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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같지 않은 이유? 인천경찰청 반대에 막힌 구월동 롯데백화점 부지 개발사업

"업무 지장 초래" 인천경찰청 논리 납득 어려워…시·시민 의사와 정면충돌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2.03.31 12:27:28
[프라임경제] 인천시 공공기여 사전협상 제도 1호 사업인 구월동 롯데백화점 부지 개발 사업이 인천경찰청(청장 유진규)의 공개적 반대 의사 표시로 난항에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에서 건물 신축 검토의견이 가결됐지만 일부 경찰이 시의회 의원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의정활동에 침해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구월동에 위치한 구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지난 2019년 2월 폐점되면서 소유권이 엘리오스구월로 이전됐다. 이후 엘리오스구월이 대수선 공사를 하다가 지난 2020년 10월 중단됐다. 빈 건물로 방치된 지 만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주변 상권은 무너졌고, 시민 역시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 와중에 해당 부지가 인천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시범사업에 낙점되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인천경찰이 개발사업에 반대한다고 밝히며 갈등이 발생했다. 

구 롯데백화점 부지와 경찰청 청사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해 있다. 수사동은 최근 준공됐다. ⓒ 프라임경제


경찰의 의사가 구 롯데백화점 부지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원인은 개발 부지에서 도로 하나 건너에 인천경찰청 청사가 인접해 있어서다. 더불어 신축 예정 건물 규모가 지상 42층에 달하는 상황에서 '사정기관'이라는 경찰청 업무 특수성 상 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는 건 곤란하다.

때문에 △이미 시에서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왔고 △시 의회를 통과했으며 △다수 시민과 주변 상인이 건물 신축에 적극 찬성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마치 경찰이 '공공의 적'이 된 양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경찰에서 모를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이처럼 강력히 반대하는 데는 분명한 근거와 명분이 있다. 

◆석연치 않은 인천경찰청의 반대 이유

인천경찰청은 지난 27일 '구 롯데백화점 도시계획변경, 경찰 반대입장 표명'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정체 △항공안전 △시설보안 등을 이유로 개발사업에 대해 "불가피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논리다.

해당 자료에서 밝힌 반대의 구체적 이유는 크게 △교통정체가 유발돼 긴급출동 시 심각한 장애가 초래되고 △시민의 교통 불편 민원이 급증할 것이며 △헬기 이착륙을 위한 고도 제한이 필요하며 △보안 사항 유출, 인권침해 등의 방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경찰의 반대 이유가 나름대로의 명분과 논리가 있어보이기도 하지만 다소 과하거나 논리에 어긋나는 지점이 분명히 보인다. 이 때문에 경찰이 자신의 편의를 지키기 위해 명분을 짜맞춘 것으로 비춰질 공산이 있다.

인천경찰청은 "교통정체가 유발돼 긴급출동에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경찰청 내 수사 부서가 확대돼 출동할 일이 늘고 있다"며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현장 지휘를 위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긴급출동은 일선 경찰서에서 더 많이 이뤄지며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다수 지방경찰청이 이미 교통정체 다발지역에 위치해 있음을 고려하면 다소 불편할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사업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이유라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시민의 교통 불편 민원 급증"이라는 이유 역시 석연치 않다. 이 논리대로라면 경찰청이 관할지역에서 교통량이 증가할 만한 개발에 대해 모두 반대하는 것처럼 읽힌다.

나아가 한 건의 개발 사업 반대 이유라기 보단 교통량 증가로 인한 민원 급증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칫 업무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무턱대고 경계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적절치 못하다.

반대 이유 중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부분은 "헬기 이착륙을 위한 고도 제한" 부분이다. 최근 인천경찰청의 헬기장 운용 상황을 보면 이를 문제 삼는 건 '어불성설'이다. 최근 5년간 인천경찰청에서 헬기를 운항한 횟수는 총 761. 이 중 인천경찰청 청사 헬기장이 이용된 횟수는 0이다. 

정상적인 옥상헬기장으로 운용되기엔 좁아보이는 인천경찰청 옥상 모습. ⓒ 프라임경제


활용빈도가 전혀 없던 시설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에 딴지를 거는 이유가 전혀 납득이 안 된다.

