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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속은 걸까…'기부'라는 탈을 쓴 의류수거함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04.26 18:22:47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모처럼 방 청소를 했습니다. 평소 치우는 것이 귀찮아 잘 어지르지 않는 편이지만, 퇴근 후 물건을 대충 두는 일이 잦다 보니 방은 필연적으로 더러워집니다. 

이날은 무슨 기분인지 옷장도 건드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간단히 끝낼 작정이었지만 겨울옷까지 정리하는 바람에 아침에 시작된 정리가 해가 지고서야 끝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안 입는 옷은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보따리에 정리한 옷들을 챙겨 곧장 집 근처 의류수거함으로 향했습니다. 의류수거함에 옷을 집어넣자 기부를 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는데요. 가벼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길. 문득 내 손을 떠난 옷들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현재 의류수거함 운영 관련 기준은 지자체 별로 상이하며 △협회 △단체 △민간업체 △지자체 등이 운영하고 있다. = 전대현 기자

맙소사…. 알아보니 전국 의류수거함 10만6000여개 중 약 72%는 민간 업체가 영리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 뉴스에서 수거함에서 수거된 의류가 구제상 또는 해외에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그제서야 떠올랐습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수거함의 대다수는 본래 명분을 잃은 상태였던 거죠. 이를 몰랐던 필자는 다시 나가 수거함에 적힌 OO연합회라는 민간 단체명을 보고 찝찝한 감정을 애써 삼켰습니다. 

문제는 지자체 허가 없이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민간 업체나 장애인 단체의 이름만 빌려 기부를 유도하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민간 업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업체 때문에 시민들의 거부감도 큰 편인데요.  

그렇다 보니 자신의 옷이 기부나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됐으면 하는 이들을 위해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수거함이나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하는 방법을 추천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민간 업체가 명확한 규정 없이 수거함을 운영하다 보니 도시 미관 저해를 비롯해 수거함 근처가 쓰레기 투기 장소로 바뀌어 악취가 발생하는 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수거 예외 품목에 해당하는 △솜 이불 △인형 △베개 등이 계속해서 수거함 근처에 방치되면서 또 다른 쓰레기들이 유입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지자체 조례 개정보다는 정부의 행정법안 마련을 통해 체계적인 수거함 관리를 이루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거함의 △규격△색상 △수거 품목 명시 등을 통일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죠. 

물론 행정을 통한 방안 마련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들의 인식 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거 예외 품목 등 명확한 이용 규정을 숙지해 보다 바람직한 의류수거 문화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또 민간 업체 수거함에 수거 목적 및 관련 안내문을 의무적으로 표기해 기부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정확히 안내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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