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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일본 '아킬레스건' 북방영토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2.04.11 12:21:42
[프라임경제] 길이 1300㎞에 56개 섬이 늘어선 쿠릴열도는 태평양과 오호츠크해가 만나 북태평양 어장이 형성되는 지역이다. 일본에서는 '지시마(千島)열도'라고 부른다. 

- 북방영토와 반환협상

이런 쿠릴열도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일본과 러시아는 지난 1855년 화친조약을 맺고 홋카이도 동북쪽 에토로후(Etorofu) 섬과 우룻푸(Uruppu) 섬 중간을 국경으로 삼았다. 이중 일본이 주장하는 북방영토가 홋카이도에 인접한 남쪽 4개 도서군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구나시리 △에토로후다. 총면적 약 5000㎢로, 도쿄도와 오사카부를 합친 것보다 넓다. 

현재 북방영토에는 러시아인 1만8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다만 홋카이도와 가장 인접(3.7㎞)한 하보마이 군도에는 거주민 없이 러시아가 미사일 기지 등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사실 쿠릴열도는 고대부터 아이누족 일파인 쿠릴 아이누가 어업으로 생활하던 지역이다. 1600년대 중반부터 에도막부와 러시아제국이 진출해 원주민을 복속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쿠릴열도와 북방영토. 1855 좌하가 북방영토. ⓒ 위키피디아 재팬


양국은 1875년 '사할린·지시마 조약'에 따라 일본이 남사할린에서 물러나는 대신 쿠릴열도 전체를 점유하기로 합의한다. 이후 러일전쟁(1905년)으로 러시아를 제압한 일본이 남사할린을 되찾아 1945년까지 오호츠크해 일대를 지배하기도 했다. 다만 종전 이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의거해 '패전국' 일본이 영유권을 포기한 쿠릴열도는 러시아로 넘어갔다. 

문제는 일본이 곧바로 태도를 바꿔 '북방 4도'가 쿠릴열도가 아닌,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 러시아와 일본 양국은 평화조약 체결을 전제로 '하시마 군도와 시코탄을 양수도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가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북방영토 반환을 위한 평화조약은 현재까지 체결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주도권은 섬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승전국' 러시아가 쥐고 있다. 

러시아는 동방경제포럼을 창설해 일본의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지만, 일본 측 고민은 협력자금 규모가 아니다. 조약 체결로 일부를 반환받더라도 남은 더 큰 지역에 대한 반환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환 방식을 두고도 양국간 이견이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는 '소유한 것을 양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 '불법 점유를 돌려받기'를 원한다. 아베 전 총리가 재임 기간 29차례에 걸쳐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다.

- 러시아의 경고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푸틴 대통령 정신 이상설'이 나돌자 일본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종합뉴스사이트 뉴스 포스트 세븐은 3월25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뜻대로 되지 않아 코너에 몰리고 있다. 당장 무슨 행동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라는 자위대 막료장(참모총장) 출신 후쿠야마(75)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막료장은 "소수 정예 러시아군이 홋카이도 북쪽에 상륙해 교통 요충지를 점거할 수 있다. 코앞에서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이라는 의견까지 덧붙였다. 

홋카이도는 러시아가 2차 대전 후 점령을 희망했던 지역이다. 하보마이 미사일 기지가 위협적인 건 홋카이도는 물론, 일본열도 전체를 사정권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연구자' 나카무라 쓰쿠바대학 교수는 한 걸음 더 나가 세계대전까지 거론하고 있다.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이 공격당하면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이 유럽(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전쟁이 아시아로 번질 것이다. 푸틴이 일본에 군사력을 행사한다면 이는 세계대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소 '유사시 미국이 지켜준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일본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과연 미국이 최후 보루가 될지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독립(1991년) 당시 '세계 3위 핵보유국'이던 우크라이나는 시급했던 경제 부흥을 위해 경제를 지원하고 영토를 지켜준다는 미국·영국·러시아 약속을 믿고 핵을 폐기했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가 침공하자 미국은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 

나카무라 교수는 이에 대해 "같은 논리로 일본이 공격당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일 동맹만을 준수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례가 러시아 침공야욕 장벽을 낮췄다"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러시아 외교부는 "일본과 평화조약체결 협상을 중단한다"라고 3월21일 발표했다. 북방영토 원주민 성묘를 위한 무비자 방문을 중단하는 동시에 북방영토 관련 공동 경제활동도 철회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일본이 러시아에 보이는 비우호적 태도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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