물론 경찰은 '비상시'를 강조하며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5년간 헬기 이착륙 횟수가 없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긴급한 사안이 없었다고 대비에 소홀할 순 없다. 시민 안전에 직결된 문제"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는 "횟수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과거엔 헬기장이 운영됐다"라며 "최근 긴급 출동 상황이 없었다고 하지만 과거 영종대교 106중 추돌과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위급상황 대비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경찰 주장을 지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활용빈도 외에도 경찰 요구에 큰 논리적 모순이 있다. 그동안 경찰청은 '공항시설법'을 근거로 고층빌딩이 들어설 수 없다는 논리를 펴 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측면이 많다. 

우선 인천경찰청 옥상헬기장 규격은 '공항시설법'에서 규정한 헬기장 규격에 맞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안전연구소가 지난 1월 발간한 '아트스퀘어(옛 롯데백화점 재개발 사업 가칭)에 대한 비행안전성평가' 자료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옥상헬기장은 헬기장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 했다.

헬기장 사이즈는 9m×15m으로 경찰청 운용 헬기인 Bell-412 기종 헬기장 규격(35m×35m)대비 턱없이 좁다. 또한 헬기 이착륙 방향 선정을 위한 풍향계와 소방장비 등 기본 시설도 갖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경찰 헬기장을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찰청 헬기장이 '공항시설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대, 경찰, 세관 등은 항공법, 항공시설법 등에 적용받지 않아 국토교통부로부터 비행장개발사업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 비인가 시설이란 얘기다.

즉, 경찰청 옥상헬기장은 규격미달의 비인가 헬기장인데, 주변 환경은 '공항시설법' 규정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셈이다.

본 사안에 대해 엘리오스구월이 국토교통부에 문의한 결과 "경찰청 헬기장은 공항시설법에 따른 인허가 없이 운영되는 시설이므로 신축건물 허가사항은 헬기장 운영자와 지자체 관련부서와 협의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비인가 헬기장에 대해 고도제한을 강제하지 않고 관계자가 협의해 결정하라고 조율했는데, 경찰청은 마치 고층건물을 짓게 되면 공항시설법을 위반하는 것처럼 말한다. 분명 과하다.

마지막으로 보안 사항 유출, 인권침해 등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납득이 어렵다. 

인천경찰청은 "국지도발이나 적 침투 시 작전지휘소가 되고, 전시에는 종합상황실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설"이라며 "50m도 떨어지지 않은 근접한 거리에 고층 건물이 있게 되면 각종 시설보안 사항이 제한 없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경찰청 주변엔 이미 다수의 고층 빌딩이 밀집해 있으며, 이 논리대로라면 42층짜리가 아니더라도 노출 위협을 받는다. 롯데백화점을 현 상태 그대로 흉물로 방치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피의자,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촬영이 가능해져 이들의 안전 및 비밀 보장이 어려울 수 있으며, 경찰의 민감한 내용이 유출돼 원활한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볼 때 억지에 가깝다.

◆시의회 의원에 대한 반대 로비 주장…직권남용 소지 있어

인천시와 경찰 간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28일 개최된 인천시의회 제2차 건교위 의견청취에서 고존수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경찰 개인별로 의원을 따로 만나 본인들의 반대의견을 전달하는 게 과연 온당한 것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 때문에 의원의 생각과 소신이 꺽이지 않을까 우려되고, 의정활동에 상당한 침해를 준다"며 "경찰이 의원을 만나 반대의견을 전달했을 때 상당한 위축감이 들었다"고 푸념했다.

유세움 시의원은 "경찰청이 나중에는 주변 지역 개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경찰청 이전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경찰청 이전이 논의될 가능성은 없지만, 경찰의 강력한 반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만 3년동안 흉물로 방치된 롯데백화점. ⓒ 프라임경제


이 같은 경찰 처신에 대해 한 법조인은 "경찰의 조직적 이기주의에 권력이 남용된 사례로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이것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이는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경찰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단, 과잉대응이나 과도한 조치가 안전을 담보하는 게 아님을 언제나 각인해야 한다.

사업주는 물론이고 인천시, 소상공인, 인천시민 다수가 흉물이 사라진 구월동을 원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 경찰의 반대가 '몽니'로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

한 인천시민은 "롯데백화점 폐점으로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고, 상권도 많이 약화됐다"며 "경찰도 나름의 반대 이유가 있겠지만 원만히 해결해 보다 쾌적한 환경을 즐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은 "경찰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 반대하는 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시와 경찰을 비롯한 관계자가 원만히 합의해 빨리 개발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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