로 방향을 친환경 타운하우스로 선회해 절반 이상 가구에 테라스를 설치하고, 복층형 주택도 적용하는 등 서울 최대 규모 타운하우스로 거듭날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는 "오는 6월 시공사를 선정한 뒤 연내 조합원 분양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종상향 불가로 임대주택 건립 의무도 없어 우수한 사업성을 바탕으로 향후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60년대 철거민 동네, 재개발과 주거지 보전 동시 추진

한편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백사마을의 경우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 1번 출구로 나와 1142 버스에 승차, 중계본동 종점에 하차하면 해당 사업지를 직면할 수 있다. 재개발을 통해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거듭날 정도로 만만치 않은 부지와 극심하게 낙후된 인프라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서울 도심개발정책으로 용산‧청계천‧안암동 등 철거민들이 모여 조성된 동네다. 하지만 5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지 못한 건물들은 노후도를 견디지 못한 채 물이 새고 무너지기도 했다. 

실제 백사마을은 매우 낙후된 건물들이 즐비했다. ⓒ 프라임경제


물론 이런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2009년 정비구역지정을 시작으로 재개발도 추진했지만, 이 역시도 변변치 않은 사업성 탓에 표류된 바 있다. 

그러던 중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새로운 시행사로 사업을 맡으면서 백사마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GS건설이 '주택재개발 사업(분양)' 시공을 맡은 백사마을은 이번 사업을 통해 △면적 18만6965㎡ △일반분양 1953가구 △공공임대 484가구 총 2437가구 규모로 추진된다.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백사마을 재개발은 '주택재개발 사업'과 '주거지 보전사업(임대)'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라며 "현재 건물이 무너지는 등 낙후된 환경으로 대부분 조기 이주를 완료했고 주거지 보전사업 공사비도 조속히 확정해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착 가능할까" 원주민 금융 부담 해소 관건  

다만 일부 백사마을·정릉골 주민 사이에서는 재개발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재정착을 위한 만만치 않은 난관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릉골 한 주민은 "최근 몇 년간 폭등한 부동산 가격은 우리 같은 저소득층에겐 부담스런 상황"이라며 "아직 조합원 분양가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재정착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입주권을 매도하고 쫓겨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백사마을 주민 역시 "모든 주민들이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에 재개발을 크게 반기고 있다"며 "다만 분담금을 해결하기 힘든 주민들은 분양이 아닌, 주거지 보전사업(임대) 주택에 입주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는 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조합원 분양은 아파트 시세에 비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될 뿐만 아니라 시행사‧시공사가 진행하는 중도금 대출 등을 감안하면 입주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어느 재개발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분담금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건 존재한다"며 "오히려 원주민 입장에서는 분양권 매매 차액으로 '내 집 마련'까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이득"이라고 말했다.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는 개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주거지 보전사업 비용의 조속한 승인을 요구 중이다. ⓒ 프라임경제


하지만 백사마을의 경우 또 다른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 주민대표회의에 따르면 서울시가 주거지 보전사업(임대)의 사업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최종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 측에서 사업비 승인 확답을 내주지 않아 조합원 분양 및 관리처분인가 등 향후 절차에 걱정을 안고 있다"며 "사업비 승인이 지연될 시 공사 지연 및 부담금 증가 등 피해는 고스란히 원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에 대한 원주민들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로, 최악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나 법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4월1일 서울시와의 면담을 통해 사업 촉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주거지 보전사업 관련 서류를 일부 받아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백사마을의 재개발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정릉골은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추가 분담금 등 금융 부담과 행정 절차 차질로 인한 주민들 우려가 점차 가중되고 있는 상황. 

과연 해당 재개발 사업들이 남은 숙제를 무사히 해결하고 성공적 결과를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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