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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세운상가 '천지개벽 개발' 향한 빛과 그림자

재탄생하는 역사적 산물과 세입자 눈물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04.05 11:35:06

세운상가 일대 개발 현장.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5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세운상가 일대 개발이 점차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당 구역 '천지개벽'을 예고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실제 세운상가 일대는 극심한 노후도를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중 개발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세운3구역은 총 10개 구역으로 나눠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1·4·5구역은 현대엔지니어링이, 6·7구역의 경우 대우건설(047040)이 각각 시공을 맡고 있다. 여기에 나머지 구역도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해 이주 및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일부 상가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개발 사업에 대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생계 터전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동시에 변변치 않은 보상비로 최악의 경우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내재된 것이다. 

◆'근현대사 산물' 명품 복합도시로의 도약

서울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세운상가 일대를 목격할 수 있다. 서울 중심에 위치했음에도 불구, 낡고 열악한 모습은 강한 이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장기간 터를 지켜온 상가들은 저마다 생업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기운이 모인다'라는 뜻을 지닌 세운상가는 1968년 건립됐으며 '전자상품' 메카로 명성을 떨쳤다. 다만 '용산전자상가' 개관(1987년)으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급속한 슬럼화가 진행됐다. 물론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개발 사업을 추진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 때문에 좌초되면서 별 다른 조치 없이 오히려 노후화만 가속화되고 있다."

사실상 '서울 도심 마지막 재개발 구역'인 세운상가 일대는 생활·교통·문화 등 각종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환경 탓에 이전부터 개발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2009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통한 개발을 추진했지만, 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면서 좌초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오세훈 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또 다시 개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 종로2가와 청계천, 을지로 모습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감출 수 없다. 무려 10년간 이를 방치한 서울시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 시장은 지난 3월 이 같이 말하면서 세운지구를 신산업 허브지역으로 개발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업계 역시 오 시장이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만큼 향후 서울 '랜드마크'로의 변화를 전망하고 있다. 

세운3구역은 현재 빠른 개발 속도를 통해 '랜드마크' 변모를 꾀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현시점 세운지구 개발에 있어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는 '세운3구역'이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세운3-1·4·5구역은 1022세대 규모의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로 탈바꿈되며, 6·7구역의 경우 총 756실로 구성되는 대우건설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로 바뀐다. 

이외에도 '서울 명소' 을지면옥이 위치한 3-2구역은 지난해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하면서 최근 철거작업에 돌입했으며, 나머지 3-3·8·9·10 구역 역시 사업시행인가를 승인받아 이주 및 보상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세운3구역을 포함한 일대 개발 사업이 모두 완료될 시 총 면적 43만9000㎡ 부지에 △고급 주거단지 △프라임 오피스 △녹지광장 △5성급 서비스 레지던스 △쇼핑·문화시설이 들어서는 차세대 명품 복합도시로 거듭난다. 

세운상가 일대 시행을 담당하는 한호건설그룹 관계자는 "세운 일대에 3700여세대에 달하는 △공동주택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공급과 4개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 건립을 통해 복합주거단지를 완성을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세운3구역 일대가 개발 가속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향후 천지개벽 수준의 세운 모습이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상가 세입자 "삶의 터전 소실…생업 유지 대책 시급"

다만 일부 상가 세입자 사이에서는 개발 사업과 관련해 적지 않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번 개발로 오랜 시간 생계를 이어온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40년이 넘는 시간 이곳에서 생활했다.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한 세운상가를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번 개발 사업으로 일대는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며, 그간 가족처럼 지내는 이웃들도 흩어졌다. 상가 세입자가 현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시행사와 서울시가 도와주길 바란다."

이런 간절한 세입자들의 소망은 쉽게 해결되지 못할 모양새다.

세운3-3·8·9·10구역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시행사 및 관할 기관은 좀처럼 해당 구역에 대한 이주 및 영업 보상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공이 이뤄지고 있는 3-1·4·5·6·7 구역 역시 합당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는 주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철거를 준비하고 있는 3-2구역은 시행사가 마련한 임시상가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서울시는 향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상생 지식산업센터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며 "하지만 일부 세입자들은 임시상가 만료기간에 맞춰 지식산업센터로 이주가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3-3·9구역은 지난달 '영업권 보상계획 열람공고' 절차가 진행된 만큼 세입자 이주 대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상가 세입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이주할 수 있도록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세운3-3구역 한 상가에 내걸린 '생존권 보장' 문구(왼쪽)와 3-2구역에 위치한 서울시 생활유산 을지면옥 입구 사진. ⓒ 프라임경제


3-3구역 한 상가 세입자는 "서울시와 관할 구청에 여러 애로사항을 토로했지만,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라며 "단순한 보상금이 아닌, 향후에도 현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영구임대상가와 같은 대책을 제기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관할 구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상생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올 하반기 준공 예정으로 보금자리를 원하는 세입자들 신청이 완료된 상태"라며 "세입자 영업 보상은 토지보상법에 의거해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으며, 현재 3-2구역은 절차가 마무리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3-3·8·9·10구역 역시 토지보상법에 의거해 영업 보상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재 세운상가 일대는 개발 사업을 통한 '명품 복합도시' 탄생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 뒤에 가려진 '상가 세입자들'이라는 그림자는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서울시와 관할 구청, 그리고 시행사가 남은 숙제를 무사히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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